큰 성공을 거두고 싶다면, 기버giver가 되라
"심판들은 결정을 내리겠지/ 나 같은 패자는 승복하라고/ 쇼의 관중들은 항상 조용히 지켜볼 뿐/ 게임은 다시 시작되고/ 연인이든 친구든/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승자가 모든 걸 갖게 마련이지."
영화 <맘마미아Mamma Mia!>의 끝 부분에 엄마인 도나(메릴 스트립)가 결혼식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딸을 먼저 보내고 눈물을 흘리며 샘(피어스 브로스넌)과 식장에 들어서면서 누구 손을 잡고 입장할 것인지 이야기를 하던 중 다투면서 부르는 노래의 일부분인데, 한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지만 규칙에 따라 떠나보내야 한다는 슬픈 내용의 이 노래제목은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갖지요The Winner Takes It All’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지금껏 윗사람들로부터 ‘착한 끝은 있다’며 ‘베풀며 살라’는 말을 진리처럼 여기며 자라왔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는 ‘착하면 바보가 되는 세상’으로 변했고, 신자유주의라는 뱀이 토해낸 맹독 중 하나인 승자독식(勝者獨食)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TV나 언론매체에서는 부자나 성공한 사람들의 ’한탕주의‘로 비겁하고 비열한 단면이 연일 보도되고, 나의 일상에서도 주기에 앞서 가진 것을 어쩔 수 없이 빼앗기는 일들을 겪으면서 ‘착한 끝’이 아닌 ‘뒤끝’있는 독한 놈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만 잘 되면 돼’라는 풍조는 염치란 단어조차 기억이 없는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세상이 되었고, 이른바 ‘독한 놈, 악한 놈이 성공하는 시대’로 변해버렸다. 참다못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충고하면 “내 맘이다. 왜?“라며 자유를 들먹인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자유는 한마디로 정치철학자 칼 폴라니의 말대로 ‘사람들을 착취하고, 공동체에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채 과도한 이익을 챙기는 자유’로 전락한 것이다.
<기브앤 테이크Give and Take>에서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인 저자 애덤 그랜트는 독한 놈으로 가득한 승자독식의 사회에 ‘성공’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고, 또한 착한 사람은 이용만 당할 뿐 성공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 역시 불식시킨다.
“통념에 따르면 커다란 성공을 이룬 사람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능력, 성취동기, 기회다. 성공을 거두려면 재능을 타고나는 것은 물론 열심히 노력해야 하고 기회도 따라 주어야 한다. 그런데 대단히 중요하지만 흔히 간과하는 네 번째 요소가 등장한다. 그것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19 쪽).
이 책에서 저자는 호혜의 원칙 차원에서 사람들을 ‘기버’(giver), ‘테이커’(taker). 그리고 그 중간 쯤 위치한 사람을 ‘매처’(matcher)라고 부른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테이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자신이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승자독식 사회의 대표적인 인물형으로 세상을 경쟁의 장으로 보는 테이커는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시 한다.
한편 오늘날 비지니스 세계에서 ‘기버’는 상대적으로 드문 분류인데, 이들은 ‘상호 관계에서 무게의 추를 상대방 쪽에 두고 자기가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기를 좋아하는 인물형’이다. 자칫 잘못하면 다른 사람들의 ‘호구‘가 되기 쉽다. 마지막으로 ’매처‘는 ’손해와 이익이 균형을 이루도록 애쓰는‘ 부류로, 테이커가 받는 자이고, 기버가 주는 자라면, 매처는 주고받는 자 정도 된다.
저자는 ‘바쁜 와중에도 누군가를 돕고, 지식과 정보를 기꺼이 공유하며, 남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양보하는 기버giver가 성공 사다리의 맨 꼭대기를 차지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팀으로 하는 일이 많아지고, 평판이나 소문이 쉽게 눈에 띄는 요즘 기버가 더 빨리 성공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기버'인 척 가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기버'로 사는 사람이라면 오늘의 희생과 선행이 쌓여서 내일의 성공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버라고 해서 남 좋은 일만 하는 사람은 아니다. 기버 역시 테이커와 매처 못지않게 야심을 품고 있다. 다만 기버는 목표를 다른 방식으로 추구할 뿐이다. 테이커의 성공이 단순히 기존의 가치를 차지하는 것이라면, 기버의 성공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다. 다시 말해, 기버의 성공은 주변 사람들의 성공을 유도하는 파급 효과를 가졌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건질 것은 ‘기버로서 호구가 되지 않는 법’일 것이다. 저자는 기버의 성향에 따라 사다리 맨 위의 성공자가 되거나 혹은 사다리 맨 아래에서 호구가 된다고 말했다. 기버가 성공의 사다리의 꼭대기를 점령하는 이유는 기버가 신뢰와 신용을 쌓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명성을 얻고 성공을 돕는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핵심이 되는 내용인데, 바로 베풂은 위험을 동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호구가 아닌 성공자가 되는 방법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우선 ‘선행을 베풀지언정 내 요구사항은 정확하게 전하라‘ 이다. 두 번째는 ’상대방의 감정에 이입하지 말고, 상대방의 생각에 이입하라’이다. 감정에 이입되면 연민을 느껴 무조건 양보하게 되므로 상대의 생각에 이입해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할지 상상해야 통찰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나를 위하여가 아닌 다른 이를 위하여 지금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하라‘이다. 예를 들면 기버는 연봉협상을 하면서 회사의 요구에 반대를 하지 못하고 수긍하기가 일쑤이지만 나 자신이 아닌 ‘내 가족’을 위해 연봉협상에 임한다면 협상의 결과에 반영되기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사례를 통해 '주는 사람, 즉 기버giver가 성공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접하는 내내 필립 코틀러의 마켓 3.0이 오버랩 되었다. 3.0 시장은 빈곤과 빈익빈 부익부, 환경 파괴와 같은 현실적 문제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치(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어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 만들기’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살아남는 시장이다.
예를 들어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탐스슈즈TOMS Shoes의 탄생은 아르헨티나를 여행중이던 청년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현지 아이들에게 신발을 무상으로 나눠주는 자원봉사자들을 보고 “착한 사람들의 기부에만 의존하지 말고, 꾸준한 신발 공급이 보장되는 해결책을 생각해 내는 게 어떨까?” 하고 아이디어를 낸 끝에 즉 신발 한 켤레를 팔 때마다 한 켤레를 기부하는 시스템을 생각해 내 만든 신발이다.
멕시코의 세계적인 시멘트 기업 시멕스(Cemex)는 멕시코의 집이 없는 빈민자들에게 땅을 살 수 있도록 대출을 도와주고, 집을 지을 수 있도록 설계도도 제공하고, 벽돌값도 할부로 제공해 내 집을 갖게 함으로써 고객으로 만들며 멕시코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 되었다.
천연재료만을 사용하는 바디샵 사회활동을 비즈니스의 일부로 삼고 있고, 애플은 사람들이 기술을 즐기는 방식으로 혁신을 꾀했다. 페이스북은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는 셜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회사이며 트위터 역시 인맥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도구를 공유하며 고객의 사랑을 받는다. 평범함을 넘어서는 위대한 기업은 이렇듯 기버들에게서 비롯되고 있다.
마켓 3.0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기업이 소비자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마케팅을 넘어서 소비자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마케팅을 추구해야 한다면 그 몫은 기버giver가 적임자가 아닐까.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로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48호)'에 기고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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