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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책 - 싹쓸이 경제학(레스 레오폴드)

by Richboy 2014. 5. 10.

 

 

글로벌 슈퍼리치가 된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은밀하고도 이기적인 머니게임.

10분만 일하면 페라리를 사고, 30분 더 일하면 노후 보장이 가능하며, 하루 종일 일하면 평범한 미국의 가정이 179년 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소수의 헤지펀드 매니저들이다. 미국의 대표 진보 진영의 저널리스트인 레스 레오폴드는 신작 《싹쓸이 경제학》를 통해서 미국의 최상위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어떻게 해서 단 몇 분 만에 우리가 상상도 못할 정도의 금액을 벌어들이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의 원제는 ‘우리가 시급 백만 달러를 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How to Make a Million dollars an Hour)?’이지만, 그 속에는 초고소득을 올리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보상이 정당한 것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와 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긍정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에 대한 솔직하고 날카로운 분석이 있다. 즉,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처럼 엄청난 엘리트이기 때문에, 아주 혁신적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빠르고 총명한 판단력 때문에 큰돈을 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어떤 부당행위라도 서슴지 않기 때문임을 맹렬하게 꼬집고 비난한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이들이 그만 한 부를 축적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 독자에게 묻는다. 또한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국가의(혹은 세계의) 부가 극소수 사람들에게 편향되게 흡수되는 현상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자각하도록 돕는다.

 

 

“시급 백만 달러를 꿈꾼다면 도덕도, 질서도 다 버려라!”

글로벌 슈퍼리치가 된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은밀하고도 이기적인 머니게임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엄청난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가?”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쓰리 데이즈]에서 큰 권력을 꿈꾸는 재벌 2세 청년이 한때 컨설턴트였던 주인공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은 북풍을 활용해 마치 전쟁이 발발할 것처럼 만들어 제2의 IMF를 일으킨 후에 각종 선물, 옵션 등을 사들이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서 “그렇지만 국가나 윤리 따위는 상관없이 오로지 돈만 벌려고 그렇게 할 미친놈이 과연 있겠는가?”라며 반문했다. 이 드라마는 그렇게 한 ‘미친놈’의 결심으로 여러 사람이 죽고, 다치고, 국가가 흔들리는 과정과 그 대척점에서 정의를 찾는 대통령과 경호원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돈과 윤리에 대해 재고하게끔 유도한다.
어마어마한 돈의 양이란 대체 얼마일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세계 제1의 부자를 생각해보자. MS사의 빌 게이츠나 영화 [아바타]의 감독인 제임스 캐머런, 세계적인 톱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들은 시간당 백만 달러에는 크게 못 미치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럼 시급 백만 달러를 버는 고소득자가 존재할까? ‘미친놈’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실제로 10분만 일하면 페라리를 사고, 30분 더 일하면 노후 보장이 가능하며, 하루 종일 일하면 평범한 미국의 가정이 179년 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소수의 헤지펀드 매니저들이다. 미국의 대표 진보 진영의 저널리스트인 레스 레오폴드는 신작 《싹쓸이 경제학》를 통해서 미국의 최상위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어떻게 해서 단 몇 분 만에 우리가 상상도 못할 정도의 금액을 벌어들이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의 원제는 ‘우리가 시급 백만 달러를 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How to Make a Million dollars an Hour)?’이지만, 그 속에는 초고소득을 올리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보상이 정당한 것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와 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긍정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에 대한 솔직하고 날카로운 분석이 있다. 즉,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처럼 엄청난 엘리트이기 때문에, 아주 혁신적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빠르고 총명한 판단력 때문에 큰돈을 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어떤 부당행위라도 서슴지 않기 때문임을 맹렬하게 꼬집고 비난한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이들이 그만 한 부를 축적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 독자에게 묻는다. 또한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국가의(혹은 세계의) 부가 극소수 사람들에게 편향되게 흡수되는 현상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자각하도록 돕는다.

일자리 하나 창출하지 않으면서 백만 달러를 버는 그들,
과연 아이패드보다 높은 가치를 만들어냈을까?

시간당 백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소득을 올리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겐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이 있는 걸까? 애플의 이익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 회사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판매하여 높은 수익을 올렸다. 그렇다면 시간당 소득이 애플의 CEO보다 높은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보다도 대단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당연하다. 헤지펀드 전문기자로 유명한 서배스찬 맬러비는 “헤지펀드 매니저가 베팅을 할 때 그 거래의 반대편에 누군가가 반드시 존재한다.”고 말한다. 즉, 이들이 10억 달러를 벌 때마다 그들 반대편에 있는 어떤 부자들이 10억 달러를 잃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것이다. 물론, 부자들끼리의 승패 게임이기 때문에 평범한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야 분할 것도, 걱정할 것도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싹쓸이 경제학》의 저자 레스 레오폴드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소득이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삼성과 같은 기업이 최첨단 기기를 판매하여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이들 기업도 서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 경쟁을 하는 것은 맞지만 하이테크 시장 전체는 이들 선두 기업들이 끌어주고, 후발주자들이 쫓아가는 형국 속에서 산업 전체가 꾸준히 성장해나갔고, 그 영향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즉, 하이테크와 같은 실물경제의 모든 거래는 단순히 당장의 승자와 패자로 구분하기 힘들고,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한 것에 대한 대가로 정당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물론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가시적인 가치 창출을 하지는 않더라도, 시장을 원활하게 하거나 현금 유동성에 기여를 하는 등 간접적인 가치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헤지펀드가 수익을 벌어들이는 방법은 나노세컨드, 즉 초단기 고빈도거래를 통한 차익거래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증권의 실질적 가치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거대 자본을 통해서 가격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헤지펀드가 없다면 증권은 알아서 자기 가격을 찾아가게 마련이고, 이 가격은 트레이더들에게 난도질을 당할 때보다도 훨씬 수용 가능한 수준일 것이다. 하지만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효율적인 시장’ 혹은 ‘정당한 증권 가격’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실물 경제에 대한 가치 창출이나, 금융시장의 효율성에 기여하지 않는다면,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큰 수익을 벌어들이는 이유가 공공성이나 금융 투명성과 같은 데 기여를 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볼 수도 있다. 이 책을 보면 알겠지만, 이 역시도 틀렸다. 한 시간에 백만 달러를 벌고 싶다면 민주주의나 국민의 주권, 그리고 국민의 복지나 안녕 따위에는 신경을 꺼야 하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정치인들처럼 눈에 보이는 집단 이기주의나 편향적인 정책 등을 펼치지 않고서도 큰돈을 벌어들인다. 바로 비대칭게임을 통해서이다. 세계적인 헤지펀드 매니저 가운데 한 명인 조지 소로스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당시 진퇴양난에 빠진 영란은행의 상황을 이용하여 무려 10억 달러의 차익을 얻었다. 인플레이션이나 주택금리 인상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이 예견되기 때문에 취할 수 있는 영란은행의 행동 범위에 대한 정보를 십분 활용한 것이다. 저자는 독자에게 묻는다. “영국민들로부터 이런 극소수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로 부가 이전되는 것을 정당화할 방법이 있는가?”하고 말이다.

전 세계 위기의 뒤편에서 그들은 늘 비열하게 웃고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의 이유에 대해서 흔히 들어왔던 말이 있다. 대출상환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 무절제하게 대출을 얻어 주택을 구입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비슷한 예로, 과거 우리나라에 IMF 외환위기의 원인이 국민들이 과도하게 해외여행을 즐기고 과소비를 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싹쓸이 경제학》에서는 금융위기를 비롯한 1970년대 이후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을 만들어낸 범인을 다른 곳에서 찾았다. 영란은행 사건에서부터, 2008년 금융위기, 게다가 최근의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부채 위기 또한 그 원인은 한 곳에 있었다. 이 모든 문제의 발화점에는 소수의 부자와 그들의 헤지펀드가 있다.
저자는 전 세계를 뒤흔든 위기의 정점에 내부자거래, 도청, 비열한 모기지상품의 무분별한 생산 등의 비윤리적이고 이기적인, 그러나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헤지펀드의 악행이 있었음을 고발한다. 실제로 경제가 성장해옴에 따라서 사회 전체의 부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빈부격차는 더욱 커져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빈곤해졌으며, 소수의 슈퍼리치만이 훨씬 더 부유해졌다는 사실 또한 꼬집고 있다. 이들은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금액의 빌린 돈(레버리지)과 1970년대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로 인한 규제 완화 등의 유리한 점을 한껏 활용하여 주머니를 불려왔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 미국의 소득 불균형 시점과 월가의 금융가들이 초거대 부를 축적해나간 시기가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덮은 후 오직 돈벌이에만 눈이 먼 ‘비열한 미소’를 지닌 그들에 대해서 우리는 경외감 대신에 감시와 비판의 눈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