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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책 - 도그파이트(프레드 보겔스타인)

by Richboy 2014. 6. 18.

 

 

 

한마디로 탁월한 책이다. 스티브 잡스, 앤디 루빈, 세르게이 브린, 에릭 슈미트, 레리 페이지 같은 최고위 중역과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개발에 복잡하게 얽힌 사람들의 주요회의에 직접 참석한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허핑턴포스트》

한 번도 보도되지 않은 신선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포춘》


애플과 구글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고 철천지원수가 된 자초지종을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곁들여 생생하게 전달한다.
-크리스 앤더슨, 3D로보틱스 CEO, 전 《와이어드》 편집장, 《롱테일 법칙》 저자

스티브 잡스부터 세르게이 브린까지 우리의 마음과 지갑을 지배하려는 전사들의 배신과 반목으로 점철된 이야기를 담아냈다. 심금을 울리는 문장? “잡스는 브린과 페이지를 친구로 여겼다.”
베서니 맥린,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공동저자

디지털 지진으로 통신업계의 기성기업과 신생기업이 흔들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습관들이 뒤집히는 모습을 명쾌하고도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켄 올레타, 《구글드: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저자

 

 

   『도그파이트』는 애플과 구글 두 기업이 절친한 조력자에서 철천지원수로 돌변하는 과정, 모바일 패권을 둘러싸고 디짙러 공룡들 간의 음모와 배신, 소송, 기술혁신 경쟁 등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펼쳐지는 과정을 마치 무협소설처럼 생생하게 묘사한다. 또한, 현재 우리가 너무도 당연히 누리는 디지털 혁명의 산물들(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이 얼마나 엄청난 산고 끝에 나왔는지 그 현장을 보여준다.

 

“애플은 구글을 견제하기 위해 삼성과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스마트폰부터 플랫폼 전쟁에 이르기까지 21세기 지상 최대 비즈니스 패권을 둘러싼 애플과 구글의 전쟁의 내막!

 


2011년부터 글로벌 비즈니스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법정공방은 삼성을 상대로 한 애플의 특허침해 소송이다. 융단 폭격하듯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 10여 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이 소송전의 관건은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재판이었다. 2012년 1차 소송에서 삼성은 애플에게 10억 5천만 달러는 배상하라는 배심원 평결을 받았고, 2014년 2차 소송에서는 삼성의 9억 3000만 달러 배상 평결이 내려졌다. 스마트폰 및 태블릿 판매량 세계 1, 2위를 다투는 IT 공룡들의 각축전이 모바일 시장에서 법정으로까지 확대된 것은 당연한 행보로 비친다. 그러나 IT 전문지 《와이어드》 기자이자 IT 비즈니스 통인 프레드 보겔스타인은 저서 《도그파이트》에서 삼성을 상대로 한 애플의 소송은 사실 다른 속내를 지니고 있다고 밝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로 애플이 궁극의 라이벌인 구글을 견제하기 위해 삼성과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는 것.


표면적으로는 IT 소프트웨어 강자 구글의 라이벌은 마이크로소프트이고, IT 하드웨어의 강자 애플의 라이벌은 삼성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겔스타인은 애플의 궁극의 맞수는 구글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들이 벌이는 모바일 플랫폼 전쟁은 1980년대 PC 전쟁, 1990년대 인터넷 브라우저 전쟁에 이은 21세기 최대 비즈니스 혁명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전쟁은 비즈니스 역사상 최대의 판돈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부터 소비생활, 일자리, 콘텐츠 및 산업 패러다임까지 바꿀 수 있는 엄청난 패권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가 데스크톱 시장에서 윈도와 오피스로 독점적 지위를 누렸듯이, 이 전쟁 또한 승자독식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어느 쪽이 더 인기 있는 기기를 내놓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기기들로 접속하는 온라인 상점과 커뮤니티, 이른바 클라우드의 지배권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애플과 구글은 원래 각각 훌륭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둘도 없는 파트너였다는 것. 보겔스타인은 《도그파이트》를 통해 두 기업이 절친한 조력자에서 철천지원수로 돌변하는 과정, 모바일 패권을 둘러싸고 디짙러 공룡들 간의 음모와 배신, 소송, 기술혁신 경쟁 등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펼쳐지는 과정을 마치 무협소설처럼 생생하게 묘사한다. 특히 이 책에는 그동안 보도되지 않은 구글과 애플의 일화들로 가득한데, 이는 저자가 16년간에 걸쳐 애플과 구글 최고위중역을 비롯해 양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마케터 등 실무자 수백 명을 인터뷰한 결과다. 양사 최고위 중역들의 은밀한 회의테이블부터, 온갖 고초를 겪으며 비밀리에 진행된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 제작 현장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이 IT 전장을 직접 지켜보는 것처럼 실무자들의 경험을 생생하게 엮어냈다. 구글과 애플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HTC 등 디지털 경쟁자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들도 흥미를 더한다. 이 책은 IT 공룡들의 혁명전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선명한 청사진을 제시해준다. 어떤 기기가 핸드폰과 노트북을 대체할 것인가 하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누가 그런 기기들의 콘텐츠를 지배하며 IT와 미디어를 비롯한 산업지형도는 어떻게 재편될 것인지, 우리의 삶의 방식(소비, 여가, 커뮤니케이션 등)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담았다. 《포춘》 《월스트리트 저널》 등 유수 잡지에서 20여 년간 실리콘밸리의 지각변동을 분석해왔던 저자의 통찰이 어우러진 까닭에, 독자들은 향후 수년 안에 닥치게 될 미래를 더 실감나게 조망하고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은 아이폰을 죽일 작정이야. 우리 도 가만있진 않을 거야.
그놈의 ‘사악해지지 말자’? 개소리야.” _스티브 잡스


절친한 조력자 구글과 애플은 어떻게 철천지원수가 되었는가?


이 책에 따르면, 2007년 아이폰이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구글과 애플은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넘어 ‘영적인 동반자’였다. 구글의 공동설립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스티브 잡스를 멘토로 여겼고, 잡스는 이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는 애플 이사이기도 했다. 애플은 탁월한 기기로, 구글은 검색엔진 및 지도 등 강력한 소프트웨어로 완벽한 파트너 체제를 유지한 데다 그들에겐 공동의 적 ‘마이크로소프트’도 있었다. 그러나 구글의 자체 안드로이드폰 개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애플과 구글은 철천지원수 사이로 돌변한다. 두 회사가 꿈꾸는 궁극의 미래, ‘플랫폼 지배자’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애플-구글 동맹을 누구보다 믿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예측과 통찰의 대가 스티브 잡스다. 잡스는 측근들이 안드로이드의 위험성을 얘기해도 초기에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 브린과 페이지를 절친한 친구로 생각한 까닭에 그들이 그런 배신을 할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구글의 자체폰 넥서스 원 출시 때 극도의 배신감에 치를 떤다. “애플은 검색 사업에 진입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구글은 휴대폰 사업에 진입했지? 구글은 아이폰을 죽일 작정이야. 우리도 가만있진 않을 거야. 그놈의 ‘사악해지지 말자’? 개소리야.”


그렇다면 왜 애플은 왜 철천지원수로 돌변한 구글과 전면전을 벌이지 않고, 안드로이드폰 제조사인 삼성, HTC, 모토로라 등에 소성을 걸며 대리전을 치루는 것일까?
“구글과 제조사들의 대내적인 추측에 따르면, 그 이유는 변호사가 두 제품을 나란히 놓고 보여주면 판사나 배심원에게서 도용이라는 판단을 이끌어내기가 더 쉽다는 점을 애플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은 2012년에 삼성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그런 식으로 배심원으로부터 유리한 평결을 얻어냈다. 반면 소프트웨어의 도용을 입증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다. 특히 안드로이드는 통신사와 제조사가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고 구글이 무료로 배포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이유로 애플-구글 분쟁은 독특한 구도가 됐다.”
비밀주의와 정보 통제를 엄격히 지키는 애플로서는 사실, 법정에서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하는 소송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분명 승산이 있는 싸움이었다.
“애플은 자사가 큰 위험을 무릅쓰고 삼성에 맞선다는 인식을 조장했지만, 중역들은 그것이 전혀 위험하지 않음을 잘 알았다. 현금 보유액만 1,000억 달러가 넘는 기업에 그 정도 변호사 비용은 푼돈이었다. 거기에 홈 어드밴티지도 있었다. 새너제이 연방법원은 애플 본사에서 15킬로미터, 삼성 본사에서 8,000킬로미터 거리였다. 재판이 진행되는 2012년 8월 3주 동안 전 세계 언론은 삼성이 애플 제품을 도용해 피해를 입혔다고 비난하는 애플 중역들의 증언으로 도배가 될 터였다. 그러면 아이패드와 아이폰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 분명했다. …… 경쟁사들에는 만약 시장에서 도전하면 무시무시한 배심원 재판까지 불사하며 흠씬 두들겨 패주겠다는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었다.”
보겔스타인은 특허를 통한 기술 보호의 중요성도 언급하는 동시에, 급격한 기술 발달 및 범용화로 인해 그 의미가 점점 퇴색돼가고, 기업 간 공격무기로 전락하는 IT 소프트웨어 특허의 한계도 지적한다. 일례로 애플이 삼성을 비롯해 구글 안드로이드 측에 특허침해를 주장한 ‘밀어서 잠금해제’ 기능이 있다. 애플이 아이폰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2년 전 2003년 네오노드라는 기업이 손가락으로 화면을 쓸어서 자사 휴대기기를 활성화하는 기술로 특허를 취득했다. 이후 애플은 그와 똑같은 기능을 하는 ‘밀어서 잠금해제’로 특허를 받았다. 어떻게? 네오노드의 특허는 해당 기술을 ‘터치 인식 영역에서 사물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부드럽게 이동하기’로 불렀기 때문이다. 특허청은 같은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양사가 사용하는 이름이 다른 까닭에 이미 발행된 특허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애플에 특허를 내주었다.


한편 구글은 스마트폰 진출에 대한 애플의 의심과 공격에 대해 얼버무리고, 애플을 회유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아이폰에 사용되는 구글 검색엔진의 모바일검색 광고비는 구글에게 엄청난 수입원이 됐고, 유튜브와 구글 지도 등 각종 소프트웨어가 애플 플랫폼에 승차해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잡스 사후 애플과 구글은 점점 전면전으로 치닫게 된다. 애플은 수많은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면서까지 아이폰에 탑재되던 구글 지도를 빼버리고, 그보다 못한 자체 제작 앱으로 대체했다. 구글 검색엔진도 빼버리고, 1980년대부터 애플의 숙적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 빙(Bing)을 대체하는 놀라운 결정을 내린다. 심지어 애플은 구글이 소유한 유튜브와 경쟁할 동영상 서비스를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은 모바일 전쟁에서 힘을 키우고 애플의 특허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강구했다. 2011년 말 모토로라를 125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모토로라는 현대식 휴대폰을 발명한 기업으로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고 중요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거의 모든 무선기기가 그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어느 지역에서 안드로이드폰 판매가 금지되거나 구글이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일원과 경쟁해야 할 경우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놓은 셈이다.” 실제로 구글은 삼성 스마트폰 자체 운영체제인 ‘타이젠’과도 경쟁을 목도에 두고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IT 전쟁의 역사는 묘하게 반복 ? 진화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구글과 애플의 싸움이 마이크로소트와 애플이 치러온 OS 전쟁에서 더 진화된 양상임을 지적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 오피스가 그랬듯, 구글은 플랫폼 전쟁에서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및 기기의 융통성을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해나갔다. 안드로이드가 탑재되면 될 뿐, 어떤 기기가 팔리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반면 잡스는 플랫폼의 융통성을 오히려 더 제한하는 듯했다. “2010년부터 잡스는 특수나사로 조립돼 일반적인 드라이버로는 케이스를 열 수 없는 제품을 점점 늘려갔다.” 이런 행보에 애플 중역들은 잡스가 안드로이드를 상대로 지난날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할 때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다. 그러나 잡스는 아이패드의 성공으로 그런 걱정을 기우로 만들어버렸다. 보겔스타인은 잡스가 ‘개방성과 융통성’보다는 오히려 자사의 ‘독자성과 고유성’을 강화하고 고유의 생태계를 가진 ‘i시리즈’ 일군의 깊이를 추구했다고 지적한다. 아이폰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아이패드, 맥노트북 등 애플 제품 일군을 쓸 확률이 높고, 이 기기들 모두 동일한 소프트웨어와 온라인 스토어를 사용하는 까닭에 애플 진영에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남아있다. 애플의 플랫폼 성공에는 ‘모바일기기들의 연속되는 홈런’이라는 전제조건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이렇듯, 저자는 두 기업 전쟁의 진면모를 입체적으로 파헤친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탄생에 숨겨진 비화,
그리고 디지털 공룡들의 혁명전이 만들어놓을 미래의 청사진


이 책의 백미는 현재 우리가 너무도 당연히 누리는 디지털 혁명의 산물들(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이 얼마나 엄청난 산고 끝에 나왔는지 그 현장을 생생하게 포착해냈다는 것이다. 디지털 혁명에선 선구자 몇몇의 이름만 거론되게 마련이지만, 디지털 혁명은 엄연히 집단창작의 결과물이다. 게다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개발은 양사의 삼엄한 정보 통제 하에 진행된 까닭에 그 과정에서 실무자들이 어떤 시행착오와 난관을 겪었는지는 좀처럼 알려져 있지 않다. 보겔스타인은 16년간 애플과 구글 양사 최고위 중역부터 실무자 수백 명을 인터뷰한 끝에 이 혁명적 개발 과정의 씨줄과 날줄을 촘촘히 엮어낼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혁명에 따르는 지독한 산고를 대중의 눈에 보이지 않게 감쪽같이 숨겼다는 점에서 매력 있는 지도자이자 스타였다. 그러나 발표회 전날까지 아이폰 엔지니어, 마케터 등 실무자들은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당시 애플 수석엔지니어로 아이폰 출시 준비 팀을 맡은 앤디 그리뇬에 따르면, 발표회 예행연습 마지막 날까지 아이폰은 제멋대로 전화나 인터넷이 먹통이 되고, 전원이 꺼졌다고 한다. 엄청난 시행착오 끝에 아이폰 팀은 ‘어떤 작업을 어떤 방식과 순서로 하면 아이폰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는지’를 알아냈다. 그러나 잡스가 이런 ‘황금 경로’를 따를 때조차도 말썽이 생겼다. 그리뇬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일단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온갖 구질구질한 임시방편을 덕지덕지 가져다 붙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잡스가 무대에서 통화하는 중에 발생할 사고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리뇬의 팀은 AT&T에 요청해 이동형 기지국을 설치함으로써 수신률을 확실하게 높이고, 아이폰 화면에 뜨는 무선신호 알림 막대가 실제 강도와 상관없이 무조건 다섯 개가 되도록 사전에 프로그래밍해두었다.


온갖 난관을 무사히 넘기고 성공적으로 발표된 아이폰은 비밀리에 진행되던 구글의 자체 폰 제작 프로젝트인 안드로이드 팀원들을 경악케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휴대폰 산업을 전복할 혁명적인 기기를 개발한다고 생각했고, 15개월 이상을 주당 60~80시간씩 일하며 안드로이드폰 개발에 전념했다. 연말쯤엔 제품 출시도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그해 9월 잡스가 무대에 올라 아이폰을 공개해버렸다. 안드로이드 팀 수장인 앤디 루빈은 잡스의 아이폰 발표회 중계를 보고는 동료에게 탄식한다. “젠장, 이제 ‘그’ 휴대폰은 못 내놓게 생겼군.” 결국 안드로이드 팀은 수너(Sooner)라는 코드명의 실물 키보드폰 개발을 포기하고, 개발 초기 단계에 있던 드림이라는 코드명의 터치스크린폰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췄다. 출시일은 2008년 가을로 1년 미루고, 아이폰에는 없는 온갖 기능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애플과 구글은 모두 외부 경쟁뿐만 아니라, 내부 경쟁을 감당해내며 혁신에 불을 당겼다. 특히 애플의 아이폰 개발은 초기 토니 파델(애플 아이팟 프로젝트 수장)이 이끄는 하드웨어 부문과 스콧 포스톨이 이끄는 소프트웨어 부문으로 나뉘어 있었는데(이후 포스톨이 아이폰 프로젝트 수장이 됐으나 2012년 팀 쿡 CEO의 손에 축출된다), 잡스는 이 둘을 교묘하게 경쟁시켜 내부 혁신전쟁을 치렀다. 그러나 이 전쟁이 효율적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애플의 한 중역은 이렇게 언급했다.
“스티브가 고대 로마 시대에 활동했으면, 정말 대단했을 겁니다. 사람들을 사자 무리 속에 던져놓고 잡아먹히는 걸 구경했던 때 있잖습니까. 스티브는 그들을 서로 싸우게 했어요. …… 우스꽝스러웠어요. 시간도 엄청나게 낭비됐고요.”
일명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앤디 루빈이 10명도 안 되는 직원들로 시작한 안드로이드 사업이 업계 공룡으로 성장하는 과정도 흥미롭게 그려진다. 특히 초기 안드로이드 프로젝트를 지원할 업체를 찾아 삼성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했다가 ‘허망한 프로젝트’라고 일축당하고, 2주 후에 구글에 인수되는 장면은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그 사람들을 벤처투자자라고 생각하고 안드로이드의 비전을 빠짐없이 설명했어요. 마침내 할 말을 다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조용한 겁니다. 침묵 그 자체였어요.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았다고 할까요. 그리고 낯선 언어로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중역 한 명이 CEO와 나직이 무슨 말인가 주고받고는 말했습니다. “무슨 꿈같은 소립니까?” 내가 전한 비전에 그들이 보인 반응은, 간단히 말하자면 “도대체 무슨 수로 그런 걸 만들겠다는 겁니까? 사람도 여섯 명밖에 없잖아요. 약이라도 했습니까?”였어요. 나는 비웃음을 뒤로하고 회의실을 빠져나왔습니다. 구글에 인수되기 2주 전 일입니다. (인수 발표가 있고) 이튿날 그쪽 CEO를 보좌하는 중역이 전화를 해서는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당장 만납시다. (지난번에 서울에서) 우리에게 했던 아주 흥미로운 제안에 대해 얘기해봅시다.”


보겔스타인은 삼성, 구글, 애플 등 디지털 공룡들의 혁명전이 바꿔놓을 미래상을 선명하게 조망해준다. 그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미디어 콘텐츠업계를 뒤흔들어놓을 이들 기업의 활약상이다. 대중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이미 TV시청시간을 초월했고, 이메일 ? SNS 사용을 비롯해 뉴스 ? 영화 ? 책 ? 음원 등 모바일 콘텐츠 소비의 대부분은 구글과 애플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보는 내용을 통제하는 것은 누구일까? 가장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엔 애플과 구글이 있다고 보겔스타인은 강조한다. 그리고 이 두 회사 모두 콘텐츠 유통의 신성으로 거듭나고 있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제 양사의 주요 수입원인 온라인 광고수익과 모바일기기 판매수익은 훨씬 큰 목표(콘텐츠 플랫폼 점령)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두 회사 모두 콘텐츠 유통의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다. 21세기형 방송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방송국처럼 콘텐츠를 만들진 않지만, 전 세계의 무수한 시청자를 휘어잡고 있고 막대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만큼 어떤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누가 그것을 보느냐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 다들 애플과 구글을 엔터테인먼트계의 공룡기업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애플은 아이튠스를 통해 음원시장의 약 25퍼센트, 홈 비디오 시장(180억 달러 규모)의 6~10퍼센트를 지배하고 있다. 게다가 구글은 이미 전 세계에서 수천만 명의 소비자가 찾는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에 독자적인 방송 프로그램을 확보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저자는 구글과 애플의 혁명전이 만들어놓는 산업계의 지각변동은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소비 및 여가생활, 일자리 등 삶의 방식까지 재편할 것임을 짚어준다. 그리고 이들 혁명전의 산물은 우리가 누릴 또 다른 열매임을 이 책을 통해 확인시켜준다.


도그파이트

저자
프레드 보겔스타인 지음
출판사
와이즈베리 | 2014-06-15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2011년부터 글로벌 비즈니스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법정공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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