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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인문

[책리뷰]유리감옥 - 나는 자동화 기술의 주인인가, 노예인가?

by Richboy 2014. 10. 10.

 

 

 

나는 자동화 기술의 주인인가, 노예인가?

 

2010년 10월 9일, 구글은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들’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레이더와 수중 음파 탐색기인 소나 송신기, 동작 탐지기, 비디오카메라,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 수신기를 장착한 구글의 무인 자동차는 주변 상황을 세세하게 감지하고 운행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운전자들이 실제 도로 주행 시 접하는 수많은 돌발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복잡한 인간 세상에서 컴퓨터가 과연 인간이 내렸던 모든 결정을 대신할 수 있을까? 만약 무인자동차에 운전을 맡기고 잠이 들었는데 사슴이 뛰어들었다면 핸들을 옆차선으로 피하도록 설정해야 할까, 아니면 자동차의 안전을 위해 직진해서 사슴을 치도록 해야 할까? 무인 자동차가 접하게 될 수많은 법적, 문화적, 윤리적 문제들도 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가 조종하는 자동차가 사고를 일으켜 사상자가 발생했다면, 이러한 과실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자동차의 소유자에게 있을까, 소프트웨어를 만든 프로그래머들에게 있을까?

 

기술의 자동화로 우리의 생활은 더 편리해졌고, 잡다한 일에 대한 부담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제한된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하거나, 또는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일도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동화 테크놀로지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은 편리해졌다고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베스트셀러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이자 디지털 사상가 니콜라스 카는 지난 10여 년간 디지털 기기에 종속된 인간의 사고방식과 삶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끊임없이 성찰했고, 그 결과물로 <유리감옥>라는 책을 썼다. 저자는 이 책에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화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저자는 인터넷, 인공지능, 웨어러블 디바이스, 빅데이터 등을 통해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화가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동화 테크놀로지를 잘못 사용하거나 맹신한다면 기술이 준 편리한 삶은 우리를 가둬두는 감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로봇 청소기처럼 일상생활 속 기계들은 물론 의료, 항공, 전쟁 등 우리 사회 전체를 뒤덮은 자동화의 이면을 똑바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3년 미국연방항공국(FAA)은 항공사들에 일제히 안내문을 발송했다. ‘적절한 때에 조종사들에게 수동 비행을 홍보할 것을 권장한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연방항공국은 조종사들이 자동조종장치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비행기를 비정상적 상태에서 신속히 원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실제로 2009년 콜건항공 소곡의 여객기 Q400는 비행기의 추락 위험을 알리는 실속 경고에 조종사들이 자동조종이 중단된 조종간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고, 통제력을 잃은 비행기는 지상으로 추락했다. 같은 해 일어난 에어프랑스의 에어버스 A330기 역시 실속 상태에 빠진 비행기를 제대로 수동 조종하지 못한 조종사들의 과실로 인해 대서양 한복판에 떨어졌고, 승무원과 탑승객 228명 전원이 사망했다. 무엇이 조종사들의 조종 능력과 대처 능력을 빼앗아갔을까?

 

인간의 삶 깊숙이 파고든 자동화는 “소프트웨어는 수많은 변수들을 헤아려 가장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중요하지만 불안한 질문을 던진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기계에 모든 통제권과 선택권을 넘긴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편 저자는 자동화 테크놀로지를 비판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로 자동화가 우리의 삶에서 행복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행복과 만족감은 실제로 세상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직접 할 때 얻을 수 있는데, 우리의 주의 집중이 온통 컴퓨터 스크린과 스마트폰 액정에 향하는 바람에 세상과 동떨어지게 되고, 그것이 삶의 행복과도 멀어지지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자동화에 대한 경고를 접하면서 드는 의문은 그렇다고 1811년부터 1816년 사이에 영국의 중부와 북부 직물공업지대에서 일어났던 러다이트 운동처럼 야밤에 기계화 공장을 급습해서 기계를 파괴할 수도, 기계화된 세상을 거부하며 눈 가리고 귀 막으며 살 수도 없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스며드는 스크린의 공습에 나도 모르게 젖어버린 사람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 이은 디지털 사상가 니콜라스의 경고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더 쉽게 얻도록 해주지만, 내가 누구인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차단하는 자동화에 대한 각성을 심어준다. 지금은 스스로에게 “나는 기술의 주인인가, 노예인가?”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