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서 소외되는 인간…사람과 기계, 공존은 가능할까?
아이폰 제조회사로 잘 알려진 중국기업 폭스콘은 중국 정부도 건드리지 못하는 공룡 기업으로 애플의 제품을 비롯해 노키아, 델, HP,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등 누구나 알 만한 브랜드의 제품들을 조립업체다.
그런데 폭스콘은 지난 2010년 봄, 국제적인 뉴스의 중심에 있었다. 한 달 사이에 이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16명이 공장 창문 그리고 기숙사 창문에서 뛰어내려 투신자살을 한 것이다. 고등교육을 갓 마친 10대 후반의 직원들이 돈을 위해 4초에 한 번씩 반복되는 일을 입도 뻥긋하지 못한 채 하루 10,000번의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일했다. 휴일도 없이 일주일 내내 하루에 12시간을 근무해서 버는 월급은 고작 520 위안, 우리 돈으로 1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임금이었다. 청년들은 마치 기계처럼 일해야 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을 견딜 수가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폭스콘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1년 매출이 애플이나 델, 마이크로소프트과 같은 글로벌 업체의 매출액을 뛰어넘지만 이익률은 4% 남짓(애플의 이익률은 27%이다)으로 값싼 노동력을 무기(가격 경쟁력)로 하는 조립회사로서 직원들의 근무조건 등에는 관심 없었다. 오히려 직원들의 투신사건이 있은 후 세계적인 비난을 받자 폭스콘은 앞으로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이 해오던 일을 10,000 대의 로봇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기계를 통해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폭스콘의 전략'으로 중국 청년 수십만 명이 실업자가 되어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다.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인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기계와의 경쟁>에서 폭스콘의 예처럼 ‘학력이 짧거나 월급이 적은 사람들에 대한 사회의 수요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그 이유는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빈부 격차가 발생하고 노동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세계 공통의 현상인 실업과 일자리 부족 문제의 원인이 ‘기계의 급속한 발전‘이라는 것이다.
경제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기업이 이익을 내고 투자를 확대할 때 일자리와 고용은 같이 늘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다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고용 없는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즉 기업들이 새로 개발된 기계는 꾸준히 사들이면서 신규 채용은 하지 않는 것이다.
정보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일자리와 기량, 임근, 그리고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고민한 이 책에서 브린욜프슨 교수는 폭스콘의 기계도입과 같은 ‘고용 없는 성장’은 제품의 생산력을 높일지 모르지만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이 노동자에게 가지 않고, 기계를 사서 운영하는 자본가에게 가게 되므로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 더 큰 불평등을 불러오게 되어 빈부 격차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계의 대체화는 폭스콘뿐 아니다. 기계에 의한 정보 혁명은 자동현금입출급기, 무인판매점, 자동응답기 등을 대중화시키면서 판매직 근로자의 일자리를 줄여왔고, 정보 혁명 이후 컴퓨팅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면서, 이제 전문직 일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무인자동차와 자동 통번역 시스템, 신문 기사 작성, 법률 문서 분석 프로그램 등 인간 고유의 지각 능력과 판단력이 필요한 부분에까지 컴퓨터의 능력이 인간을 추월하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인간이 ‘더 빨리, 더 많이’만을 고민한다면 기계에 대체당할 수밖에 없지만 ‘어떻게 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기계가 인간을 도와서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기술력, 새로운 제품,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 저자는 조언한다. 예를 들어 우버 택시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개념에 좋은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운전자와 고객을 연결해 주는 기술을 바탕으로 등장한 우버 택시는 운전자에게 과거 택시 기사들보다 더 많은 소득을 보장하고, 언제 일하고 어디서 일할지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제공했다. 또 다른 사례로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꼽았다. 이들은 첨단의 과학기술로 기계와 인간을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조직 구조,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나아가 고용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저임금 노동자의 값싼 노동력에 의지해 약진하던 중국이나 인도의 저임금 노동력은 기계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커다란 위기를 맞이할 것은 뻔하다. 기술 발전에 대응해 기술력을 다룰 줄 아는 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렇다면 기계와의 경쟁 시대에 생존하게 될 직업은 무엇일까? 저자는 앞으로 현재 직업군의 절반은 사라지고, 교수, 법률가, 의사, 회사원과 같은 화이트칼라 노동자도 필요가 없을 거라고 전망했다. 살아남는 직업은 사람과 직접 일해야 하는 감성 노동자, 인공지능 기계를 설계하고 만드는 사람, 일부 서비스 직종 등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일, 즉 리더십, 팀워크, 협상법, 공감 능력, 가르치는 일이나 환자를 간호하거나(nursing), 사람들을 가르치거나(teaching), 노약자를 돌보는(caring) 직업이 특히 중요해질 거라 말한다. 한마디로 기계와 공존할 수 있는 일자리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기계와 공존이 아닌 경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개념에 좋은 모델로 소개한 우버 택시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2009년 설립되어 운전자와 승객 알선 서비스로 정보통신망과 '공유 경제' 아이디어를 접목해 고객의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 우버 택시는 국내에서는 택시업계의 생계를 위협하는 불법행위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가용으로 승객을 태우고 대가를 받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버 택시 측은 "단지 운송 알선행위를 할 뿐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소유하지 않고 공유한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플랫폼 비즈니스 에어비앤비(airbnb)도 마찬가지다. 집주인에게 여행자를 연결해 숙소를 중개해주는 에어비앤비는 2초마다 한 건씩 숙박예약이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전 세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하얏트호텔 체인보다 17억 달러 높은 100억 달러. 창업한 지 7년밖에 되지 않은 벤처기업으로는 엄청난 성장이다.
최근 주거공유의 불법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현재 독일과 캐나다 퀘벡 등이 법리를 검토 중이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공청회까지 열렸다. 지난 2013년 5월 뉴욕 시법원은 불법임대로 고발된 주거공유 집주인에게 2천4백 달러(한화 약 260만 원)의 벌금형을 내려 화제가 됐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에 대해 저자는 ‘지금 세계가 거대한 재구조화(Great Restructuring)시대 초입에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인간의 능력과 제도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드는 의문은 인간의 능력과 제도가 과연 18개월 마다 처리속도가 두 배가 되는 ‘무어의 법칙’의 속도로 내달리는 기술을 발전속도를 따라잡아 함께 경주(race)할 수 있을까? 이다.
이 리뷰는 <한국경제>에서 발행하는 논술섹션 생글생글i <BOOK&MOVIE>에 기고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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