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버지 기제사를 지냈다. 십수년 전 오늘 오전에 돌아가셨으니, 오늘 영시에 해야 할 것을 이런저런 내 사정으로 저녁에 제사를 지냈다. 두 동생은 일을 하고 있어서(요즘은 일하는게 벼슬이라 하루 쉬라는 말을 못한다) 세 살 먹은 아들이 제 어미의 도움으로 술을 따르고, 나와 함께 절을 했다. 실로 조촐한 제사, 아버지 목소리가 그리웠다. 그 분 계셨을 때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했던, 그래서 얼른 벗어나고 싶었고 때론 없었으면 한 적도 있었는데...정작 없고나니, 내가 돌아가신 당신의 그 나이 즈음이 되고 보니, 사무치는 부재감에 울컥울컥 했다.
조촐했던 만큼 부지런을 떨어야 했던 하루, 단 한 줄도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워 부러 글을 읽으며 새벽을 맞았다. '언젠가는 나 또한 저 상을 받겠지' 하는 생각이었는지 모른다. 그냥 치열하고 싶었으리라. 이 기분 또 며칠 가겠냐 싶다마는 그러고 싶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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