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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Richboy.../하루 더듬기

염색

by Richboy 2015. 4. 22.

아내가 다음주 있을 한양대 특강에 앞서 염색을 하란다. 외탁인 탓에 서른 초반부터 새치머리여서 지금껏 정기적으로 염색을 했는데, 지난 주 봄이라고 짧게 이발해 준 원장 덕분(?)에 속에 숨어 있던 귀밑 흰머리가 고슴도치마냥 드러나 반백 머리를 드러냈다. 한 일주일 내버려두었더니 생경한 모습이 익숙했던 터라, '생긴대로 그냥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했더니 젊은 청춘들 앉혀두고 흰머리 성성한 채로 서고 싶냐고 타박한다. 

제가 늙은 서방 둔 것이 창피한 건지 나를 생각한 건지 구분하긴 어렵지만, 그 말도 옳다 싶어 그래, 그럼 염색하자 했다. 아내가 미용실을 예약 잡아줬는데, 단골이라고 깎아줘서 오만원이란다. 이 짧은 머리 염색에 오만원이라니...'미쳤구나' 싶어 조용히 예약을 취소하라 시켰다. 서툴망정 지금껏 해왔던 대로 손수 염색하는(보이지 않는 곳은 아내가 도와주는) 염색이 백번 옳다는 생각에서였다. '강의를 앞두고 곱게 치장을 하라'는 아내의 속내를 거부한다 싶어 은근 미안하기도 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을 그 때까지 두고두고 큰 돈주고 염색한 스스로를 보며 후회할 짓은 하기 싫었다.

언젠가부터 유난스러운 것이 거북스럽다. 편한 것이 좋고, 조용하고 차분한 것이 좋다. 사람은 변한다는데, 맞는 말이다. 나는 부지불식중에 변해가고 있다. 여튼, 잠시 심란했던 것이 없던 것으로 되고 나니 거듭되는 고민은 '아예 염색하지 말까?'였다. 다시 원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