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bout Richboy.../하루 더듬기

자연스러움

by Richboy 2015. 4. 27.

"야~ 바다다."

 

어제 이른 아침 아들을 유모차에 태워 밖을 나갔을 때, 한 말. 단어로만 말하다 문장으로 말하긴 처음인 듯하다. 지근거리에서 지켜봐도 우후죽선마냥 돌아서면 잠깐 크고, 돌아서면 잠깐 큰다. 신기하다.

나이를 먹으니 불혹의 의미를 알 듯하다. 무엇을 봐도 '쿨~'한 것이 없더라. 그 뒤에 숨은 의미를 짐작하게 되니, 사람, 물건, 먹을 것, 모든 것이 100% 온전한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내 아이가 날로 커 가는 모습은 100%다. 살집이 조금 붙어 안도하면 아파서 몸무게가 도루묵이 되고, 높은 열에 기침을 해 까만 밤을 하얗게 새우게 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새근새근 잠들어 있다. 자식이 입신양명해서 부모를 기쁘게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커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자식이 부모에게 주는 큰 기쁨이란 걸, 이제 알겠다. 자식은 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효도이고, 기쁨이다.

그런데 사람의 삶이란 게 걍팍해서 쌀을 벌고, 보일러 뗄 가스를 버느라 그 기쁨을 보지 못한다. 안타까운 것은 그것이 기쁨이란 것 자체를 모른다는 것이다. 기쁨을 모르니 열심히 벌어 남에게 돈을 주고 그 기쁨을 대신 봐달라고 하니, 정말 슬픈 일이다. 그저 당연한 것을 보고 느끼고 즐기는 '자연스러움'이 진짜 기쁨이고 행복이란 걸 새삼 느끼는 어제였다.  

 

'About Richboy... > 하루 더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벽에의 충동  (0) 2016.01.29
독서, 공부인가 놀이인가?  (0) 2015.06.17
염색  (0) 2015.04.22
실로 조촐한 기제사  (0) 2015.04.21
역경이 존재하는 이유 - 랜디 포시, <마지막 강의 저자>  (0) 2013.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