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지면 몸이 상한다. 건강을 소홀히 해서다. 마냥 건강할 것 같던 몸이 상하면 회복이 어렵다. 특히 나이가 들면 더 그렇다. 5년 전 거의 20년을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담배값이 거의 두 배가 오르고, 흡연자가 거의 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천대받는 요즘을 보면, 미리 끊기를 정말 잘했다 싶다. 금연을 한 후 생긴 한가지 부작용만 빼고. 체중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쉬이 살이 찌는 체질인데다, 식탐도 만만치 않은 내가 담배를 끊자 맛을 담당하는 혀세포인 미뢰가 살아나(원래는 8천개 이던 것이 흡연을 하면 2천개로 준다고 한다) 맹물도 맛있어졌다. 흡연의 습관을 잊고자 먹는 것을 입에 달고 지내더니 1년 만에 무려 10킬로그램이 늘어났다. '흡연보다 체중 는 것이 안 낮냐?'는 자위는 구차한 변명이었다. 비만도 흡연만큼이나 터부시해서 '비만도 질병이다'라고 외치는 요즘, 각설하고 살을 빼야했다. 그러려면 자극이 필요했다. <몸이 먼저다>를 집어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말 소중한 것은 급하지 않다.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당장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운동과 독서가 대표적이다. 둘 다 바빠서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시간이 없어서 독서를 못한다고 말하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 시간이 없어 독서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독서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바쁜 것이다. 운동도 그렇다. 운동할 시간이 없는 게 아니다.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더 바빠지는 것이다. 자주 아프고,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쓸데없이 시간을 쓰게 된다.
) -->
인생은 시간이다. 인생은 시간 활용을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 있다. 시간 사용에는 최적화가 필요하다. 너무 한 곳에 시간을 쓰는 것보다는 상황에 맞게 몸과 정신에 적절한 안배를 하는 게 핵심이다. 여러분은 시간을 어디에 많이 쓰는가? 대부분 현대이은 머리 쓰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몸 쓰는 일에는 소홀하다. 나는 반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몸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몸을 관리하면 정신과 마음까지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거양득이다. 반대로 정신적인 부분만 관리하면 몸이 서서히 망가진다. 소설가처럼 글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촉망받던 소설가가 후반으로 가면서 필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바로 몸이 정신을 못 따라가기 때문이다. ‘
) -->
몸이란 무엇일까? 몸은 당신이 사는 집이다. 지식이나 영혼도 건강한 몸 안에 있을 때 가치가 있다. 몸이 아프거나 무너지면 별 소용이 없다. 집이 망가지면 집은 짐이 된다. 소설가 박완서는 노년에 이렇게 말했다. “젊었을 적의 내 몸은 나하고 친하고 만만한 벗이더니 나이 들면서 차차 내 몸은 나에게 삐치기 시작했고, 늘그막의 내 몸은 내가 한평생 모시고 길들여온, 나의 가장 무서운 상전이 되었다.”(박완서의 <호미>중에서)
) -->
정말 맞는 말이다. 몸만이 현재다. 생각은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몸은 늘 현재에 머문다. 현재의 몸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몸은 늘 모든 것에 우선한다. 몸이 곧 당신이다. 몸을 돌보는 것은 자신을 위한 일인 동시에 남을 위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몸을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직무유기다. 몸을 돌보지 않으면 가장 먼저 자신이 피해를 입는다. 이어 주변에 민폐를 끼친다. 몸을 돌보면 몸도 당신을 돌본다. 하지만 몸을 돌보지 않으면 몸이 반란을 일으킨다. 나는 그게 제일 두렵다. 26~27
저자의 직업은 작가. 더 많은 글을 쓰기 위해, 무엇보다 쓸데 없는 체중과 지방을 태워 자연스러웠던 예전의 모습을 찾아 보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저자는 운동을 시작했다. 이 책을 읽으며 참고한 100여 권의 책을 통해 저자는 다양한 운동의 효과와 자신의 경험을 담았다. 읽는 내내 각성을 하게 했다.
10년 전 어깨뼈(엄밀하게 말하면 견갑와)가 골절되어 수술을 한 적이 있다. 병원에서 거의 한 달을 입원하자 체중이 무려 7킬로그램이 늘어났다. 재활차 핫요가와 걷기, 그리고 스트레칭 등을 시작해 2~3년을 꾸준히 운동을 해서 고등학생 시절의 몸무게인 69킬로그램까지 조절한 적이 있었다. 운동을 하는 순간은 매일 힘들고 괴로웠지만, 운동을 마친 후 샤워를 끝낸 시원함과 산뜻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희열이었다. 어렵게 살을 뺀 후인지라 반대급부로 살이 찐 사람들을 '게으름뱅이'라며 절대로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올히려 더 뚱보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운동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몸이 무겁고 갑갑하고 답답함을 느끼면 박차고 나가 운동을 했다. 하지만 채 며칠을 가지 않았다. 날씨핑계로, 바쁜 핑계로, 이런저런 이유로 채 사흘을 지속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제대로운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었다.
“대부분의 에너지는 쉬는 시간에 태워진다. 몸이라는 자동차는 움직일 때는 시동을 켠 채로 대기하며 버리는 기름이 더 많다. 따라서 몸 자체를 연비가 ‘나쁜’ 자동차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 역할을 하는 게 근육이다. 살을 빼기 위해서는 근육 공장을 만들어야 한다. 근육 없는 다이어트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냥 무식하게 굶어 살을 빼는 방법은 몸을 망치고, 몸매를 망치고, 더 심한 비만을 부르는 최악의 방법이다. 다이어트의 핵심은 근육을 늘리고 지방을 줄이는 것이다. 근육이 늘면 신진대사량이 늘어난다.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다 태우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운동 미니멀리즘>의 저자 이기원의 말이다. 108
이 책은 저자의 솔직한 경험담이 들어있다. 게다가 운동을 전공으로 한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듯한 한마디로 저자의 경험을 따라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만만'했다. '내가 못할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만큼.
아무리 의지가 강하다 하더라도 유능한 선생을 잘 찾아 유료로 PT를 받으라는 충고는 특히 와 닿았다. 10여년 전의 몸과 지금의 그것은 차원이 다르다. 체질도 바뀌었고, 나잇살이란 게 있는 만큼 예전만큼 잘 빠지지도 않으리라. 다시 말해 개인적으로 대충하다가는 쉽게 지쳐서 포기하기 십상이란 뜻이겠다.
처자가 있는 불혹의 나이에 잘난 몸이 무엇이 중요하겠냐 싶겠냐마는 무엇보다 바른 신체에 바른 정신이 깃들기 때문이다. 책에 소개된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예는 이를 잘 말해준다.
프랑스의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그런 사람이다. 그는 걸으면서 자신을 치유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은퇴한 뒤 그에게는 많은 어려움이 찾아왔다. 사랑하던 어머니가 죽고, 부인까지 애를 낳다 죽자 인생이 싫어져 자살까지 시도한다. 이랬던 그가 걸으면서 점차 치유되기 시작한다. 그는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1,099일 동안 걸은 후 이를 바탕으로 <나는 걷는다>란 여행기를 썼다.
“자살 시도가 미수에 그친 후 일단 파리를 떠나자고 생각했다. 석 달 동안 2,300km를 걸으면서 걷기의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매일 20km씩 걸으니 내 몸이 젊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3주 전만 해도 죽으려 했던 사람이 3주 후 걷기의 즐거움에 취해 버린 거다. 인간이란 걷기 위해 태어난 동물이란 생각을 그 때 했다. 신체의 균형이 잡히면 정신의 균형도 잡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바탕으로 소년원 아이들을 걷게 하면서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다른 죄수들은 재범률이 80%가 넘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죄수들의 재범률은 15%에 불과했다. 걷기가 인간에게 가져다준 선물이다. 170~171
큰 도움이 된 책,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읽고 아예 거액을 들여 PT를 끊게 한, 울림이 큰 책이다. 큰 맘 먹고 운동하고 싶다면 먼저 일독하면 도움이 클 것이다.
'리뷰모음 - Readingworks > 철학·예술·교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리뷰]기적의 50℃ 세척법 - 세상에서 가장 쉽고 안전한 먹거리 세척법 (0) | 2015.07.05 |
---|---|
[책리뷰]매거진B 37호 - 퍼플카우 같은 잡지, 매거진 B (0) | 2015.06.14 |
식객 팔도를 간다 - 재미로 한 번 보고 맛으로 두 번 읽은 만화! (0) | 2011.04.20 |
[책리뷰]정의란 무엇인가 - 정의는 답이 아니라 과정에 존재한다! (0) | 2011.01.24 |
[책리뷰]왜 도덕인가? - 옳음은 좋음에 우선한다. 옳음을 좇아라! (0) | 2010.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