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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철학·예술·교양

[책리뷰]기적의 50℃ 세척법 - 세상에서 가장 쉽고 안전한 먹거리 세척법

by Richboy 2015. 7. 5.

 

 

 

세상에서 가장 쉽고 안전한 먹거리 세척법


당장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늦은 오후. 엄마(50이 가까운 나이지만 지금껏 그렇게 불렀다)가 끓여준 바지락시금치국이 먹고 싶어졌다. 하지만 엄마는 지난 해 갑자기 돌아가셨으니 이젠 그 맛과 향을 기억만 해야 한다. 전업작가를 선언한 이후로 집밥도 내가 챙겼던 터라 직접 바지락시금치국을 끓여보기로 했다.

싱싱한 국산 바지락과 남해 시금치는 마트에서 사고, 절친에게서 어렵게 구한 전라도 시골된장과 구운 국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육수로 준비는 완료. 헌데, 가장 까다로운 일이 남았다. 시.금.치. 흙이 묻은 시금치를 깨끗이 씻어야 할텐데...이걸 언제 다 씻지?


요리의 절반은 요리재료 씻기다. 황사와 일본원전사태로 보이는 흙은 물론 보이지 않는 무엇마저 씻어야 할 요즘, 씻기는 제일 중요한 과제다. 그렇다고 매 번 세제를 사용할 수도 없고(난 사실, 세제로 씻는 것이 오히려 요리재료 위에 세제를 코팅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어 사용하지 않는다), 식초 몇 방울은 '이게 과연 세척이 가능할까?'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포털을 통해 세척법에 대해 검색해 보니 포스팅 된 글의 숫자만큼이나 방법도 많아서 무엇이 진짠지 구분조차 가질 않는다. 


그러던 차에,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세척법에 대한 방송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직접 다운을 받아 방송을 봤다. 신기하고 놀라웠다. 듣기로 '에이, 그게 되겠어? 오히려 음식재료나 망치는 것 아니야?'라고 의심했지만, 방송을 보니 의심한만큼 확신이 들었다. 한마디로 신기원이었다. 방송에 나온 내용은 이미 일본에서 책으로 나와 베스트셀러라고 했다. 바로 <기적의 50℃ 세척법>이다.


방송내용은 편성시간과 프로듀서의 편집이 더해져서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해서, 방송은 '정보제공자' 수준으로 여기고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의 이름을 알면 혹시 책이 나왔나 검색을 해 보는 것이 좋다. 다행히 이 책도 국내에 출간되어 있어 반가웠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요리용 온도계 하나만 준비하면 된다.


채소는 물론, 과일과 생선 심지어 육류도 50℃로 세척할 수 있다. 시든 과일이나 채소는 50℃의 물을 만나 세포들이 다시 호흡을 해서 다시 갓 따낸 것처럼 신선해지고, 생선과 육류는 겉에 남은 지방과 찌꺼기가 높은 온도에 녹아 깨끗해진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인데, 원리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시키는대로 해 보니 역시 모두 신선해진다는 점이 신기할 정도였다.

특히 생선이나 육류는 '익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 뜨거운 물을 만나면 익는 듯 색깔이 약간 탁해지지만 1분만에 꺼내어 놓으면 원래의 색으로 돌아가는 점이 놀라웠다.


이후 나는 모든 식재료는 50℃의 물에 약 1분 정도 담궈둔다. 다른 무엇도 아닌 물이니 성분을 의심하지 않아도 되서 좋다. 50℃세척법에 익숙해지다 보니 한 가지 터득한 것이 있는데, 바로 50℃의 물을 쉽게 얻는 법이다. 보일러가 있는 가정의 수도에서 온수를 가장 뜨겁게 한 상태로 1~2분 정도 틀어놓으면 꽤 뜨거운 물이 나오는데, 이 온도가 약 50℃ 남짓이니 따로 물을 끓여서 온도를 측정해가면서 찬물을 넣을 필요가 없다.


물론, 오늘 끓인 바지락 시금치국의 시금치도 50℃세척법으로 씻었다. 뿌리를 칼로 자르고 상한 시금치 잎을 정리한 후 따로 씻지 않고 우선 큰 보울에 담아놓은 50℃의 물에 담궈서 1분을 기다렸다. 숨이 죽었던 시금치들이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볼 법한 모습으로 서서히 살아나는 것이 보였다. 잎사귀가 탱탱해지니 흙도 스스로 떨어졌다. 1분 후 다듬은 시금치를 꺼내니 맑은 녹색을 띤 물에 시금치에 붙었던 흙들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 이후에는 평소처럼 흐르는 찬 물에 마무리 하듯 씻어주면 세척은 끝이다. 


이런 내용을 굳이 책으로 사서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겠다만, 공짜 정보가 흐드러지게 많은 만큼 거짓되고 부풀어진 찌라시같은 정보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가족이 씻고 먹는 일에 공짜를 바랐다가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쩔텐가? 몇 년 전 가습기를 깨끗이 하겠다고 세제를 사용했다가 안타까운 수많은 아기들의 목숨을 잃은 사건은 큰 본보기가 된다. 먼저 의심하고 분석하고 스스로 고민해서 판단하지 않고 남들이 많이 하니까 따라하다가 큰일난 것이 아니던가?


그 점에서, 이 책은 참으로 유익하다. 무엇보다 내 가족이 먹을 모든 음식을 제대로 씻는 법이라는 점에서 재확인하는 차원에서라도 추천하고 싶다. 난 이보다 더 쉽고 안전한 세척법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