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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Richboy.../하루 더듬기

어느날, 그곳이야기...

by Richboy 2007. 6. 24.

 

꽁치구이. 그 때문일 거다.

 
오븐에 구워져 저녁밥상에 올려진 꽁치구이냄새가
그곳을 떠오르게 했다.
 
꽁치구이와 오이소박이, 백김치와 젓갈
그리고 흰디 흰 쌀밥을 맛나게 먹었던 기억.

든든하고 후끈해진 배를 어루만지며 흐믓해하고 밖으로 나와
다시 쌀쌀한 날씨를 뒤로 하고 찻집에 들었었다.
 
약차방藥茶房.
조계사 뒷문쪽 잘 보이지 않는 나무간판에 그렇게 써 있다.
약간 고개를 수그려야 들어가는 찻집엔
온갖 차내음이 주인보다 먼저 반겼다.

눈에 들어온 건 부탄가스위에 올려진 연한 밤색 비젼Vision유리냄비에
끓고 있는 붉은 대추였다.
물의 대류에 따라 뜨거운물에 푸욱 절은 건대추는 캉캉춤을 추는 댄스들처럼
가운데를 사이에 두고 좌에서 위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계속해서 회전을 해댔다.
붉은 물을 뱉어내면서.
 
보라색 부탄개스불과 밤색 유리그릇에 비친 붉은 대추차는 빛을 주워담아
크리스탈 핑크처럼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훈훈한 기운...
달콤한 향기...
모닥불같은 불빛.마음이 끌렸다.
 
마치 이곳으로 불러들인 것처럼. 
그래서 이젠 자기를 마시기를...
음미하도록 유혹하듯이.
 
예전엔 미처 몰랐던 미지의 맛, 향.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저거..한 잔 주세요."
 
큰 한술의 꿀과 붉은 대추를 나무숫가락으로 자알 저어
호호 거리고 마시던 기억.
잠깐의 기억이 이젠 추억이 되서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늦은 가을 이었나보다.
아마도.
 
비도 왔었던 것 같다.
아마도.
 
아니, 왔었다.
가을비. 그랬구나.
 
비오는 날, 인사동을 걸었었던 같다.
 
동동 도로동동..
 
크게 활굽은 우산을 두들기는
비는 자신을 알리고,
 
난 그 소리를 들었다.
무뚝뚝한 풍경소리처럼.
 
추척대며 걷는 아스팔트길은
빗물과 헤트라이트빛을 안고 있었다.
깨끗하고 ...깨끗한 길.
 
신발이 젖고...
청바지 뒷춤이 젖는 것도 모르고...
인사동을 즐겼던 기억.
 
혼자였는지...
누구와 함께 였는지 모르겠다.
 
알지 못하면...
기억하지 못하면...
더이상 모르는 사람. 지워졌나 보다.
 
 
늦은 저녁의 빗소리와 꽁치구이가 인사동을 불렀다.
내일 가봐야겠다.
 
내일도 비가 왔으면...
왔으면...
 
내가 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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