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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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전반에 걸쳐 장단점과 대안을 제시한 책!
세인들이 현실을 논論함에 있어 빠지지 않는 것이 '경제'다. 나라경제의 옳고 그름과 나아갈 바에 대해 이야기들 하지만 정작 '경제학자'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은 듯 하다. 명망있는 경제학자들이 입각하여 '재경부'의 수장이 되기도 하지만, 업계(?)에서 알아주었던 명성만큼 현실경제를 잘 이끌지는 못하는 듯 하다. 그 어디서 무엇을 했던지 관직官職에 오르기만 하면 정치인이라는 '오명'을 씌워 도매금으로 넘기는 경향도 없잖지만, 학계에서 이론을 정립하는데는 유능할 지 몰라도 자신의 이론들을 현실에 적용하기는 쉬운 일이 아닌 듯 하다. TV의 경제정책토론이나 신문의 컬럼만 보더라도 학자들보다 업자들의 목소리가 크고, 호응이 높은 이유는 뭘까? 현장에서 발로 뛰며 현실을 체득하고 있는 업자들의 현실론이 책상물림의 과거회귀형으로 대변되는 학자들보다 더욱 생동감있고, 구체적이라는 데 있다. 과연 경제학자들은 현실경제에는 약하기만 한 것일까? 현실의 당면한 문제점들에 대해 옳고 그름, 나아갈 바를 제시할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다.
조목조목 짚어가며 한국경제에 대하여 이야기한 경제학자의 책을 만났다. 저 멀리 싱가포르 국립대학 경제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신장섭 교수가 경제와 한국 경제의 현안에 대해 무려 70가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몇 안되는 제도주의 경제학자이며, 좌파도 우파도 아닌 실용주의자라고 스스로를 말하고 있어 신선하기까지 하다. [한국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라]가 그것이다.
우선 이 책의 출간에 대해 반가움을 금할 수 없다. 이제껏 출간된 경제학관련서들이 '경제학 원론'을 읽기 쉽게 풀이했거나, 제도주의 경제학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행동주의 경제학'을 설명하는 책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들은 거의가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경제원리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쉬운 경제학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들은 학문을 이해하는데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실제로 경제상황을 살펴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이론들이어서 자못 아쉬웠었다. 몇 몇 현실경제를 이야기하는 학자들도 있었지만, 이 또한 정치경제학적 접근에 근거하고 있어 좌향좌냐? 우향우냐?의 정치적 논쟁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옛날이 그립다'고 말하는 세인들의 말이 있듯 하기 좋은 말로 국민된 입장에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면' 그 어느 쪽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잘못만을 논하는 게 경제학일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답답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학자의 손에 의해 가장 '뜨거운 감자'로 거론되는 한국경제의 대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 장단과 핵심을 지적하는 책이 나온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상식선에 던지는 경제문제들, 예를 들어 한국 경제는 어떻게 기적을 이뤄냈는가? 왜 갑자기 금융 위기에 빠졌는가? 삼성, 현대와 같은 기업들은 어떻게 그렇게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의 반열에 올랐는가? 한국 경제,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가? 한미 FTA는 왜 필요한 것인가? 공기업 개혁, 왜 ,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식시장은 투기꾼들이 지배하는가? 부동산 시장, 때려잡아야 하나? 환율, 왜 널뛰기를 하나? 등 70여 현안에 대해 학자의 입장에서 소신껏 응답하고 있다. 다소 논쟁의 여지가 있는 대답도 있고, 소신이 한껏 뭍어있는 용기있는 대답들도 발견하게 된다(외국에서 근무하고 있어 제 3자된 입장이 되서 일까? 아니면 국외에 있어 그런 용기가 생기는 것일까 읽는 내내 궁금했다).
그중 인상깊은 몇 가지 질문을 살펴보면 글로벌 스탠더드, 누구에게 좋은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우며 한국 경제를 모두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국내외 학자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모든 이익이 돌아갔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국 경제를 위한 처방이라면 한국 경제의 구체적인 현실에 기초해서 변경되어야 할 것인데, 글로벌 스탠더드를 들이대며 한국이 이에 맞춰 구조조정을 해야만 세계화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바람에 수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고, 수많은 실업자가 양산되었고, 그로 인한 부실채권을 외국인투자자들에게 헐값에 넘겨야 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하는 것들은 전 세계 모든 나라, 모든 사람들에게 바람직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집단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데에 바람직하니까 만들어 놓고 남에게 따라오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경제를 운용하는 시스템을 고를 때에도 국가 경제의 전체적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무엇이 더 바람직한지를 잘 살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또한 한국경제가 그토록 폐쇄적이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수출 주도 국가가 폐쇄적일 수 가 있는가? 라며 되물으면서 아무리 자유무역을 하려고 한들 무역적자가 계속 쌓이면 금융 위기를 당하기 때문에 그 전에 수입을 줄일 수 있는 단기 대책을 허용해 줘야 한다며 실제로 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실행한 수입 규제 조치들도 내용을 따지고 보면 국내 산업 보호 보다는 무역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 더 많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한미 FTA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명시적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외부 충격을 통한 내부 개혁론을 내세우는 사람들이며, 한국경제의 현재 시스템은 아직도 문제가 많으니 한미 FTA라는 외부 강제 수단을 통해 한국 경제를 더 개방학 내부 시스템도 더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저자는 FTA에 마치 국운이 걸려 있는 듯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한국 경제가 개방에 관해 택할 수 있는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고, FTA는 그중 한 가지일 뿐, 어느 나라와 먼저 하는 것이 좋은지, 어느 수준에서 체결할 지 등을 구체적으로 생각해서 주체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개방은 필요하지만, 갖고 있는 것을 송두리째 내 주는 것은 개방이 아니며, 우리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 하고 개방을 통해 우리가 필요한 것을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개방은 문제의 해결점이 아니라 어려운 협상 과정의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그 밖에도 부동산 문제는 정치문제이고, 부자와 투기꾼은 엄연히 분리해야 하고, 앞으로 다가올 노령사회에는 이민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저자는 우리나라 경제현실의 문제점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설명과 해법 중 논쟁의 여지가 없잖지만, 경제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말하고 있는 경제학자의 모습이 보기 좋다. 그리고 새로운 시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기고 있다. 신문과 언론의 주장이 천편일률적이거나 양분화되어 여론을 몰아가는 습성이 있고, 그에 휩쓸린 여론은 혹시라도 그것에 어긋난 생각이나 주장이 제기되면 적대시하거나, 무시하는 풍조가 우리 사회에 적잖다. 판에 박힌 목소리와 주장 속에서 만난 반가운 목소리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우리에게 현실을 흐름대로 볼 것이 아니라, 조금 떨어져 보거나 거슬러 바라보기를 권한다. 대한민국 경제에 관심을 둔 독자들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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