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모음 - Readingworks/소설·비소설·인문·

사랑은 에로틱한 사람도 로맨틱하게 만든다?

by Richboy 2009. 2. 3.

 

 

 

 

사랑은 에로틱한 사람도 로맨틱하게 만든다?

 

  중학 시절, [하이틴]이라는 학생잡지를 즐겼던 때가 있다. 그 책에 무슨 내용이 들어 있었길래 열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잡지 한가운데 두꺼운 마분지로 만들어진 당대의 아이돌 스타들 사진은 책을 펴면 제일 먼저 봤던 기사였다. 피비 케이츠, 브룩 쉴즈, 소피 마르소등 세계 최고의 하이틴 배우들의 야릇한 미소는 사춘기를 막 벗어난 여드름투성이의 중등이에겐 울렁거리는 모습이기에 충분했다.

 

  잡지의 하이라이트는 후반부에 있는 로맨스소설. 처음에는 그냥 지나치다가 우연히 읽은 후엔 과월호를 뒤져서 찾아 읽을 만큼 재미있고, 흡인력이 강했다. 통속소설을 난생 처음 읽은 느낌은 설탕맛을 알게 된 어린아이의 느낌이랄까? 귀가 번쩍 뜨이고 눈이 커지는 듯한 놀라움 자체였다.

 

그후로 박범신, 김홍신, 이규형등 당시의 청춘소설을 섭렵했었는데, 어찌나 즐겨 읽었던지 읽어가는 소설 수에 반비례하는 학과성적 때문에 아버지의 몽둥이에 못이겨 결국은 소설읽기를 그만 두었다. 나의 통속소설에 대한 기억은 그렇다. 우연히 제목에 끌려 집어든 소설, 『로맨틱한 그녀의 에로틱한 글쓰기』를 집어들었을 때 그 시절이 생각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에로소설계의 톨스토이’로 불리는 유명한 32살의 예쁘지 않은 노처녀 에로작가 오자인과 옆집남자 완소남 장호수. 그 둘의 만남은 우연치고는 얄궃기만 하다. 장호수의 직업은 배우이며 배경 또한 심하게 착한데, 그는 에로작가인 그녀의 열렬한 팬이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데는 에피소드도 많고 시간이 걸렸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풋풋하고 예쁜 사랑을 그려냈다. 박장대소보다는 신웃음, 감동보다는 느낌으로 다가와 읽는 내내 잔잔히 스며드는 설레임과 애틋함은 어린시절의 그때같아서 기분이 묘하기까지 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주인공과 소설의 내용이 동경의 대상이었던 어린시절과 달리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면 잘 될까?’, ‘나름 콘텐츠로 쓰이면 괜찮겠다’ 등 읽는 내내 잡생각으로 얼룩졌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을 수 있던 건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가슴 저 깊이 꿈꾸는 로맨스가 있기 때문일게다.

 

마치 60의 어머니가 인기리에 방영중인 “꽃보다 남자” 라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 시간에 맞춰 티비 앞에 최대한 가까이 앉으시고, ‘어머머...저를 어째!’ 등등의 감탄사를 연발하시며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세대와 나이를 떠나 모두에게 ‘꿈꾸는 로맨스’는 남아있을게다.

 

전형적인 로맨스소설, 그래서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