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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펜서 존슨, 그가 오늘 치즈를 버리고 산에 올랐다!
세상이 깊은 골짜기에 빠졌다. 십 년 전에는 우리만 빠졌는데, 이번엔 세계가 몽땅 빠져버렸다. 불황, 실업, 소비위축, 자살...아홉시 뉴스엔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이 넘쳐나고, 어디를 가도 사람들 표정은 굳어 있다. 힘을 내보려 애를 쓰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누구에게 원망해야 할이지 조차 모르겠다. 두려움이라는 짙은 안개가 세상을 드리우고 있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10년 전 우리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갑작스런 ‘부재不在의 고통’에 빠져 있을 때 격려해 준 책이 있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Who moved my cheese?> 책이었는데, 주인공 쥐 허를 통해 치즈(내가 가지고 있던 소주한 것들)'를 상실하게 된다면 급격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심리적인 공황 상태에 빠져 버리는데, 이 때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모습들과 지혜들을 제시해 줘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저자는 스펜서 존슨Spencer Johnson. 그가 올 해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세계인을 위해 또 다시 책을 냈다. 2009년에 미국에서 발간된 신작이다. <피크 앤 밸리 Peaks and valleys>- 절망의 골짜기에서 다음 봉우리를 바라보라 이다.
“직장생활이든 인생이든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게 마련이다.”
스펜서 존슨은 지금의 위기를 ‘골짜기’로 바라보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이라...우리의 심장 박동 그래프가 닮았고, 기분의 변화표를 닮았고, 주식 도표가 그렇다. 스펜서 존슨은 우리의 인생살이를 무한하게 많은 산에 오르는 것으로 보았고, 세계 금융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는 지금 골짜기에 서 있다고 생각했다. 산은 피크(정상)과 밸리(골짜기)갖고 있다. 우리의 인생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다.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는 것 같다.
오르막과 내리막은 우리 인생의 전성기와 침체기와 같다. 나의 하루 기분이 수없이 변했듯이 우리 인생의 기복도 변화가 심하다. 산이라는 인생에서 골짜기란 바닥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장소다. 더 이하는 없다. 이제 올라가는 길 뿐이다.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르면 된다. 하지만 인생이 오르막과 내리막만 있다면...너무 괴롭지 않을까? 오르막에서 영원히 있을 수는 없을까?
오늘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 순간을 빼고는 즐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웃고, 즐거웠다면 그 사람은 미친 사람일 것이다. 괴로운 때가 있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슬플 때가 있어 기쁠 때를 아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기복을 갖고 있다. 마치 산의 모양처럼. 그렇다면 산의 정상은 가장 뾰족하지 않던가? 그럼 기쁨의 순간은 잠시라는 것인가? 그 순간을 위해 살아야 할까?
이 책은 그 답을 던지고 있다. 인생의 절정과 나락은 산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오늘 성공에 도취되어 저지르는 실수는 내일을 불행을 초래하고, 오늘 시련에 슬기롭게 대처하면 내일의 행복을 창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공했을 때, 기쁠 때, 행복할 때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나쁜 시기에 빠질 위험을 줄인다. 정상에서 오만하지 않고, 안일하지 않으면 그 정상을 오래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침체기에 빠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골짜기는 산의 부분인 것처럼 지금의 위기는 내 역사에 있어서 짧은 순간이다. 언젠가는 벗어난다. 하지만 마냥 두려워 한다면 골짜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저자는 말한다. “현실과 친해져라. 현실을 실제보다 더 나쁘게 보지 말아라.” 현실을 파악하고 침체기에 빠지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그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 아집과 독선을 버리고, 두려움에서 벗어나 다른 봉우리(현실에 맞는 미래)를 바라보고 첫 발을 내딛어 길을 나서는 것만이 골짜기를 벗어나는 방법이다. 당연하고 마땅히 그래야 할 말들이다. 하지만 읽지 않았다면 생각하지 못했지도 모르는 진리같은 말이었다.
이 주전 주말, 그녀와 함께 청계산을 올랐다. 봄기운을 만끽하기는 등산만한 것이 없을 거라며 전날 밤 즉흥적으로 결정해서 오른 터라 사전지식도 준비도 없이 결정한 일이었다. 처음 올라간 청계산淸溪山은 ‘천계단千階段’ 이었다. 흙을 밟고, 바위를 밟은 기억은 없고, 계단만 천여 백개를 오른 것 같았다. 혼자 올랐다면 그만 포기하고 내려오고 싶었던 마음이 수십 번은 들었다. 둔턱마다 서서,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기를 얼마나 했던가? 마침내 망경대에 도착했을 때 땀을 식혀주는 듯 부는 봄바람은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골짜기 아래 평지에서든, 그 중간이든 사람들은 산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어서 누구나 산이 정상이 있는 뾰족한 삼각의 모양인 것을 안다. 하지만 오르지 않는다면 그 정상에 설 수 없다. 아무런 준비가 없다면 정상에 오르기도 힘들다. 정상을 오르려거든 처음부터 장비를 챙기고, 일기예보를 듣고, 식량을 준비해서 올라야 한다. 내게 주어진 현실을 가장 잘 파악하는 것이 산에 오르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물론 끝까지 오를 체력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나는 청계산을 오른 다음날부터 일주일동안 근육통에 시달렸다).
저자는 고통과 기쁨, 슬픔과 성공, 추락과 상승은 반복되므로 지금 골짜기라고 해서 허둥지둥 거리지 말라고 말한다. 산을 오르내리듯 인상의 싸이클에 몸을 맡기고, 침체기인 지금 현실을 직시해 기회를 찾고, 다가올 전성기를 준비하라고 격려하고 있다. 십 년전 IMF때 직장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이 ‘산’에 올라 다시 기운을 얻었다는 말이 새롭게 들렸다. 아마 그들에게 산이 그렇게 격려했을 것 같았다. 자기계발서를 읽는 목적은 남이 구한 답을 공짜로 얻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데 있다. 이 책은 내게 두려워 말고, 긴장을 풀고 좀 쉬기를 권하는 것 같았다. 한결 편해진 기분, 묘했다. 산을 좋아한다면 산 중턱에서, 정상에서 읽는다면 그 뜻을 더 깊이 새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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