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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Richboy.../하루 더듬기

단추가 떨어질 때마다...

by Richboy 2009. 6. 11.

 

 

나에게 단추란...

"자취 13년, 단추가 떨어질 때마다 ‘울컥’ 목까지 차오르는 어머니" 이다

 

사진, 글씨, 글_ 이장욱

<풋 2009년 봄호_문학동네>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나이로 따지자면 여자아이들의 고무줄을 끊어먹고, 커버라 불리는 프라스틱 자동차 시트를 서 너칸 잘라서 고무줄에 걸어 스타킹을 신은 적(?)들의 다리를 한참 공격하던 초등학교 2학년 때 탯줄을 끊었을 만큼 차이가 나는 친구다. 알게 된 것은 작년이고, 온전히 이야기한 것도 두어 번 되지만 친구는 친구다. 내가 마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엔 비슷한 생각과 행동반경을 가진 또래와 친구를 먹더니, 요즘은 마치 다른 행성에 사는 생명체들과 친구를 먹는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약아지는 탓이리라. 아무튼 같은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듯한 나이어린 친구와 이런 저런 인연으로 마음을 주고 있었는데, 오늘 어머니의 부고를 알리는 녀석의 글을 보고 심장이 잠시 멈춘 듯 했다.

 

“나에게 단추란...‘자취 13년, 단추가 떨어질 때마다 ‘울컥’ 목까지 차오르는 어머니‘ 이다.” 라는 친구의 예전 홈피 글을 읽었던 터라 녀석이 모정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주일 전에 가신 어머니의 부고를 뒤늦게 올린 친구가 안타깝고 미웠다. 바로 알릴 만큼 친하지 못했으며, 주위를 살필 경황이 없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오래전부터 아프셨다는 이야기도 오늘 알았다. “그렇네요, 마음이...” 무선으로 들리는 목소리에 동자승같은 친구의 해맑은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져 난 기억도 나지 않는 말들을 한참 동안 더듬었다. 그의 마음을 알 것 같아서, 언젠가 나도 그럴 것만 같아서...

 

내가 그 슬픔을 겪을 때는 녀석을 옆에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