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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Richboy.../하루 더듬기

당신은 얼마나 배려하고 있나요?

by Richboy 2009. 9. 19.

 

 

 

시각장애인의 선글라스는 멋이 아닙니다.

길에서 만나는 비장애인을 위한 작은 배려입니다.

 

 

장애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장애는 '앞을 볼 수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앞을 볼 필요가 없는 깊은 밤에 '꿈조차' 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선글라스로 먼저 이 글을 읽는 우리를 배려합니다. 아니, 존중합니다.

우리는 무엇으로 그들을 존중하고 있나요?

 

짧은 글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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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친한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는 마침 숲 속을 오랫동안 산책하고 돌아온 참이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었습니다. "별 거 없어." 내가 그런 대답에 익숙해지지 않았다면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눈이 멀쩡한 사람들도 실제로는 보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답니다.

 

  어떻게 한 시간 동안이나 숲 속을 거닐면서도 눈에 띄는 것을 하나도 보지 못할 수가 있을까요? 나는 앞을 볼 수 없기에 다만 촉감만으로 흥미로운 일들을 수백 가지나 찾아낼 수 있는데 말입니다. 오묘하게 균형을 이룬 나뭇잎의 생김새를 손끝으로 느끼고 은빛 자작나무의 부드러운 껍질과 소나무의 거칠고 울퉁불퉁한 껍질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집니다. 봄이 오면 자연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첫 신호인 어린 새순을 찾아 나뭇가지를 살며시 쓰다듬어봅니다. 꽃송이의 부드러운 결을 만지며 기뻐하고, 그 놀라운 나선형 구조를 발견합니다. 자연의 경이로움은 이와 같이 내게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운이 아주 좋으면, 목청껏 노래하는 한 마리 새의 지저귐으로 작은 나무가 행복해하며 떠는 것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손가락 사이로 시원한 시냇물도 즐겁지만 수북하게 샇인 솔잎이나 푹신하게 깔린 잔디를 밟는 것도 화려한 페르시아 양탄자보다 더 반갑습니다. 계절의 장관은 끝없이 이어지는 가슴 벅찬 드라마이며, 그 생동감은 내 손가락 끝을 타고 흐릅니다.

 

  때로 내 마음은 이 모든 것을 보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해집니다. 그저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는데, 눈으로 직접 보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그런데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을 그 아름다움을 거의 보지 못하더군요. 세상을 가득 채운 색체와 율동의 파노라마를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갖지 못한 것만 갈망하는 그런 존재가 아마 인간일 겁니다. 이 빛의 세계에서 시각이란 선물이 삶을 풍성하게 하는 수단이 아닌, 단지 편리한 도구로만 사용되고 있다는 건 너무나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내가 만약 대학 총장이라면 '눈을 사용하는 법'이란 강의를 필수과정으로 개설했을 겁니다.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는 것들을 진정으로 볼 수 있다면 삶이 얼마나 즐거울지를 알게 해주는 강의가 되겠지요. 말하자면 나태하게 잠들어 있는 기능을 일깨우는 겁니다.

 

 

 

 

<사흘만 볼 수 있다면>, 헬렌 켈러/박에스더, 신창식, 산해, 1993/2007 22~2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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