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Some place../書架에 꽂힌 冊

<스노볼>의 워런 버핏, 난 한국 주식시장에 이렇게 투자했다!

by Richboy 2009. 9. 23.

 

   워런 버핏의 평전 스노볼 1,2 권 모두를 읽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스노볼>을 읽기 전에 가졌던 그에 대한 정보와 생각들이 편향적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에 대한 미디어의 기사들 역시 큰 물고기의 비늘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천재라고 하기에는 어수룩하고, 평범하다고 하기에는 너무 비범하네요. 확실한 것은 그가 가진 재산보다 그가 가진 생각이 더 부자라는 것입니다. 그의 마음을 배우고 싶어졌습니다.

 

  책을 들면서 알고 싶은 의문이 여럿있습니다.

 

버핏이 가진 부자마인드란 무엇일까?

버핏만의 투자방식은 무엇일까?

그의 일상은 보통 사람들과 무엇이 다를까?

정말 체리코크와 햄버거 그리고 프렌치 프라이에 열광할까?

... 등등

 

마지막으로 그가 가진 인생관은 무엇일까? 이었습니다.

 

  의문을 가지고 책을 읽으면 책읽기가 한결 편해집니다. 그리고 소풍날, 지도를 가지고 보물을 찾는 아이들처럼 흥미가 생기죠. 이 책은 제가 가진 의문을 여럿 풀어주었습니다. 아니, 기대한 것보다 인생과 투자에 대해 그보다 더 많은 해답을 알려주었습니다. 여러분도 2,000여 페이지(보통 경제경영서 관련 도서는 페이지당 20-22 줄인데 반해 26줄을 지녔으니, 실제로는 일반 단행본 10 권 분량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를 읽은 보람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 중에 얻은 소득은 세 페이지에 걸친 '한국관련 이야기'입니다. 워런 버핏은 이 부분에서 자신의 '주식투자 방식'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비록 2004년의 시기이지만 세계의 시장 가운데 한국의 주식시장이 내재가치가 충분한 시장인지를 직접 말합니다(버핏의 돈을 외국 투자자본으로 생각한다면 과연 기뻐할 일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이 부분을 통해 '주식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게다가 워런 퍼핏이 생각하는 '북한과 대치중인 한국 주식시장'도 엿볼 수 있습니다. 세계제일의 부자이자 가치투자의 대가로 알려진 그가 70의 나이에 투자에 앞서 한국의 실정에 맞는 경제용어들을 따로 배워가며 공부한 내용을 살펴보면 '호랑이는 토끼를 잡는 데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엄선한 25 개의 투자처 중에서도 선택을 한 종목은 우선 100 주를 매입하는 것으로 시장을 참여하더군요. 

 

  <스노볼>의 내용 중에서 워런 버핏의 '실전 주식투자'를 엿볼 수 있는 이 부분을 다소 길지만 소개할까 합니다. 많은 참고가 되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오늘의 여가시간을 <스노볼>의 리뷰를 쓰는 시간으로 비워둘까 합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조만간 리뷰를 통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책은 독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요지경입니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으신다면 다른 의견과 생각 그리고 더 많은 배움을 얻으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투자'를 하는 독자분들이라면 꼬옥 읽어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2004년 어느 날, 버핏은 자기 주식 중개인으로부터 두꺼운 책 한 권을 받았다. 전화번호부를 여러 권 포개서 묶어 놓은 것처럼 두꺼운 책이었다. 이 책에는 한국의 주식 목록도 들어 있었다. 버핏은 그동안 전 세계의 경제 단위들을 훑으면서 저평가된 국가, 저평가된 채로 남들이 간과한 시장을 탐색하고 있었다. 그런 시장이 바로 한국에 있었다. 그는 이 책의 한 줄 한 줄을 꼼꼼하게 줄치며 연구했다. 하지만 한국 시장의 여러 수치와 전문 용어가 낯설기도 했다. 그래서 전혀 다른 상업 문화를 표기하는 새로운 기업 언어를 완전히 새로 배울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다른 책 한 권을 따로 구해서 한국의 회계 방식에 대해서 중요한 사항들을 모두 파악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국식 회계 속에 숨어 있는 속임수에 넘어갈 확률을 줄였다.

 

이렇게 한국 시장의 주식 종목들을 완전히 파악한 뒤 분류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작업을 하면서 버핏은 그 옛날 그레이엄-뉴먼에서 글토록 원하던 회색 면 재킷을 입고서 일하던 때를 생각했다. 지금이 그때와 똑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온갖 수치들로 가득 채워진 수백 쪽의 회계 자료들을 파면서 버핏은 어떤 주식이 중요하고 또 이 주식들이 어떤 양상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파악했다. 처음에는 한국 주식 시장의 수천 개 목록을 가지고 작업했지만, 예전에 <무디스 매뉴얼>을 가지고 그랬던 것처럼 노트에 메모를 해가면서 버핏은 쓰레기더미 속에 반짝이는 진주를 찾아 서서히 이 숫자를 줄여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이 목록의 숫자는 한층 단출해졌다.

 

이제는 규격 용지 한 장에 다 들어갈 정도로 검토 대상 목록이 줄어들었다. 기껏해야 스물다섯 개도 되지않았다. 이 가운데는 세계적인 회사로 손꼽힐 만큼 규모가 큰 것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규모가 작았다. 이 목록을 버핏은 한 방문객에게 내 보였다.

 

  “이걸 보시오. 이것이 내가 하는 방식입니다. 원화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들어가서 한국의 증권거래소를 가보면, 각각의 주식은 종목 기호 대신 숫자로 표시됩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모두 우선주가 아니면 영[0]으로 끝납니다. 우선주일 경우에는 5번을 클릭합니다. 2차 우선주는 6번이 아니라 7번을 클릭합니다. 밤마다 특정 시간대에 인터넷에 접속해서 중요한 사항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날 5대 최대 매수 증권사 혹은 매수 증권사가 어디인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 있는 은행에 구좌를 개설해야 합니다.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나도 하면서 배우는 중입니다.

 

  나에게 이건 마음에 드는 여자를 새로 한 명 찾아내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회사들은 무척 우량 기업들입니다. 게다가 싸기까지 하죠. 5년 전보다 더 싼데, 사실 l 회사들의 자산가치는 그때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이 회사들 가운데 절반은 이름이 마치 포르노 영화 제목처럼 들립니다. 철강이나 시멘트, 밀가루, 전기와 같은 기본적인 물품들을 만드는 회사들입니다. 한국에서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도 상당히 높고, 이런 상황은 가까운 미레에는 바뀌지 않을 전망입니다. 그리고 이 회사들 가운데 몇몇은 중국과 일본에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여태 투자자들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이 제분회사를 보십시오. 이 회사가 확보하고 있는 현금은 시장 가치보다 더 많잖아요. 주가 수익률(주가를 1년 수익으로 나눈 비율)도 3밖에 되지 않습니다. 많이는 살 수 없습니다만, 꽤 샀습니다.

 

  여기 또 다른 회사, 유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내 개인 포트폴리오에 한국의 주식들을 포함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외국 통화에 관한 전문가가 전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도 한국의 통화인 원화로 이들 주식을 가지고 있어서 마음이 아주 편합니다.

 

  이 주식들이 안고 있는 주된 위험, 그리고 이 주식들이 싼 이유는 북한이라는 존재 때문입니다. 북한은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위협이 맞습니다. 만일 북한이 남침한다면 전 세계는 지옥으로 변할 겁니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아시아 전체가 이 전쟁에 말려들 겁니다. 이렇게 될 경우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는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머지않아서 핵무기를 손에 넣을 겁니다. 나는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 가운데 하나라고 봅니다. 하지만 나는 중국이나 일본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이 북한이 남한을 핵무기로 공격하는 상황이 전개되도록 절대로 가만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데 돈을 겁니다.

 

  투자할 때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미래라는 건 언제나 불확실하니까요. 내 생각에 이 주식들은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몇몇 주식은 좋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틀림없이 괜찮습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이 주식들을 가지고 있을 참입니다."

 

  버핏은 새로운 게임 하나를 찾아냈다. 해답을 찾아야만 하는 새로운 수수께끼였다. 버핏은 한국 주식들에 대해서 다 많은 것을 알고 싶었다. 그러면서 그 옛날 소년 시절에 아크바센 경마장에서 사람들이 모르고 잘못 버린 당첨된 마권을 찾던 그 열정으로 멋진 투자 기회를 포착하려고 눈을 반짝였다.      <스노볼2, 앨리스 슈뢰더> (랜덤하우스, 2009, 657-659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