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최고의 걸작!
_ 다쓰다 데쓰오(문학평론가)
많은 죽음 앞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진지한 질문을 건네오는 소설이다.
_ 기타카미 지로(문학평론가)
가슴이 따끔거린다. 어떻게 해도 진정되지 않고 상념에 사로잡힌다. 책을 읽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고 한숨을 쉰다. 그리고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려, 이내 이야기의 깊이에 이끌린다. 촘촘한 구성과 묘사가 만들어내는 밀도 있는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읽을수록 더욱 묵직해지는, 절대적인 질량을 가진 작품이다.
_ 시게마쓰 기요시(소설가), 아사히 신문
삶과 죽음과 사랑이라는 인간의 삼대 난제를 정면에서 도전했다.
도스토옙스키 뺨치는 이 배짱 있는 문학적 모험에 경의를 표한다.
_ 이노우에 히사시(소설가), 나오키상 심사평
“제가 칠 년에 걸쳐 쓴 이 작품은
지금 이 세상에 꼭 있었으면 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_ 텐도 아라타
제140회 나오키 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작가 텐도 아라타의 일본을 울린 대작
오늘날 이 사회에 넘쳐나는 무차별 살상, 학대 등 다양한 종류의 사건과 사고, 폭력과 상처를 마주했을 때,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텐도 아라타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 편의 소설로 대신한다. 가족의 해체(『가족 사냥』), 아동 학대(『영원의 아이』) 등으로 얼룩진 현대인의 정신병리적인 문제들을 약자의 편에서 진지하게 천착해온 텐도 아라타가 이번에는 ‘애도’라는 키워드를 통해 선과 악, 생과 사가 교차하는 묵직한 삶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전국을 떠도는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애도하는 사람』은 독자와 평단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제140회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 나오키 상의 심사 위원 이노우에 히사시는 말한다. “삶과 죽음과 사랑이라는 인간의 삼대 난제를 정면에서 도전했다. 도스토옙스키 뺨치는 이 배짱 있는 문학적 모험에 경의를 표한다.”
“애도하고 있습니다……
당신이라는 특별한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았다는 걸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애도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오랫동안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청년이 있다. 세간의 상식으로 볼 때 주인공 시즈토는 영락없는 ‘기인’이다. 그가 생업을 차치하고 떠돌며 애도하는 대상은 친분이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다. 사건 혹은 사고가 난 현장 근처에서 “고인은 누구를 사랑했는가, 누구에게 사랑받았는가, 어떤 사람이 그 고인에게 감사했는가”라고 하는 세 질문을 하고 그 대답으로 고인의 존재를 애도하고 마음에 새긴다. 위선자가 아닌가, 신흥종교 집단의 유목적적인 종교활동이 아닌가, 세간의 시선은 그의 기묘한 행보에 대해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외려 불쾌하다거나 의심을 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그를 ‘애도하는 사람’이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선인/악인의 구분 없이 누구의 죽음도 평등하게 애도하는 시즈토의 진의는 무엇인가? 대체 어떤 연유로 그는 그러한 기행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는 위선자인가, 성자인가?
“당신은…… 나를 사랑해준 사람입니다.”
“당신은…… 내가 깊이 감사하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사람입니다.”
소설은 주인공 ‘애도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와 관련이 있는 세 사람의 시점에서 옴니버스식으로 그려나간다. 취재를 나갔다가 우연히 그가 애도하는 장면을 목격한 주간지 기자 마키노, 시즈토의 어머니 준코, 그리고 남편을 죽인 후 죗값을 치르고 갓 출소한 유키요, 독자들은 이들 세 목소리를 통해 ‘애도하는 사람’을 만난다. 하이에나처럼 자극적인 기삿거리만을 찾아 헤매는 독종 마키노는 끊임없이 시즈토의 진의를 의심하며 그를 관찰한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말기 암인 것을 알고 절망에 빠지는 준코는 아들이 기행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사랑하는 이를 칼로 찌른 후 더는 사랑을 믿지 않게 된 유키요는 무턱대고 시즈토를 따라나선다. 독자들은 시즈토를 말하는 이 세 사람과 같은 입장에서 그를 방관하기도 하고 그와 함께하기도 하면서 그의 존재 의의를 생각해보게 된다.
차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 사람의 태도 변화가 드러난다. ‘애도하는 사람’의 목격자 마키노는 처음에는 그를 위선자라고 치부하지만 결국은 그를 찾아나서게 된다(목격-위선-수색). 그저 보호자에 지나지 않았던 준코는 사람들에게 아들을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해명한다(보호-대변-간호). 어떠한 가치 판단도 없이 여행을 따라나선 유키요도 처음에는 방관하지만 점차 그를 이해하기에 이른다(동행-방관-이해). 그 과정에서 세 사람 자신의 삶에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온다. 마키노는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떠나버린 파렴치한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훔치고, 죽음의 문턱에서 안절부절못하던 준코는 안온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사랑의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던 유키요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 다시금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 이 모든 것은 고인의 죽음을 생전의 사랑과 감사로 치환하는 시즈토의 무조건적인 애도의 영향이다. 바로 이것이 텐도 아라타가 말하는 희망일 것이다.
평화와 고독을 즐기는 가공할 액션 히어로,
불행한 이들에게 온정을 품는 해결사 잭 리처가 돌아왔다!
전 세계 2천만 독자가 열광한 인기 하드보일드 스릴러 ‘잭 리처 시리즈’ 제9편
차도, 가방도, 신분증도 없이 여행하는, 길이 바로 집인 사나이. 맨손으로 거친 사내들을 제압하면서 속으로는 재즈 선율을 음미하는 사나이. 자유를 찾아 끊임없이 떠나면서도 불행한 이들을 돕는 일에는 자신을 아까지 않는 사나이. 바로 1997년 영국 작가 리 차일드가 탄생시킨 캐릭터 잭 리처다. 20여 년의 방송사 생활 끝에 정리해고된 작가 리 차일드의 첫 캐릭터이자 초대박 베스트셀러의 시발점이 된 잭 리처 시리즈는 2010년 현재까지 14편이 출간되어 전 세계 40여 개국, 2천만 부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최고의 히트 시리즈이다. 랜덤하우스에서는 2008년 여름 시리즈의 첫 편 《추적자》, 2009년 봄 제2편 《탈주자》에 이어 다시 2010년 겨울 시리즈의 9편이자 영화화 예정인 《원 샷》을 출간한다.
원 샷 원 킬, 여섯 발의 총성, 다섯 명의 피해자, 그리고 도시를 바꾼 4초
늦여름, 인디애나의 한 소도시, 오후 5시. 퇴근시간을 기점으로 공공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군중들에게 한 사내가 무차별 총격을 가한다. 원 샷 원 킬. 정확히 한 방에 한 명씩을 사살한 사내는 다섯 명을 살해한 채 종적을 감추고 도시는 혼란에 빠진다. 경찰의 빠른 대처로 하루 만에 범인은 붙잡히지만, 어떠한 진술도 거부한 그는 변호사에게 단 한 마디만을 남긴다. “잭 리처를 데려오시오.” 한편 마이애미 해변에서 한가하게 휴식을 즐기고 있던 전직 군수사관 잭 리처는 TV에서 이 뉴스를 접하고 굳은 표정으로 인디애나로 향한다. 모두가 리처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상황에서 리처는 사내와의 대면을 위해 유유히 나타나지만, 사내는 이미 교도소에서의 집단 구타로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사건이 어떤 식으로 결론지어지든 24시간 동안만 머물 것을 결심하는 리처. 그러나 평화와 고독을 즐기는 그에게 언제나처럼 문제는 찾아오고 만다.
1편 《추적자》, 2편 《탈주자》 이후 9편 《원 샷》으로 돌아온 잭 리처는 여전히 길 위를 여행 중이다. 마이애미 해변에서 처음 본 노르웨이 댄서와 함께 유유히 일광욕을 즐기던 그는 우연찮게 인디애나에서 일어난 무차별 난사 사건에 대한 뉴스를 듣는다. 리처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인디애나로 떠나게 한 건 범인의 이름 제임스 바. 유죄를 인정하고 형량 협상을 하려는 바의 변호인단은 바가 언급한 잭 리처의 등장을 반가워하지만 리처의 목적은 다르다. 그의 목적은 모두가 예상하는 ‘바의 구원’이 아닌 ‘바의 영원한 파멸’. 14년 전 말단 병사와 소령으로 함께 군에 복무하며 바의 치명적 비밀을 알게 된 리처에게 이 사건은 군더더기도 없는 확실한 과거의 재탕일 뿐이지만 이번엔 무언가 미심쩍다. 바가 범인이란 증거는 지나칠 정도로 차고 넘치고, 그저 지나가는 여행객으로 취급해도 무방할 자신에게는 의문의 미행자가 따라붙는다. 그리고 잭 리처가 그 무엇보다도 증오하는 것, 어두운 목적을 위한 무고한 피해자의 희생이 잇따르자 리처는 언제나처럼 고집스럽고도 분연히 일어난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능력을 총동원해 악을 물리치러 나선다.
《원 샷》의 잭 리처는 기 출간된 앞의 시리즈와 캐릭터의 성격을 같이 하지만, 2편 《탈주자》와 7년의 시간차가 있는 만큼 비슷하면서도 발전한 면모를 많이 보여준다. 이것은 작가 리 차일드에게도 7년의 경험과 깊이가 주어진 것과 다름 아닌데, 국내에 출간된 두 편의 시리즈에서 잭 리처가 터프하고 고독한 안티 히어로, 그리고 원 맨 액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원 샷》의 리처는 그 특유의 원 맨 액션의 모습은 여전하되 액션에서도 추리에서도 그리고 일상에서도 보다 여유롭고 유유자적하다. 태어나면서부터 군인이었던 자신의 과거를 후회인지 회한인지 모를 기억들로 보여주었던 전작에 비해 이번 작품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숙명으로 인정하고 되려 그 기억 속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차근차근 꺼내어 쓰는 성숙함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또한 무엇보다 전작과 《원 샷》이 차별화 되는 것은 리처가 자신의 의도와 무관한 상황에 던져진 채 본능에 따라 대처하는 모습이 아니라 철저하게 스스로가 상황에 뛰어들고 조직적으로 악당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짜여진 미스터리를 우아하게 풀어가는 리처의 모습 역시 큰 볼거리다.
그러나 무엇보다 ‘잭 리처 시리즈’의 최대의 장점은 불의를 참지 못하는 영웅이 통쾌하게 악당을 물리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작품 자체에서 내뿜어지는 절정의 아드레날린과 카타르시스다. 잭 리처 시리즈의 팬들은 그저 도시를 슥 훑어지나가는 유유자적한 여행자 리처가 불의에 항거하여 가공할 만한 액션 히어로가 되는 순간, 약자에게는 여유롭고 친절한 리처가 악당에게는 냉혹하고 무시무시한 복수자가 되는 순간을 가장 기다린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잭 리처 시리즈’의 가장 큰 인기비결이다.
《원 샷》은 파라마운트 영화사에 의해 2011년 영화화될 예정이며 ‘잭 리처 시리즈’ 전작(全作)은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모두 출간될 예정이다.
2010년을 여는 화제의 소설!
관능적 미학의 시인 김선우, 두 번째 장편소설 『캔들 플라워』
촛불, 광장, 여자들… 꽃이 되다
촛불 집회를 소재로 한 최초의 소설!
위로와 환대, 따뜻한 우정의 서사
2010년을 여는 화제의 소설, 시인 김선우의 두 번째 장편소설 『캔들 플라워』가 출간되었다. 이 소설의 주요무대는 2008년 촛불의 밤들이다. 그해 봄, 신비로운 한 소녀가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이름은 지오. 나이는 열다섯 살. 캐나다 깊은 오지마을에 사는 지오는 ‘자연의 감각’을 가진 아이. 학교에 다니지 않지만 십여 개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특이한 다문화 소녀. 지오는 한국이 궁금하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인터넷을 통해 지오를 알게 된 소심한 직장인 희영, 당돌한 아마추어 영화감독 연우, 싸가지 있는 강남녀 수아, 그리고 떠돌이 개 사과. 이들이 지오를 맞아 서울 대탐험을 시작한다. 2008년 5월의 어느 저녁, 촛불 집회에 나온 이들은, 소를 데리고 광화문 한복판에 나타난 정체 모를 할머니를 만나면서 사건 속으로 휘말리는데…….
촛불 정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소설은 촛불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드라마틱하고 예술적이며 문화적이자 강력한 생명의 메시지를 통해 사랑스러운 젊은이들, 소년들, 소녀들… 미래 세대 아이들이 서로 사랑하고 울고 웃으며 성장해 간다. 위로와 환대, 따뜻한 우정의 서사를 통해 21세기적 생명의 감각에 대해 이 소설은 묻고자 한다.
캔들 플라워, 촛불이 모여 꽃으로 피어나다!
“2008년의 촛불 속엔 ‘새로운 생명의 감각’이라고 할, ‘생명에 대한 예의’를 고민하게 하는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질문과 호혜적 연대의 열망이 있었습니다.”-김선우
이 소설은 우리가 미처 눈 돌리지 못한 가치들에 주목하고 있다. 촛불 집회의 주요 화두였던 ‘광우병 쇠고기’ 논란 속에서 병든 소를 먹지 않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 때문에 병들어가는 동물들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떠돌이 개 ‘사과’가 주인공들을 엮어주는 단단한 끈이 되는 것도 결국 인간과 자연이 공존해야 한다는 절대적인 가치를 보여준다. 또한 왜 우리의 십 대들이 촛불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는지, 그들이 꿈을 잃고 ‘시험지옥’과 ‘미친 교육’의 희생양이 된 채 얼마나 억압되어 살아가는지에 대해 캐나다 소녀 지오의 모습과 대비시켜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고 따뜻한 우정으로 손을 맞잡았던 그 순간, 우리 모두가 ‘캔들 플라워’가 되었던 그 순간을 소설에 담아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가치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것을 권한다.
관능적 미학의 시인, 김선우의 두 번째 장편소설
자연과 여성의 아름다운 생명력을 시적 언어로 표현해내는 시인 김선우는 그녀의 두 번째 장편소설에서도 소설가적 재능을 유감없이 펼쳐 보였다. 다소 딱딱해 보일 수도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소설 곳곳에 묻어난 김선우 시인의 독특한 표현과 시적 감수성은 마지막 장을 읽을 때까지 강한 흡인력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그 속에서 소녀들의 성장과 여자들의 일상이 섬세한 미학으로 그려지고 있다.
『캔들 플라워』는 Yes24 문화 웹진 '나비'에서 최고 조회 수를 기록하며 넉 달간 독자들의 열띤 참여와 호응 속에서 연재되었고, 두 달 간의 퇴고 작업을 거쳐 책으로 출간되었다.
홍역과도 같았던 단 하나의 사랑에 바치는 연가戀歌
2007 독일도서상 최종 후보작!
"아, 해리, 죽음이 갈라놓기 전에 무엇이 우릴 이렇게 갈라놓았을까?
네 삶이 바로 내 인생이었고, 지금도 내 인생인 너와 나를……"
『차마 그 사랑을』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카챠 랑게-뮐러는 이미 독일에선 날카로운 비평적 감식안과 독특한 표현력으로 우리 삶의 모습을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묘사해 독일 현대문학계의 거장으로 자리 잡은 작가이다. 1951년 동베를린에서 동독 지도층의 딸로 태어나 청소년 시절부터 ‘반사회주의적 행동’으로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하고 무단 가택 점거에 가담하는 등 일찌감치 반체제 성향을 보였던 작가는 숙련 식자공 직업교육을 받고, <베를리너 차이퉁>과 동독 TV에서 보조원으로 근무하고, 정신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몽골 유학 중에는 양탄자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는 등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경험은 1984년 서독으로 이주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에게 커다란 문학적 자양분이 되었다. 카챠 랑게-뮐러는 서독에서 비록 늦깎이 작가로 출발했으나, 잉게보르크 바흐만 문학상(1986), 베를린 문학상과 알프레트 되블린 문학상(1995), 마인츠 시 작가상(2002), 카셀 문학상(2005) 등 수많은 상을 휩쓸며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주로 사회부적응자, 패배자와 주변인의 삶을 형상화해온 작가는 이들 운명의 슬프면서도 우스꽝스럽고, 또 그로테스크한 면을 절묘하게 부각시킨다. 특히 분단된 독일과 동독에서의 삶, 통일로 뒤섞인 동서독인 사이의 혼란과 오해를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문체로 묘사하는 것이 그녀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카챠 랑게-뮐러의 최신작 『차마 그 사랑을』 또한 이와 같은 작가의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이다. 작가의 체험이 깊이 녹아든 이 소설은 독일 통일을 전후한 시기에 동독에서 이주해온 조야와 서독 남자 해리가 나눈 불행했던 사랑을, 또 그 사랑이 어떻게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승화되는가를 서정적이면서도 코믹한 문체와 독특한 감수성으로 그려 보인다.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이순원 신작 가족.성장소설 『워낭』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 국내 내로라하는 문학상을 수상하며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로부터 깊고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순원의 신작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담백한 문장으로 빚어내는 이순원 특유의 서정성이 더 은근하고도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워낭』은 석기시대 이후, 우리 민족과 더불어 생업을 함께하며 살아온 ‘소’의 내력을 통해 인간세계를 반추해보는 이야기이다. 읽다 보면 소의 이야기인지, 인간의 이야기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소와 사람과 그들이 함께 일군 대지와 쟁기의 삶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뿔은 가도 워낭은 남아 우리의 이야기를 전한다”
‘소’와 함께한 우리 민족 백년史, 갑신정변에서 광화문 촛불까지…
이순원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만나게 되는 감성은 다분히 아날로그적이다. 그리고 그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빚어낸 작품들은 그 배경이 서울이건, 강원도건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되돌아보게 해온 수작들이었다. 무엇보다 주목되어야 하는 것은 일관되게 그가 견지해온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있다. 화자가 아이이건, 어른이건 작가는 느릿느릿 대관령 고개를 넘는 노새처럼 아련하고 슬픈 눈빛과 손짓으로 여타의 ‘성장소설’과는 사뭇 다른 ‘통과의례’의 과정을 그려왔다.
신작 장편소설 『워낭』 역시, 성장소설이다. 아버지와 딸이, 어머니와 아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권할 수 있는 가족 성장 소설이다. 1884년 갑신정변에서 2008년 광화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의 현장까지 120년 한국근현대사를 주변 배경으로 삼아 소의 눈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생업의 우정”으로 동맹해온 인간과 소의 유대를 통해 인간세계를 돌아본다. 12대에 걸친 우추리 차무집 외양간의 소의 내력은 차무집 4대의 내력과 함께 어우러져 깊은 감동을 준다.
강원도 깊은 시골, 노비제도가 폐지되든 말든 바깥세상과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곳인 우추리 차무집 외양간에 어느 날, 어미와 생이별한 그릿소가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릿소는 차무집 외양간의 큰할머니가 될 흰별소를 남기고 떠나니, 그릿소-흰별소-미륵소-버들소-화둥불소-흥걸소-외뿔소-콩죽소-무명소-검은눈소-우라리소-반제기소로 이어지는 차무집 외양간 12대의 내력이 잘랑잘랑 맑은 소리를 내며 바람을 흔드는 워낭처럼 펼쳐진다. 여기에 소를 내 어미처럼, 내 자식처럼 아끼며 살아가는 차무집의 4대에 걸친 내력 또한 아름답게 그려지는데 특히 차무집 어른이 “아주 힘들고 귀하게 낳은 자식”이라 말하는 가슴으로 낳은 자식 ‘세일’의 이야기는 작가의 말을 통해 밝히고 있듯, 십여 년 전에 발표했던 작품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의 한 부분을 변형한 것으로 인간세계의 편견과 불통의 장벽으로 상처받은 순수한 영혼이 소와의 교감을 통해 그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세일’뿐만 아니라 때로 인간보다 더 인간을 속 깊이 이해하는 소들로 인해 차무집 가족들은 크고 작은 상처들을 이겨낸다.
우리 민족의 대소사에 큰 몫을 담당해왔으나 농경사회의 쇠퇴와 더불어 더 이상 “생업의 우정”으로 맺어진 동맹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채 사라져가는 ‘소’와 인간의 백년사를 그려낸 『워낭』은 단순히 농경사회로의 회귀나 ‘일하는 소’의 부활 같은 전근대를 꿈꾸는 작품이 아니다. 야만과 탐욕으로 얼룩져 상실된 현대 인간성의 회복과 디지털 시대의 각박하고 냉혹한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문제작으로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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