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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Richboy.../人 · 物 · 形 ...확~ 땡기는 것들!

2010년 주목되는 출판사 - 쌤앤파커스, 박시형 대표

by Richboy 2010. 9. 17.

 

 

 

내게 올해 출판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을 꼽으라고 묻는다면 '쌤앤파커스의 약진'이라고 말하겠다.

지난 해에도 깊은 관심으로 쌤앤파커스를 지켜봤지만, 올해 들어 '혼창통'으로 시작된 쌤앤파커스의 성장은 끝을 알 수 없게 했다.

 

  책 제목, 디자인, 저자 어느 하나 평범한 것을 찾을 수가 없다. 한 권 마다 작품이고, 읽고 나면 느낌이 없는 책이 없다.

보통 한 출판사의 한 해 동안 출간된 책들을 살펴보면 '공을 들인 비중'을 짐작하게 하는데, 이 '문제'의 출판사는

전혀 가늠을 할 수가 없다. 마케팅 또한 싸움꾼 마냥 공격적이어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특히 즐겨 읽는 경제경영, 자기계발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반갑고 고맙다.

독자로서 이런 출판사가 많아지길 바랄 뿐이다.

 

  출판사 이름의 원류까지 궁금해지게 하는 곳, 쌤앤파커스.

앞으로 오랫동안 주목을 할 예정이다. 우선 올해를 이야기한 인터뷰들을 찾아 보았다.

이 곳을 찾는 여러분께도 도움이 되면 기쁘겠다.

 

즐거운 주말 되시길...

 

Richboy

 

‘상반기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는 출판사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대답은 예상 외로 그리 많이 나뉘지 않았다. ‘쌤앤파커스’였다. 지난 해 빅뱅의 책 『세상에 너를 소리쳐!』로 주목받았던 그 출판사로 기억이 났다. 찾아보니 이뿐이 아니었다. 2006년 11월에 문을 연 이후 『이기는 습관』(2007)이 있었고,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2009), 『일본전산 이야기』(2009), 『혼창통』(2010), 『오리진이 되라』(2010) 등 출간된 책이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타 출판사들의 추천 사유는 다음과 같았다. 뛰어난 기획력과 내용의 충실함, 국내 자기계발 저자들의 지속적인 발굴, 저돌적인 마케팅, 컨셉이 분명한 경제경영서의 지속적 출간, 독자를 독자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기획 등. 전반적으로 쌤앤파커스 책의 기획력, 컨셉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비슷한 주제,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기 쉬운 자기계발 분야에서 쌤앤파커스만의 인상을 남겨온 그 비결을 듣고자 했다. 마포구 동교동 쌤앤파커스 출판사에서 박시형 대표를 만났다.

독자들에게 필요성마저 일깨우는 책

쌤앤파커스의 많은 책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쌤앤파커스가 다른 출판사와 차별화되는 점이라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느 분야든 비슷한 책이 나올 수밖에 없고, 특히 자기계발 분야는 중복된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인데, 지금 유행하는 트렌드보다 반 박자 정도 빨리 간다고 할까요? 독자들이 어떤 책을 필요로 할지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적당한 주제와 알맞은 필자를 찾는 식이에요. 타 사의 베스트셀러를 신경 쓰지 않고, 남을 따라 하지 않는 편이고요. 집중력 있는 기획의 승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트렌드에 반 박자 빠르다는 말은?

“독자들이 스스로 필요를 인식하고 있는 책을 내는 것은 늦은 감이 있다고 봐요. ‘아, 내게 이런 게 필요했었구나.’ 독자들이 미처 필요한 줄도 모르고 있었던 것, 그래서 읽어야겠구나 싶게 만드는 책을 내려는 거죠. 그러면 식상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들이 반응을 합니다. 대형 베스트셀러는 그렇게 만들어졌죠.”

남을 따라 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이를 위해서 특별히 쌤앤파커스는 어떤 노력을 하나요?

“전사적으로 기획회의가 활성화되어 있어요. 서점에서 시장조사를 하기보다는 내부에서 출판 이외의 상황을 신문 기사 등으로 지켜보는 편이에요. 어떤 것이 지금 사람들에게 필요한 주제일까 고민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써요. 저도 출판계 동향보다는 광고라든가 다른 분야의 기사를 더 유심히 보는 편이고요.”

쌤앤파커스의 책은 무엇보다 컨셉이 확실하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얘기합니다. 활성화되어 있다는 기획회의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전사 기획회의를 진행합니다. 대부분 편집자나 기획자가 움직이기 마련인데, 우리는 디자이너든 총무과 직원이든, 마케터든 모두가 회의에 참여합니다. 러프하든 구체화된 아이디어든 그날 발표를 하고, 다수결로 결정해요.(웃음) 30명 직원 중 5명 이상이 다시 논의해볼 주제라고 손을 들어주면 다음 회의나 기획팀 안건으로 상정이 되고요.

책 한 권 한 권에 따라 PM(Project Manager) 제도를 운영해서, 마케터 한 명, 디자이너 한 명, 편집자 한 명이 그 책의 PM을 맡아요. 한 프로젝트에 한해서는 이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시장조사를 하고, 컨셉을 구체화시켜요. 맨 마지막에는 오래된 선수인 제가 검증을 해주는 식이요. 서점에 자주 나가서 데이터를 분석하기보다는 내부에서 토론을 많이 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편이에요.”


쌤앤파커스 출판사가 원고를 검토하거나 기획을 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 책의 주제가 굉장히 ‘오리진’한가를 중요시해요. 이 사람만의 독특한 이야기가 있는가 없는가. 굉장히 화장 잘한 것처럼 매끄러운 원고도 많아요. 수술 잘한 미녀보다는, 원석이더라도 그 사람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주목해요. 가장 중요시한 것은 이 이야기가 독자들을 깜짝 놀래 킬 무언가가 있는지 보죠. 내부에서 쓰는 말로 리마커블(remarkable)한가, 그렇지 않은가. 그런 데에 집중을 하죠.”

YES24 집계에 따르면, 쌤앤파커스 책 가운데 『혼창통』이 가장 반응이 좋더군요. 책에 따라 어떤 역할이 주요했는지 성과 판단을 한다고 들었는데. 『혼창통』 같은 경우는 어떻게 판단하시나요?

“다른 출판사에 비해서, 내부 편집 공력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에요. 『혼창통』은 그렇게 힘을 많이 들여서 낸 책은 아니었어요. 저자 필력도 좋았고, 컨셉도 명확해서, 편집부에서 크게 할 일이 없었거든요. 다만 마케팅과 디자인 쪽에 초점을 맞췄죠. 책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서, 이 책이 에피소드를 잘 섞어놓은 비빔밥처럼 보일 수 있고, 대가들의 핵심을 모아놓은 책으로 보일 수 있어요. 내세워야 할 키워드,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서 디자인, 마케팅을 진행했죠. 이 책은 전사적으로 협력한 케이스인 것 같아요.”


새로운 단어를 제시한다

독자들이 원하는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타깃을 잘 정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다. 독자들의 타깃을 정하는 일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타깃을 잘 잡느냐는 건 어려운 질문이에요. 고민하는 수밖에 없어요. 자기를 떠나서 고민하기도 하고, 자기 안으로 들어와서 고민을 하라는 말을 많이 해요. 기획자나 편집자들에게 ‘타깃층을 생각하면, 이 책이 어떨 것 같냐’고 물으면, 초보자들은 보통 ‘자기가 읽고 싶다, 안 읽고 싶다’는 데에서 판단해요. 경험이 조금 쌓이고 나면, 자기는 없어져버리고, ‘독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객관화 시켜버려요.

하지만, 내가 읽고 싶지 않은데, 독자는 읽고 싶은 책은 없고, 나는 읽고 싶은데 독자는 읽고 싶지 않은 책도 있기 마련이죠. 그 경계가 어디인지 꿰뚫을 수 있어야 하거든요. 책의 내용, 콘텐츠는 자기가 읽어도 재미있어야 돼요. 그런데 컨셉을 정할 때는 자기를 떠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일이 1, 2년 가지고는 좀 어렵죠. 많이 공부도 하고, 실패도 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알아가는 건데, 다만, 계속 고민하고 성장하는 사람에게만 그게 보이겠죠. 세월이 가도 같은 행위만 반복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어려울 거예요.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로요.”


최근의 자기계발서의 트렌드는 뭐라고 보시나요?

“우후죽순?(웃음) 쏟아져 나오죠.”

그 속에서 쌤앤파커스는 어떻게 자기만의 길을 내고 있습니까?

“저희는 계속 새로운 단어를 제시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오리진’이라는 제목도 단순히 창의성을 어필하기보다, 하나의 새 단어를 제시하고자 한 것이고요. ‘이기는 습관’도 새로운 단어를 주고, 이 자체를 하나의 트랜드로 만들어주는 것까지 하려고 해요.”

제목을 쭈욱 나열해보니까, 『이기고 시작하라』 『오리진이 되라』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 『일을 했으면 성과를 내라』 식의 명령어입니다.(웃음) 제목을 짓는 데에 어떤 원칙이 있나요?

“저희도 명령어 싫어요.(웃음) 제목 지을 때는 사람들에게 아주 생경하게 다가가거나, 혹은 한번에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요. 아예 낯설어서 ‘오리진이 뭐야?’라고 물을 수 있는 것이거나, 익숙하지만 들었을 때 명쾌하고 기분 좋은 단어를 제목으로 삼는 거죠. 가장 중요한 건 임팩트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거죠. 명령어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많아요. 반응이 있었다면, 명령어이기 때문이라기보다, 그 앞에 쓰인 단어 때문에 그런 걸 거예요. ‘일을 했으면 성과를 내라’라는 제목도 익숙한 말이라 거부감이 들지만, 문장의 음율 때문에 반응이 있었고, ‘오리진’은 ‘그게 뭐야?’라고 두 번 생각하게 하지만, 우리가 그 단어를 인식시키는 데까지 마케팅에서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그렇게 지을 수 있었죠.”

류랑도, 전옥표, 김성호, 이지훈 등 무명의 자기계발 저자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습니다. 작가 섭외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저자들이 숨어있으니까 잘 몰라요. 이미 다른 회사에서 키워놓은 필자는 손대지 말자는 나름의 원칙이 있어요. 무명 저자들은 투고를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 되신 분이 꽤 많고요. 그중에는 사람 자체는 유명했으나 책을 안 써본 분도 계시고요. 컨셉이 정해지면, 적합한 작가를 찾는 순서로 진행되지, 작가를 따라다니지는 않습니다.”

독자들이 자기계발서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제가 20대 때는 자기계발서라는 게 없었어요. 읽어야 하는 줄도 모르고 살았거든요. 제가 이런 책을 내지만, 지나치게 자기계발서적인 삶을 사는 것은 지양해요. 다만 본인들이 모르고 있는 것보다는, 양서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하나 정도 적용해보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마음속에는 누구나 자기계발 의지가 있거든요. 살다 보면 내가 좀 나태해졌구나 싶을 때가 있는데, 그때 삶의 각성제, 격려제로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뭐든 1등 해본 사람, 뽀대 나는 사람

회사의 문을 열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글귀

『오리진이 되라』의 카피를 따서 질문해보겠습니다. 쌤앤파커스는 무엇을 파는 회사입니까? 이 출판사의 컨셉은 무엇입니까?

“아직 직원들과 공유된 이야기는 아닌데요. 편견을 깨뜨리는 책을 팔고 싶어요. 가장 상식적인 책을 내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모순이지만,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콘텐츠를 내고 싶어요. 비록 자기계발서지만, 저희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생각의 경계들이 넓어질 수 있다고 봐요. 궁극적으로 저희 책을 통해 생각이 많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또 그런 사람들과 살고 싶고요.”

홈페이지에 걸려있는 인재상이 흥미로웠습니다. ‘살면서 단 한번이라도 1등을 해보신 분(과목/종목은 안 따짐), 자신은 뽀대 나는 인생을 살기 위해 태어났다고 믿는 분’을 찾더라고요. 1등, 뽀대가 중요하다는 말이죠?(웃음)

“정말 우스꽝스러운 것도 있겠죠. 딱지치기나 게임에서 1등한 것도 있을 수 있겠는데, 저는 그것을 근성이라 봐요. 뭔가 작은 것이라도 성취를 해본 사람들이 긍정적인 힘으로 뭘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뽀대라는 건 자부심이죠. 자기 자신에게 자부심이 없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하겠어요. 이 점을 중요시해요.”

여기 계신 분은 다 1등을 해보신 분이겠네요.(웃음)

“예. 무슨 1등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직원들을 보면 놀 때도 극성스럽게 놀고, 게임도 극성스럽게 해요. 그런 친구들이 일도 잘 합니다. 성격이 활발하고 그렇다기보다, 승부근성이 있고 자신의 프라이드가 강한 친구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대충 살지 않잖아요. 부끄러운 행동이나 남한테 흉잡힐 행동도 하지 않아요. 그래서 좋아요.”

출판의 기본 자질을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대부분 신입사원 인터뷰를 하면, ‘책이 좋아서’라고 하는데 저는 출판 일이 그것과는 다르다고 봐요. 이 일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머릿속에 하루 종일 일을 달고 다녀야 해요. 뭘 보더라도 늘 업무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또 즐거워야 하거든요.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즐겨야 하죠. 그러려면 머물러 있는 삶이 싫어야 하고, 이런 일에 지치지 않는 근성을 갖고 있어야 하고요. 이런 것들이 중요한 자질이라고 봐요. 구체적으로 보자면, 편집자들은 기본적으로 독서력, 논리력, 사고력이 있어야 하고, 디자이너들은 미적인 감각이 필요하죠.”

쌤앤파커스의 신입사원들은 사명선언식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회사의 비전이 ‘우리가 무엇을 향해서 가야 하는가’라면, 미션은 ‘왜 우리가 그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당위성이거든요.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 말고 내 주변 사람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하는 측면이에요. 처음에는 사명선언식을 생경해하기도 하는데,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존재 이유를 생각해보고 나서는, 직원들이 좀 더 진지해진 것 같아요. 그것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그러지는 못해서 아쉽죠.”

회사 규모를 떠나 어떤 조직이든 나름의 문화나 분위기가 있는데, 쌤앤파커스의 회사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평소엔 도서관, 회의 때는 깔깔깔(웃음). 회식을 가거나 노래방에서는 거의 프로급의 무도회장.(웃음) 저희가 ‘쌤스데이’라고 해서, 일년에 한 번씩 파티를 해요. 출판계에서 좀 알려진 얘기인데 저자, 출판사 관계자, 서점 관계자를 초청해서, 노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사이판으로 3박4일 전사가 함께 놀다 왔는데, 얼마나 잘 놀았는지 거기 가이드 하는 분들이 다 우리 회사 오고 싶다고.(웃음) 이렇게 잘 노는 팀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였어요. 놀 땐 확실하게 놀자는 주의죠.”


비전을 줄 수 있는 조직이 되고 싶다

박시형 대표는 25년간 출판업종에 종사한 프로 선수다. 첫 직장이었던 출판사에는 달랑 사장님 한 분이 계셨단다. 그렇게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직원이었지만, 직원 이상의 마인드로 일을 하게 되었고, 이런 자세가 대표의 자리까지 오르게끔 했다. 무엇보다 비전이 있었다. 출판업종에 오래 몸담으면서, 바꾸고 싶은 것, 더 잘 해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그것을 쌤앤파커스에 와서 구현하는 중이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충분히 비전을 주고, 성과를 통해 독려한다. 대접받고 싶은 대로 직원들을 대접하고자 한다. 시장에서의 페어플레이를 요구하는 만큼 스스로는 철저하게 페어플레이로 임한다. 이것이 쌤앤파커스의 힘이고 자부심이었다. 출판사 내부의 비전은, 출판인들과 독자들이 눈치 챌 만큼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나 쌤앤파커스의 실질적인 힘으로 작용했다.

쌤앤파커스를 통해 개선하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것이 있었다면 어떤 것인가요?

“개인들이 일찍부터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 이 조직에서 비전을 갖고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제적 이유든 무엇으로든 머리가 크면 떠나게 만드는 악순환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어설프게 오너로 독립하기보다는 우리 회사에서 비전을 갖고 일할 수 있게 만들어서, 훨씬 유리하게 CEO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게 제 바람이었고요. 회사의 주주가 될 수 있다거나, 희망이 있고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이 회사의 CEO가 될 수 있다거나, 꼭 여기가 아니더라도 자기가 오너가 될 수 있는 터전을 다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회사와 일할 때 그런 비전을 가졌으면 좋겠고요.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비전을 직원들에게 선언문을 작성하게 하거나, 복지를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제시하고 계신 거죠?

“막연한 미래만 두고 ‘나중에 너 이거 해줄게’ 보여지는 게 없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가급적 철저하게 성과급을 지급하려고 해요. 다른 곳에 비해 복지가 나쁘지 않다고 보고요. 정말 내 회사이고, 그런 비전을 갖고 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려고 하고 있어요.”

25년 동안 출판계에 계셨습니다. 오랫동안 꾸준히 한 직종에서 근무할 수 있는 동력이라면 무엇이었나요?

“이 일이 정말 좋아요. 다시 태어나서도 하고 싶을 정도로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고요. 한 직장에서 오래 있었던 건, 책임감 때문이었어요. 경영자와 같은 생각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직원들이나 필자를 바라보면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회사를 팽개치고 나올 수가 없었어요. 또 지금 쌤앤파커스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이루고 싶은 바람도 있었고요.”

출판 일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적이었나요?

“계속 머리를 가만 놔둘 수가 없어요. 새로운 걸 계속 수혈받는 기분이거든요. 수혜자의 느낌이 들어요. 저자의 가장 따끈따끈한 첫 원고를 받고, 이 세상의 온갖 지식들을 돈 벌면서 접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아웃풋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 책을 내는 것이거든요. 방송이나 다른 곳에서 뭔가 하려면 엄청난 결제라인과 과정이 있는데, 우리는 게릴라화하잖아요. 세상에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걸 읽고, 반응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굉장히 짜릿하죠.”

너무 이상적으로 들리는데요.(웃음) 반대로 일하면서 힘든 점이나 어려운 점은 무엇이 있나요?

“경영자로서는, 욕심인가 열정인가 구분하는 일이 가장 어렵고요. 편집자나 출판자로서 어려운 점은, 머릿속을 한 번도 놓을 수 없는 점이 그렇죠. 즐거움이기도 하면서 고통이기도 해요. 창조에 따른 고통 이외에 출판계라서 특히 어려운 점은 없어요. 다만 출판 시장 전반에 있어서는 조금 힘들어요.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거든요. 출판업자들이 페어플레이를 했으면 좋겠어요. 자기 책만 잘 파는 건 상관이 없는데, 엉뚱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독자들이 베스트셀러에 실망하고, 베스트셀러 순위 집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당당하게 독자들 앞에 나온 책들이 순위 목록에서 밀려나가게 되고요. 엉뚱한 책이 쭉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사이에 선량한 출판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요. 이런 일이 범람하고 있어서 걱정이죠.”

출판업종에 비전을 가진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자기와 일이 잘 맞아야겠죠. 안 해보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열심히 해보면 느껴져요. 자기에게 잘 맞고 재능도 있다면 누구나 CEO가 될 수 있죠. 스포츠에 비유하면, 경영자는 구단주 역할일 수 있고, 감독의 역할이기도 해요. 경영하던 사람이 아니라, 에디터나 마케터 출신으로 경영자가 된다면, 스타플레이어가 감독이 되는 셈이죠. 다만 자기가 스타플레이어였다고 하더라도 감독 입장과 구단주의 입장을 겸해서 사고하는 훈련을, 평소 남의 돈 받을 때 해두면 나중에 훨씬 잘할 수 있겠죠. 그 덕목을 키워놓지 않으면, 자기 혼자 잘해서 출판사 대표가 되더라도, 직원들을 통솔하거나 여러 면에서 힘들 거예요.”

출처 : http://www.yes24.com/chyes/ChyesView.aspx?title=003001&cont=4744 

 

 

<기획회의>가 만난 사람

 

출판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다

쌤앤파커스 대표 박시형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학교도서관저널>을 시작하고 주변에서 출판계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게 아니냐는 말을 종종 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이 연재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출판계에 이슈를 전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첫 번째로 윤구병 선생을 모셨던 것은 출판정신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한국 출판계에 임프린트란 말이 등장한 것이 2004년쯤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2006년이었을 것이다. 그때 1인 출판이란 말도 함께 등장했다. 임프린트는 회사 내의 1인 출판이라 할 수 있는데, 임프린트의 등장은 기획자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본격적으로 인식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때 임프린트를 도입한 몇 출판사는 해마다 규모를 불려왔다. 하지만 1인 출판사 중에서 제대로 가고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


쌤앤파커스는 그런 열풍이 거세게 일던 2006년 11월에 출발했다. 그때 시작한 그 많은 출판사 중에서 이미지나 매출 면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출판사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쌤앤파커스의 박시형 대표를 만나보았다. 박 대표를 통해 매출 집중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신생출판사가 어떠한 좌표를 갖고 출판에 임해야 하는지를 알아본다. 


정확한 컨셉트가 중요하다


한기호 (이하 한) 쌤앤파커스의 가장 큰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박시형 (이하 박) 두 가지인데요. 어차피 출판사도 기업이잖아요. 그러니 내적인 경쟁력과 외적인 경쟁력을 동시에 갖춰야 합니다. 내적인 경쟁력은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단합하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걸 말하죠. 쌤앤파커스 식구라는 자부심도 높아야 합니다. 선의의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공적으로 일하면서도 가족적으로 뭉칠 수 있는 걸 말합니다. 내부 단결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외적인 경쟁력은 정확한 컨셉트와 비교적 타율 높은 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요?


한 ― 지금까지 몇 권이나 펴냈나요?


박 ― 3년 5개월 동안 약 80종 정도 펴냈습니다.


한 ― 많이 펴낸 것은 아니네요.


박 ― 많이 냈다면 많이 냈고, 적게 냈다면 적게 낸 건데, 종수를 많이 내는 편은 아니죠.


한 ― 같은 저자의 책이라도 쌤앤파커스에서 펴낸 책들은 문장부터 다르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이 사람이 이렇게까지 잘 썼나 하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텍스트의 완성도는 어떻게 높이시나요? 


박 ― 물론 기본적으로 필력이 좋으신 분들도 계세요. 그럴 경우에는 많이 손대지 않습니다. 컨셉트를 확실하게 하고 가급적 저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글과 문체로 유도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사실 전격적으로 가필이 들어가지요. 저희 경우에는 소설이나 전업작가로 글을 쓰시는 분들이 저자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윤필은 필수적으로 해야 합니다. 특히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어볼만한 책은 가장 ‘오래된 선수’라 할 수 있는 제가 마지막 원고 한 줄까지 확인하고 고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직원들이 그 단계까지 올라올 수 있도록 훈련시키고 독려하는 편입니다. 읽히지 않는 책을 만드는 건 용서가 안 된다는 분위기죠. 문장은 완벽한데, 두 번 생각해야 하는 문장이라든가 의미가 모호하다든가 이런 것들에 대한 지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기본적으로 가장 잘 읽히는 책, 개념이 명확한 책, 메시지가 분명한 책을 만들지 못하면 아무리 마케팅 능력이 탁월해도 그 이후의 일들은 아무 의미가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경력자들이 입사해서는 처음에 질려 하는 경우도 있어요. 쉼표의 위치, 문장의 강약과 리듬감 등에 대해 소소한 부분까지 지적합니다. 물론 책마다 특징이 있고, 편집자마다 자기 특징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책을 책답게 만들어주는 겁니다. 개인의 문체로 책을 만드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쌤앤파커스 책들의 문장이 다이내믹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 편입니다. 정리하자면 전체 큰 덩어리에서 큰 개념을 잡은 이후에 문장 한 줄 한 줄까지 컨셉트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 나온 책을 전부 읽어보시나요? 혹 안 읽고 나가는 책은 없습니까?


박 ― 저는 대부분 다 읽어보는 편입니다.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구요. 제가 읽고 피드백을 주어서 크게 변화의 여지나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든가, 젊은 친구들 감각에 맞거나 필자가 감각적인 문체를 쓰는 사람이라든가 할 때입니다. 초고 때는 어차피 봐요. 원고 리뷰단계에서도 대충 책이 어떤 책인지는 아는데, 마지막 OK까지 보는 건 제가 선별을 하죠. 하지만 50~60% 이상은 다 보고 나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 ― 영상시대를 맞아 구어체 문장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강연이나 강의, 방송을 텍스트로 만들어 성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편집자에게는 북 앵커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옵니다. 저자가 어떤 글을 잘 쓰게 하는가보다 어떤 말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이야기하도록 만드는가 하는 능력을 말하는 데요. 그런 면에서  빅뱅의 『세상에 너를 소리쳐!』는 다섯 멤버의 차별성이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컨셉트를 정확하게 잡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특별한 노하우라도 있나요. 


박 ― 편집자가 인터뷰어로서 끌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어떤 책을 만들 것인가라는 규정이 훨씬 중요하죠. 가장 빅뱅스러운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독자들은 사진이 많이 들어간 책을 원했을지 모르지만 “그들을 통해 우리가 주고 싶은 메시지가 이거였어”하고 허를 찌르고 싶었습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으면서 독자가 그 책을 읽으면서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코드나 그럴만한 수준까지는 맞춰준 거죠. 컨셉트가 정확하게 잡히면 다음은 쉬워요. 빅뱅 멤버들이 가장 진솔하게 할 수 있는 얘기를 쓰자고 하는데, 우리가 경영서적 많이 읽었다고 해서 그렇게 하자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다만 이렇게 표현하고 싶은데, 정확한 단어를 못 찾을 때 도움을 주는 정도인 거죠. 멤버들의 머릿속에서 나오지 않은 걸 주면 책이 억지스러워지잖아요.


빅뱅의 책은 소박하기 때문에 좀더 감동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북 앵커는 컨셉력이 되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그 기조에 따라서 얘기를 끌어내면 되니까요. 하지만 저희는 억지로 많이 끌어내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하고 싶은 얘기 하라고 하고, 얘기가 안 나오면 다시 만나고 또 만나고 했죠. 그래서 편안해질 때까지 얘기를 하게 했어요.

한 ― 100만 부 이상 팔린 『이기는 습관』을 비롯해 몇십만 부가 넘은 『에너지 버스』 『일본 전산 이야기』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같은 책들은 편집자 혼자서 진행하나요? 아니면 컨셉트 회의를 하면서 직원들이 연합해서 진행하나요?


박 ― 모두 공개해요. 마케터는 물론 총무직원, 디자이너 등 콘텐츠 기획에 관련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전 사원에게 인트라넷을 통해서 초고를 공개하고 피드백을 받습니다. 어떤 것들이 보완이 됐으면 좋겠다든가 하는 것들을 듣고, 다시 작업을 하고, 중간에 한 번 더 보여주기도 하구요. 아니면 최종 교정지를 모두 열람합니다. 모두의 의견을 다 따를 수는 없기 때문에, 대다수의 의견을 중심으로 메인 피엠(담당편집자)이 소신을 갖고 작업을 하는 거죠. 표지 같은 경우도 마찬가진데, 원고 만드는 작업에도 전 사원이 참여한다고 보시면 돼요. 가장 1차적으로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게 독자라고 봅니다. 전문가적인 시각으로 얘기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독자 입장에서 얘기해줄 수 있는 게 직원들이거든요.


인재가 몰려오는 출판계가 되어야


한 ― 임프린트 제도가 도입되면서 회사 내부의 경쟁이 심해진 출판사가 없지 않습니다. 신간이 아무리 쏟아져도 회사가 주력하는 책은 소수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쌤앤파커스는 직원들의 단합하는 힘이 강하고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고 하셨는데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 ― 우리 직원들이 똑똑해서 그래요.(웃음) 물론 아무리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고 해도 성과에 따라 성과급이 철저하게 분배되기 때문에 개인적인 욕심이 없을 리는 없겠지요. 게다가 자기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누구나 원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우리 직원들은 우선 쌤앤파커스가 먼저 크지 않으면 자기가 혼자 잘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걸 다 알고 있어요. 그만큼 깨어있는 친구들입니다. 다른 곳에 있다가 오신 분들도 일단 쌤앤파커스에 들어오면 우리 조직 문화에 녹아들어서 정말 예쁘게 경쟁합니다. 진심으로 서로 피드백을 주고 서포트 해줍니다. 이 사람이 메인 작품을 할 때도 있고 저 사람이 할 때도 있는데, 마음이야 어떨지 몰라도 정말 보고 있으면 모두 우리 책이다 생각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심지어 퀄리티가 조금 떨어지는 작품이 편집부에서 넘어오면 디자인팀에서 클레임을 걸기도 해요. 협력과 견제가 같이 공존하는데, 그게 쌤앤파커스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니까 ‘따로 또 같이’ 이런 개념으로 일들이 이루어지는 거죠.  


한 ― 성과급은 개인의 성과를 기준으로 줍니까, 회사 전체를 기준으로 줍니까?


박 ― 일정한 부분은 공동분배를 하고 나머지는 역할에 따라 분배합니다. 가령 똑같이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해도, 책에 따라 어떤 역할이 중요했느냐가 성과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기획이 결정적이었나, 섭외가 관건이었나, 편집을 잘해서 뜬 것인가, 마케팅이 더 주효했었나 등. 


한 ― 성과급을 잘 주는 회사라고 소문이 나서 출판계 인력들이 쌤앤파커스를 부러워하는 걸 여러 번 들었습니다.


박 ― 업계의 관행에 비해서는 많은 편이라고 하지만 뭐, 엄청나게 주는 건 아닙니다. 돈으로 직원들을 움직이고 싶은 생각도 없구요. 그리고 성과급은 제가 직원들한테 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력한 만큼, 기여한 만큼 나눠 갖는 거죠. 사실 성과급 액수를 놓고 참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너무 어린 직원들한테 한꺼번에 많은 돈을 주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경력이나 사람에 따라 회사도 본인도 장기적으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늘 고민하면서 집행합니다.


한 ― 직원 생활도 오래 하셨는데 한국 출판이 뭐가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세요?


박 ― 많이들 하는 얘긴데요. 한국 출판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기업이 그렇듯이 경영자의 리더십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아요. 전문가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세습경영을 당연시하는 풍토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물론 경영자 수업을 충분히 해서 물려주는 것은 예외구요. 그리고 출판으로 번 돈을 너무 본인들의 재테크에만 쓴다는 겁니다. 재투자를 많이 안 하고요. 직원들에게는 “너희들은 편집을 하고 예술을 하니까 돈을 밝히면 안 돼. 원래 여기는 가난하고 힘들고 보람되게 일하는 곳이야”라고 주지시키면서 자기들만 챙깁니다. 직원들은 열악한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결국 패배감에 젖게 되는데 이런 일들이 구조적으로 계속 이루어져 왔던 것 같아요. 그러니 출판계에 최고 인력이 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 창의력, 기획력, 지식, 마케팅 감각, 사교력 등을 갖춘 멀티능력을 요구하는데 과연 그런 사람이 얼마나 출판계에 유입되고 있을까요? 저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출판계로 몰려오게 만드는 일을 앞장서서 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우리나라에도 미래가 있다고 봅니다.


한 ― 주간이나 편집장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현장에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들이 주축이 되어 직원이나 신입 사원에게 일을 가르치고 능력을 배양하는 순환구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허리가 무너져버리니까 기초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출판사들은 또 그런 부담 때문에 신입사원을 기피합니다.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쌤앤파커스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박 ― 무조건 신입사원만 뽑는 건 아니지만 때 안 묻은 친구들이 더 편해서 신입사원을 많이 뽑는 편입니다.  또 출판계 후배들을 양성해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미션도 갖고 있기도 하구요. 물론 출판도 경험을 통해 능력이 쌓이기는 하지만, 꼭 경력과 비례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출판은 이미 기본 자질이 중요한 업종이라서, 1년만 잘 가르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경력자라고 해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쌤앤파커스는 회사의 연차나 규모에 비해서는 그래도 다행히 사수노릇을 할 경력자나 중간 허리들이 꽤 있는 편이라, 신입사원 코칭에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가 “쌤앤파커스 1년은 다른 데 5년”이라고 말하는데, 그만큼 빨리 성장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가령 에디터의 경우, 신입사원에게도 처음부터 책 한 권을 다 맡겨요. 처음부터 자기 책인 거죠. 선배들이 어시스트를 계속하면서 부족하면 열심히 코칭을 합니다. 그러면 담당자가 그걸 반영해서 다음 페이지부터 수정을 합니다. 또 신입 직원들도 수습 때부터 기획회의라든가 중요한 회의에 다 참석을 시켜요.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원고를 만질 수 있기 때문이죠. 교정만 가르쳐서는 안 되거든요.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으며, 컨셉트는 어떻게 잡으며, 다른 사람이 맡고 있는 책은 어떻게 기획이나 컨셉트 추출이 이루어지는지를 구경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기 책을 반추합니다. 국내서와 번역서 한 권씩만 제대로 만들어보면 전체 그림을 그릴 줄 알게 돼요. 보도자료까지 다 쓰게 해요. 못 써서 다른 사람이 해줄 때도 있긴 하지만 성장을 많이 하죠. 그 과정에서 코칭과  피드백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 ―  신입사원을 뽑을 때 가장 눈여겨보는 역량은 무엇입니까?


박 ― 쌤앤파커스에서 중요시 하는 건 ‘근성’이에요. 열정하고는 좀 다른 건데요. 그리고 또 하나는 자부심이 강한 사람입니다. 우리 쌤앤파커스의 모토가 비어긴 하지만 ‘뽀대’랍니다.(웃음) 즉  자부심이죠. 근데 뽀대라는 말이 더 강력하고 재밌어서 그냥 우리끼린 그렇게 말해요. “야 , 뽀대 난다!!” 어쨌든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사람이 좋아요. 자만심과 자부심은 다르잖아요. 자부심이 높은 사람들은 남한테 욕먹을 짓도 안 하고, 자기 일에 대한 책임도 지고, 뭐가 되고 싶은 열정도 많이 있어요. 그리고 함부로 안 살아요. 적당히 안 살고요. 회사 전체도 마찬가지예요. 쌤앤파커스라는 자부심을 갖고 기획하고, 마케팅하고, 모든 의사결정도 하죠. 

좋은 제품이 답이다


한 ― 요즘 마케팅 담당자들이 온라인서점의 초기 화면에 책을 띄우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합니다. 게다가 초기 화면에 뜨는 책들도 99%는 적자 상태일 거라고 보는데요. 쌤앤파커스 마케팅의 핵심은 뭔가요?


박 ― 우리 마케터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저는 제품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제품을 만들고 나서 마케팅을 고민해야 합니다. 계속 컨셉트 얘기를 하는데, 제품을 만들려면 컨셉트가 뚜렷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마케터들하고 컨셉트를 같이 만들어요. 제품에 대한 공유죠. 이 책을 왜 기획했고, 어떻게 만들고 팔 것인지 등을 마케터들도 다 인지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 시장을 이미 알고 접근합니다. 쓸데없는 마케팅은 생각을 안 하고요. 사재기 같이 안 좋은 거 말고도 괜히 몸만 팔고 품만 파는 마케팅이 많아요. 광고도 절제해서 집중도 있게 하는 편입니다. 쌤앤파커스 마케터들은 페이퍼 작업이나 공부를 통해서 정확한 타깃팅과 집중력 있는 마케팅에 관한 훈련들이 많이 되어 있죠. 경력도 많지 않고 인맥도 넓지 않은 마케터들인데, 잘 합니다. 


한 ― 원래 마케팅에서는 ‘합리성의 편견’이라는 말이 있지요. 제품이 좋으면 무조건 잘 팔릴 거라고 하는데, 사실은 안 그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상품이 좋고, 내용이 좋아도 마케팅이 잘못되면 망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박 ― 제품이 좋다고 하는 개념에서부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제품이 좋다는 건 양서라는 기준이라기보다 잘 팔리도록 만든 책이라는 뜻입니다. 독자를 호도하거나 이상한 길로 빠지게 하는 책이 아니라면 좋은 책과 나쁜 책의 경계는 얼마나 독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개념을 정확하게 짚어서 알려주고 포장해주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목부터 광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타깃팅이 가장 정확한 제품을 만들면 좋은 제품이라고 봅니다. 그러면 반은 접고 일을 시작하는 거거든요. 그걸 안 만들어놓으면 어떤 마케팅도 할 수 없다고 보는데요. 그걸 만들 때, 우리가 어떤 시장을 공략해야 할지를 다 공유한 거죠. 아까 온라인서점 초기 화면에 관해 얘기하셨는데요. 열 명한테 노출을 시켰다면 그 열 명이 우리 독자인가가 첫 번째로 중요합니다. 우리 독자라 할지라도 보통 열 명 중에 한 사람 정도가 책을 집는다면, 우린 한 번 노출로 다섯 사람이 책을 집게끔 만드는 거죠. 여러 가지 마케팅 기법이 있지만, 저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제품에 마케팅이 녹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특히 더 그렇다고 생각해요.


한 ― 임팩트 없는 상품은 절대 안 팔리는 것 같은데요. 저도 서평 쓸 책을 고를 때 임팩트 있는 책부터 고르게 되거든요.


박 ― 시장에서 뭘 원하고 있는지를 알아야죠. 『이기는 습관』이나 『일본전산 이야기』 같은 책의 기획서에는 타이밍이나 대상독자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나와 있어야 합니다. 대학을 갓 졸업해서 조직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편집자들에 비해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조직 생활을 많이 하는 비즈니스맨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 경제경영 서적이나 자기계발 서적을 펴내려면 메인 독자의 생각을 꿰뚫고 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경영자나 리더들이 직원들에게 무슨 책을 읽히고 싶어 하고, 직원들은 무슨 책을 통해서 자기 변화를 꾀하고 싶을까요? 다 비슷해 보이지만 책마다 메시지의 차별점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고 항상 감을 잃지 않도록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한 ―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지요. 『이기는 습관』은 독자의 어떠한 욕구에 접근하도록 만들었나요?


박 ― 경제경영서 시장에서는 외국식 자기계발서나 트렌드적인 경영서적이 지나간 다음 우화형 자기계발서가 큰 흐름을 이뤘습니다. 그 다음에는 뭔가 좀더 함축적이면서 가벼운 터치나 뭉클함을 주는 하나의 키워드에 관한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배려』 같은 유가 아니라 조직의 수장이라면 어떤 마인드로 일해야 하는가를 큰 그림으로 딱딱 짚어주면서 아픈 얘기를 정공법으로 지적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미국식은 좀 돌아가요. 리더에게 강요하는 게 많습니다. 우화는 가슴으로만 터치를 하지 방법론이 없습니다. 그래서 직장인의 교과서처럼 선배가 주고 싶은 책을 하나 만들자는 게 컨셉트였죠. 어떻게 보면 무거웠죠. 딱딱한 글씨에 직설적으로 “너 이래야 한다”는 책인데, 그렇게 화끈하게 얘기해주는 책이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저자의 스펙이 그런 얘기를 하기에 적절했죠. 그런 주제로 가자고 『이기는 습관』이라는 키워드를 뽑아서 거기에 알맞게 배치를 했습니다. 팔릴 거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습니다.


한 ― 김정운 박사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죠.


박 ― 과정이 조금 다르긴 했는데요. 대한민국 40대 남성들이 지금까지 어떤 심리를 갖고 살아왔는지 남자의 심리학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춘 책으로, 인생, 남성, 심리학의 세 고리가 얽혀 있어요. “앞만 보고 무조건 달려가지 말고, 네 삶의 재미를 스스로 찾고, 리추얼을 만들어야 한다. 돈이 많다고 되는 건 아니다.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만 경쟁력이 있다.”가 이 책이 얘기하고자 하는 가벼운 터치의 첫 번째 핵심 기조입니다. 두 번째는 대한민국 40대 50대 중년 남성들의 시시콜콜한 사생활 엿보기입니다. 술 마시면서 털어놓는 아저씨들의 속내가 나옵니다. 세 번째는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서 이런 심리를 갖게 되는가를 문화심리학자인 저자가 들려주는 것입니다. 저자가 세 가지를 섞어서 썼기 때문에 컨셉트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제목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가 고민이었습니다. ‘남자들의 심리학’이나 ‘잘 노는 놈이 성공 한다’는 컨셉트를 놓고 고민하다가 저자가 썼던 한 꼭지의 글을 제목으로 뽑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연애사라고 오해를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항상 인생을 돌아보면서 삶에 대한 회한과 못해 본 것에 대한 회한, 일탈에 대한 욕망을 생각해보게 마련인데 그런 것들이 겹쳐진 제목이어서 선택했습니다. 어느 한 쪽으로 규정하지 않고 읽는 재미가 있죠. 좀 똑똑하고 현학적인 옆집 아저씨가 입담 섞어가면서 얘기하는 책을 만들자 해서 힘 빼고 한 꼭지씩 체계 없이 만들었죠. 큰 체계는 부를 줬지만, 그냥 여기 펴서 읽고, 저기 펴서 읽어도 재밌는 책을 만들자 그거였어요. 


한 ― 『일본전산 이야기』는 어땠나요?


박 ― 『일본전산 이야기』는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이기는 기술』이라는 제목으로 투고됐던 원고입니다.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꽤 어려웠잖아요. 원고를 읽으면서 ‘이 회사에는 뭔가 매력이 있다. 이런 정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걸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본 회사지만 모델이 좋다고 생각해서 한 회사 이야기로 가공을 했습니다. 제목을 지을 때도 ‘일본 전산’이라고 하니 도요타 이야기도 아니고 일본의 전산시스템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고 마케팅 부서에서 반대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건 좀 길게 보자, 전산 시스템 얘기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 회사 이야기로 가자는  게 컨셉트였어요. 초기에 불이 확 붙지 않았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일본 전산 알아?” 이렇게 됐습니다.


마케팅에는 왕도가 없다


한 ― 지금 출판 마케터들이 방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어요. 그런 사람들한테 혹시 ‘이것만은 놓치지 마라’고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없나요? 


박 ― 이 얘기 하면, 그래 너희 잘났다라고 욕먹을 수 있겠지만요. 저는 출판 마케터들이 철저하게 다시 한번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뭐냐면 자기 경쟁력을 갖는 겁니다. 물론 열심히들 하지만, 지금 마케터들을 보면 패거리 문화 같은 게 있어요. 한 회사에 소속된 게 아니라 어떤 라인에 속해서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건데요. 이걸 마케팅 기법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더군요. 제가 회사를 차리자마자 어떤 사람이 반짝이는 명함을 들고 왔어요. 서평 써주는 회사였습니다. “요즘 많이 미는 책을 기증해 주시면 그게 온라인 서점을 통해서 책이 나가고 베스트셀러 집계에 올라갑니다. 그렇게 책을 주고 서평을 쓰게 하면 한꺼번에 몇 천 부가 나가니까 금세 순위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광고비의 10분의 1도 안 됩니다. 확률은 정확합니다.”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어이가 없어서 “난 그렇게 안 합니다”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저한테 “대표님은 초등학생 마케팅을 하고 계시고, 우리가 하는 건 대학생 마케팅입니다” 하더라고요. “저는 초등학생으로 살겠습니다” 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이런 류의 방법들을 많은 마케터나 출판사가 전략적 마케팅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과연 비즈니스에서 어디까지 정직해질 건가를 생각하면 저도 정답을 내릴 수는 없어요.


저희는 홍보자료도 내부에서 보내지 서점을 통해서 안 보내는데, 꽤 많은 회사들이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이런 것까지 활용한다더군요. 제가 마케팅 팀장들이나 마케터들을 영입하고자 할 때 충돌하는 부분이 그런 부분입니다. “그런 거 못 하면 마케터가 무슨 일을 합니까?”라고 하는데요. 저는 거꾸로 얘기하고 싶어요. 그런 일은 다른 사람들 시켜서도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또 도덕성과 경쟁력 두 가지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거든요. 결국 독자들을 호도하는 거고, 독자들에게 공짜 책을 줌으로써 출판계 전체를 붕괴하는 여러 가지 악순환이 있는데, 그걸 당당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면 그건 의식 자체가 마비되어 있는 거고요. 내부적으로도 그런 짓을 하면서 누가 누구를 인정하겠어요. 그렇게 되면 조직이든 출판계든 도덕적으로 붕괴되기 때문에 다시 일어나기 굉장히 어렵고요.


두 번째는 그렇게 함으로써 경쟁력이 없어집니다. 돈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 노력을 하게 되잖아요. 광고를 했는데 반응이 없으면 왜 그럴까, 컨셉트를 잘못 잡았나, 모여서 고민을 하게 돼요. 실제 판매 부수가 보이니까 피드백을 받으면서 공부를 하는 거죠. 한데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판매를 올리면 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나 더 팔기 위한 마케팅에 관해 공부를 하지 않게 됩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마케팅에 왕도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입소문 난 마케팅도 나중에 보면 사기일 경우가 있고, 파워 블로거 하나 뜨면 산업 전반이 그렇게 흘러가버려요. 이건 출판계만의 일은 아니죠. 컨셉트 정확히 잡고 타깃팅 정확히 해서 기본적으로 써야 할 돈만 써가면서 제품을 갖고 승부를 하는 그런 식으로 가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마케터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좀더 노력하면 길이 보이거든요. 발로 좀더 뛸 수도 있고요.


예를 들면 학교에서 많이 소화되는 책 같은 경우는 한 번만 더 뛰어도 되는데, 이제는 그것도 안 하려고 해요. 예전에 영업하던 마케터들은 몸으로라도 뛰었는데, 지금은 앉아서 참 알량하게 머리만 굴리려고 하거든요. 그건 마케터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게 해서 후배들한테 뭘 가르치겠으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요? 그런 사람들은 설 자리가 없어져요. 어쨌거나 저는 출판계가 전반적으로 좀 멋지게 경쟁하고, 부끄러운 일은 안 하는 그런 곳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 대표와 대화를 나누면서 야전사령관으로 서점가를 누빌 때가 생각났다. 순간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나는 과연 출판계에 비전을 보여주고 있는가 하고 말이다. 잡지 하나 하면서 출판계를 괴롭히고 직원들을 고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박 대표에게 슬쩍 했더니 “소장님은 운동하는 사람이고 나는 장사하는 사람이잖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글쎄다. 장사만 하는 사람일까. 어쨌든 출판계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당찬 사람이란 것은 분명해보였다. 그래서 당신은 나보다 몇 수 위라고 말해주고 조용히 박 대표의 사무실을 나왔다.


<기획회의> 271호 2010.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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