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JAL을 일으키는 老회장의 경영원칙!
회계를 모르고 현대 경영은 없다!
2조 3220억 엔이라는 어마어마한 빚더미를 감당하지 못해 끝내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일본의 대표 항공회사, 일본항공JAL. 일본은 골칫거리인 JAL의 CEO 자리를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고민했다. 당시 일본 총리였던 하토야마 유키오는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전회장 밖에 없다고 판단,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나모리 회장도 ‘JAL의 회생은 단순히 회사 하나 죽이고 살리는 차원이 아니라 일본의 자존심이 달려 있는 중대한 문제’라며 JAL의 경영정상화를 '조국에 대한 생애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한다며 일체의 보수도 받지 않고 기꺼이 구원투수 역을 수락했다.
지난 9월 도쿄지방재판소에 그는 대규모 구조 조정과 노선 감축 등을 골자로 한 JAL의 자구안을 제출했다. 2010년도에 641억엔의 영업흑자와 2013년에는 1175억엔의 흑자를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파산의 벼랑 끝에 몰린 일본항공이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에 의해 서서히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니 그가 수렁에 빠진 일본을 건져내고 있다.
마쓰시타 전기의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의 혼다 소이치로와 함께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 '살아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稲盛 和夫는 27세 때인 1959년 자본금 300만 엔으로 교토 세라믹(현 교세라)를 창업해 세계 100대 기업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또한 1984년에는 다이니덴덴(현 KDDI)을 설립해 10여 년 만에 일본 굴지의 통신회사로 발전시켰다.
그 후 창업 후 50년이 넘은 지금까지 매년 흑자를 냈고, 여러 차례 인수합병을 했지만 한 번도 잡음은 없었다. 일에 대한 그의 열정과 철학 그리고 투철한 장인정신이 이런 놀라운 성과를 가능하게 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회사 경영은 경영자의 경영 철학에 의해 결정된다고 여기고 모든 경영 판단은 ‘인간으로서 무엇이 옳은가’라는 원리원칙에 근거하여 실행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회계경영>(다산북스)은 회계학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회사 경영의 원칙과 기본적 사고방식을 설명한 책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회계를 모르고 경영을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회계학 전문가가 아닌 경영자가 쓴 ’경영을 위한 회계학‘이란 점이 매우 흥미롭다. 원제목은 ’稲盛和夫の実学―経営と会計(2000), 이나모리 가즈오의 실학 - 경영과 회계’이다.
교세라를 창업했을 당시의 이나모리 회장은 경영의 경험은 전혀 없었던 27세의 기술자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회계를 알았을 리 만무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그는 기존의 경영자를 위한 회계가 아닌, '기술자를 위한 회계’ 쪽으로 접근했다. 즉 회계는 기업이 이익 창출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최대한 있는 그대로 기록해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도리에 맞지 않거나 도덕에 어긋난 일을 행하면 결코 올바른 경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50년 경험을 통해 스스로 터득한 ‘경영을 위한 회계학의 7가지 실천원칙’에는 그만의 경영철학이 녹아 있다.
1. 현금을 바탕으로 경영하라. “계산은 맞는데 돈이 모자란다.”는 말을 하는데 이것은 현금 베이스가 아니라 결산상의 이익 베이스만으로 경영한 결과다(현금 베이스 경영의 원칙).
2. 일대일 대응을 고수하라. 경제활동에서 제품과 돈이 움직일 때 전표의 움직임도 반드시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일대일 대응의 원칙).
3. 철저한 근육질 경영을 하라. 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면 기업을 인간의 몸으로 봤을 때 몸의 구석구석까지 피를 통하게 하고, 허영심의 군살이 없이 활성화 되어 있는 탄탄한 근육질을 지니게 해야 한다(근육질 경영의 원칙).
4. 완벽주의를 추구하라. 애매함이나 타협을 용납하지 않고 모든 일을 세세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이루어내는 경영을 추구해야 한다(완벽주의의 원칙).
5. 이중 체크로 회사와 사원을 지켜라. 여러 사람과 부서가 서로를 체크하고 확인하면서 일을 진행하는 엄격한 시스템을 만들어라(이중 체크의 원칙).
6. 채산성 향상을 유지하라. 기업의 회계에서 이익이 나도록 원가를 계산하고, 비용과 이윤을 정하는 것은 기업의 가장 중대한 일이다(채산성 향상의 원칙).
7. 투명하게 경영하라.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명정대함이다. 그것을 보증하기 위해 경영을 모든 이의 감시 하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투명 경영의 원칙).
이 원칙들을 이해하는 데 있어야 한 가지 유념할 것이 있다. 그것은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기술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기술자인 그가 마음 놓고 일(생산)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한 눈에 들어오는 관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경영자가 따로 체크하지 않아도 시스템에 의해 인간의 행동을 규율하고 안팎으로 부정이 생길 수 없는 이처럼 투명하고 엄격한 회계원칙이 나온 것이다.
그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일대일 대응의 원칙’이다. 경영활동에서 제품과 돈이 움직일 때 전표의 움직임도 반드시 일대일 대응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 원칙은 ‘전표조작’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물건이 움직이면 반드시 전표를 발행하고, 확인된 전표는 움직인다. 이렇게 되면 숫자는 사실 만을 나타내는 ‘실제’가 된다. 또한 부정을 방지하고 사내 도덕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올바른 경영을 위해서는 회계방식도 바꾼다는 그의 생각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나모리 회장의 책을 읽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그는 수십 년 동안 경영하면서 축적된 생생한 ‘경영 노하우’를 기꺼이 후배들에게 알려줌으로써 시행착오를 덜게 한다. 또한 지금의 자리에 오른 그가 부단한 노력과 땀의 결실로 이뤄진 것임을 알게 한다.
책의 말미에 있는 3부 ‘경영을 위한 회계학의 5가지 적용문답’은 그 보기 좋은 예이다. 이 부분은 이나모리 회장이 중견기업의 젊은 경영자들을 위해 주최하는 경영 아카데미 ‘세이와주쿠盛和塾’에서 나눈 회계상의 문제에 대해 ‘경영 카운슬링’을 해준 내용을 담았다. 문답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어서 ‘회계원칙의 적용케이스’로 이해하기에 적절했다.
이 책에 담긴 많은 가르침 중에서 딱 한 가지만 배워야 한다면 ‘이나모리 회장이 말하는 가격의 정의’일 것이다. 그는 “가격 결정이 곧 경영이다.”라고 말했다. 물건이 팔려고 돈을 벌어야 회계도 가능한 것이 아니던가? 가격 결정은 단지 제품을 팔기 위해, 주문을 받기 위해라는 영업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의 사명을 결정하는 문제다. 가격은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만족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가격결정은 경영자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장사를 할 때 가격을 싸게 하면 누구라도 팔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경영이 아니다. 고객이 납득하고 기쁜 마음으로 구매해주는 최대한의 가격, 그보다 싸면 얼마든지 주문을 받을 수 있지만, 그보다 비싸면 주문을 받지 못하는 ‘아슬아슬한 가격’을 찾아내야 한다.”
세일과 가격할인을 밥 먹듯 해서 제 값 주고 사는 소비자를 바보로 만드는 싸구려 기업인들이 꼭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격주간으로 발행하는 <기획회의>(282호)에 실린 리뷰입니다.
독서의 계절 10월 입니다.
책 읽기 딱 좋은 시기가 온거죠.
당신은 지금 무슨 책을 읽고 있나요?
'책 읽는 직장인'이 되고 싶은데 무슨 책을 읽을지 모르겠다고요?
그럼, 우선 이 책으로 시작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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