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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ome place../書架에 꽂힌 冊

[구본형] 부족함을 아는 것이 자기경영의 시작이다

by Richboy 2010. 12. 3.

 그곳에 가면 팔이 긴 사람들이 있었다. 팔이 어찌나 긴지 발까지 내려오니 물속에 서서 긴 팔을 그대로 뻗어 고기를 잡곤했다. 그 옆 나라에는 다리가 긴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사이가 좋았다. 좀 더 깊은 곳에서 고기를 잡고 싶으면 다리가 긴 사람들은 팔이 긴 사람들을 등에 업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잡은 고기들은 서로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다.

 그 사람들이 살던 때 또 그 이웃에 기굉국(奇肱國) 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팔이 하나에 눈은 세 개였다. 더 굉장한 것은 남녀의 생식기를 한 몸에 지닌 자웅동체, 즉 어지자지였다는 것이다. 그들은 황금색 눈을 가진 아름다운 무늬를 가진 길량이라는 말을 타고 다녔다. 팔이 하나 밖에 없지만 그들은 도구를 매우 잘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도구로 온갖 짐승을 잡아먹곤 했다. 손재주가 뛰어난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비거(飛車)라는 나르는 마차다. 그들은 바람을 이용해 비거를 타고 멀리 까지 날아가곤 했다.

 

 

 동양신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기형적인 인간들은 그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이 점에서 동양과 서양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가장 생산적인 신으로 등장하는 헤파이토스는 어머니 헤라가 자생생식하여 홀로 낳은 아들인데 너무 못 생겨서 속이 상한 헤라가 낳자마자 아들을 땅으로 집어 던졌다고 하지요. 그때 다리가 부러져 절름발이가 되었답니다. 그러나 헤파이토스는 그 불구를 이기고 대장장이의 신이 되어 온갖 것들을 만들어 냅니다. 결핍이 창조의 에너지인 모양입니다. 기술은 결핍과 부족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자기경영은 헝그리 정신입니다. 늘 무엇엔가 배고파하는 것입니다. 결핍과 부족을 채우기 위한 채워지지 않는 욕망입니다. 그것이 새로운 기술과 진보를 만들어 냅니다. 이 시대의 가장 배고픈 사람, 스스로 'stay hungry'를 외치는 사람인 스티브 잡스가 가장 창조적인 인물 중의 하나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관점 하나가 더 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기술을 별로 장려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옛날 중국의 탕임금 때, 기굉국 사람이 만든 비거 하나가 한 지방에서 발견되었는데, 탕임금은 비거를 부수게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후, 서풍이 불 때 그것을 다시 조립하여 기굉국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 창조적인 사람들은 다스리기 어려워서 일까요 ?

 

 그럴지도 모릅니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사회나 조직의 관점에서 보면 기형적인 인물들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아마 팔이 하나거나 다리를 저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궁핍과 결핍이 우리를 창조로 내 몰지만 늘 채워지지 않음 속에서 각박한 삶을 살게 하는 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나는 스티브 잡스에 놀라지만 그를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어떤 커다란 각성에 의해 결핍이 만들어 낸 각박하고 냉정한 욕망이 따뜻한 휴먼 터치로 조화를 이루기를 말입니다. 빌 게이츠와 워렌 핏은 어느 날 '한 번도 혜택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삶'에 귀를 귀우리게 된 다음부터 자신의 부를 나누어 주게 되었습니다. 나눔이 부자의 진정한 명예가 된 것이지요.

 

그러므로 자기 경영의 헝그리 정신은 배고픈 자신을 채우고 또한 배고픈 자를 채워주는 동시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팔이 하나 뿐인 결핍된 존재라는 것, 다른 사람이 없이는 모자라는 팔 한쪽을 채울 수 없다는 것, 바로 이 각성이 자기경영인 것입니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