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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부자학·재테크

증권분석(벤저민 그레이엄) - 주식의 고전으로 읽는 ‘투자 성공법’

by Richboy 2010. 12. 25.

 

 

 

 

주식의 고전으로 읽는 ‘투자 성공법’

 

  아무리 원저가 훌륭해도 번역본이 형편없으면 무능하기 짝이 없는 책이 되고 만다. 번역은 원래 외국어 능력이 출중하고 관련 분야에 능통한 사람이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독자는 문맥은커녕 단어의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해 책읽기가 훌륭한 책과 저자를 만나는 경험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최악의 순간이 된다.

  현대 가치투자의 고전으로 알려진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리딩리더)도 그런 오명을 얻은 책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오명은 이제 지워져야 한다. 최근 경영학 석사이자 전 펀드매니저로 ‘가치투자서’ 번역 전문가로 알려진 이건에 의해 이 책이 새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원래 이 책은 그레이엄이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쳤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주 독자가 상당한 기본기를 갖춘 대학원생이다 보니 일반 독자에게는 가독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1951년 발간되어 고어(古語)와 폐어(廢語)가 곳곳에 섞여 있고, 문장도 길고 복잡해서 오늘날의 미국인이 읽어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역자는 독자를 중급 이상의 투자자로 놓고, 이들이 무난하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번역하는 데 중점을 둔 것 같다. 한 문장에 원문 내용을 모두 담는 대신, 가독성을 고려해 중요하지 않은 어구는 과감하게 생략하고, 미국식 표현도 우리 실정에 맞게 고쳤다.

 

 

  평소 “투자는 단순해야 한다. 투자설명을 들었을 때 복잡하고 헷갈린다면, 그 투자는 좋은 투자가 아니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 누군가가 헷갈리게 만들어서 돈을 뜯어내려는 수법”이라고 주장해온 역자는 이 책을 번역하면서도 저자보다 독자의 편에 섰다. 한마디로 훨씬 쉬워졌다는 말이다. 그는 번역에서 ‘문화적 방법론’, 즉 독자의 문화까지 고려해서 이해하기 쉽게 옮기는 실용적인 방법을 취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증권(채권·우선주·보통주)의 선택, 투자와 투기의 구분, 선순위 증권(채권·우선주)과 보통주 투자에 따르는 권리와 진정한 이익, 리스크 관리에 관한 일반 원리, 실용적인 안전성 점검, 저평가 종목 발굴 기법, 주주와 경영진의 관계 등 가치투자에 필요한 개념과 기법을 비판적 관점을 갖고 논리적으로 추론해내는 내용이어서 읽기가 결코 쉽지 않다.

  미리 경고한다면 이 책은 투자와 회계 분야의 기본 용어와 개념 정도를 알고 있는 중급 이상의 투자자에게 어울린다. 초급 투자자는 이해하기 어렵고, 단편적인 투자 아이디어를 얻고자 한다면 얼마 되지 않아 크게 실망할지 모른다. 하지만 주식 투자의 정석과 증권 분석의 원칙을 배우고 싶다면 일독하길 권한다. 다소 더디겠지만 투자의 정공법을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는 책은 몇 없기 때문이다.

 

 

  연인뿐 아니라 책과 독자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오랜만에 최고의 경제 고전서가 훌륭한 역자를 만나 새롭게 태어났다. 종합주가지수 2000을 돌파해 숨고르기가 필요한 요즘, 그레이엄의 투자 기법과 원리를 보다 더 쉽게 접하는 기회를 잡는 독자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리뷰는 오늘자(12.25) 경향신문 [책으로 읽는 경제] 칼럼에 실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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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분석(개정판)(제3판)

저자
벤저민 그레이엄 지음
출판사
리딩리더 | 2010-12-16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이 책은 증권(채권, 우선주, 보통주)의 선택, 투자와 투기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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