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나흘이 지났다. 세월은 정말 '겁나 빠르다'고 말할 밖에 없다. 지난 해 이맘 때는 책 출간을 앞두고 '쉬엄쉬엄 놀멍놀멍'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었다. 그 와중에 집어든 책이 '이중세뇌'였다. 일련의 중독은 사실 스스로에게 걸어놓은 '세뇌'때문이라는 내용의 책이었는데, 그 내용을 읽고 있을 때 예의 '담배'를 물고 있었고(책을 읽을 때면 담배를 물거나, 커피를 마신다. 실은 거의 대부분은 동시에 한다), 그 상황에 갑자기 짜증이 났다. 평소 같았으면 아마도 책을 덮었을 것이다. 저녁상을 물리고 담배를 물었는데, '흡연자가 암발생률이 몇 배가 높다' 비슷한 내용의 뉴스를 접한 기억이 있다면 내 '짜증'은 짐작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어떻게든 담배를 버려야겠다'는 다소 '쌩뚱맞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20년 가까이 담배를 대하면서 한 번도 끊으려고 시도한 적이 없다, 멍청하게도). '이중세뇌'를 다 읽을 무렵 나는 금연을 실행하고 있었고, 1년이 지난 지금 단 한 대도 피우지 않고 있다. 만약 참았다면 그 '욕구와 스트레스'로 심한 탈모를 경험하거나, 미쳐서 속옷바람으로 날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참지 않고, '담배를 버렸'기에 지금까지 흡연욕이 없는 걸게다. <이중세뇌>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올해 금연을 꿈꾸는 이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이게 아니다. 담배는 버렸지만, 얻은 게 있으니 체중이다. 지난 달 종합검진을 해 보니 정상 이상의 폐를 가졌다는 반가운 소식(지난 해 까지 폐라는 장기 때문에 종합검진을 받지 않았다면 믿겠는가?)에 이어 살을 빼라는 경고(?)를 받았다. 해서 올 연초에 집어든 책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문학사상)다. 런너소설가로 알려질 만큼 달리기를 글쓰기 만큼 사랑하는 하루키, 달리기로 체력과 컨디션을 최고조로 이끈 후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는 그가 '달리기'라는 테마를 놓고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한 일종의 테마자서전이다.
소설가는 아니지만 글을 쓰고 있고, 당면과제는 살을 빼는 것이기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 문제는 달릴 마음이 추호도 없다는 것. 걷거나 뛰듯 걷는 건 좋아도 달리기는 천성적으로 싫어하는 터라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넌 달릴 수 있어. 달려야 해. 안그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땅 넓은 줄만 알고 살다가 곧 죽을거야'라며 세뇌시키고 있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만나는 하루키도 특별하고 하와이의 따끈함과 달릴 때 느껴지는 땀냄새와 바람이 나를 스치는 듯 글맛이 있더라. 책을 덮을 즈음에는 운동화 끈을 동여매는 나를 발견하고 싶을 따름이다.
어제 택배로 수령한 <글쓰며 사는 삶>이란 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라는 멋진 책을 남긴 나탈리 골드버그의 책이다. 웹서핑 중에 발견한 후 주저없이 주문한 이유는 <뼛속까지...>를 읽은 후 그녀에게 반했기 때문이다. 또한 '글쓰기'라는 일이 고되고, 외롭지만 충분한 보람과 즐거움이 있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한 책이기도 하다. '작가적인 삶을 위한 글쓰기 레슨'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이 읽고 싶어 죽겠다(하지만, 우선 살을 빼라!).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을 두고 우스워하는 이가 있더라. 마치 내 책이 훌륭한 책들을 소개하는 리뷰모음, 즉 책을 위한 책이라 웃기다는 사람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굳이 '글쓰기'를 배우기 위함이 아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의 삶을 들여다 보고 위로받고 격려받는 이유가 크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은 필경 혼자서 할테고, 그들은 몹시 외롭기 때문이다. 여튼 다른 책들을 읽어버린 후 냉큼 이 책을 집어들고프다(이런 충동을 느끼는 때면 즐겁다). 이 밖에도 강연을 위해 준비한 <스티브잡스 프리젠테이션의 비밀>(랜덤하우스)와 지난 해 끝내 읽지 못한 <공유의 비극을 넘어>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지만, 11시까지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터라 접어야겠다. 이렇게 주절거리는 일 역시 올해부터 자주 만들기로 한 몇 가지 약속 중 하나다. 올해는 자주 떠들 수 있었으면 한다. 다시 세뇌를 시켜야 하나? ㅡ,.ㅡ
이중세뇌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글쓰며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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