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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책들] 하이브리드시대의 문학, 대학 외

by Richboy 2011. 2. 11.

 

“경계를 넘고, 간극을 좁히며!”
"Cross the Border-Close the Gap"

경계해체의 시대, 하이브리드 문화와
하이브리드 예술의 시대가 온다


  지금 우리는 모든 것의 경계가 무너지고 각기 다른 것이 서로 뒤섞이는 ‘크로스오버’시대, 또는 ‘하이브리드’시대에 살고 있다. 많은 나라가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다인종/다문화사회로 진입했으며, 그 과정에서 문화는 서로의 경계를 넘어 자연스럽게 타문화와 혼합하게 되었다.

  경계해체와 이종혼합은 보다 더 강하고 바람직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변종”을 탄생시켰으며, 그러한 현상은 오늘날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한 변화는 문학에서도 일어났다. 장르해체이자 혼합예술인 그래픽 노블이나 비주얼 노블은 문학의 관습적 경계를 와해시켰고, 트랜스휴머니즘과 트랜스내셔널리즘은 각각 인간과 기계의 배타적 구분을 초월하는 문학과, 두 나라의 국경을 넘나드는 새로운 문학을 산출했다. 텔레비전과 인터넷의 확산은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사이의 구분을 소멸시켰으며, 본격문학과 판타지/SF/추리 소설의 혼합은 주류문학과 서브장르문학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경계해체는 또한 과학에서도 기계와 인간의 이상적 합일과 크로스오버를 시도하는 ‘트랜스휴머니즘’이 생겨났고, 국제사회에서도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습적인 경계를 해체하는 트랜스내셔널리즘이 부상했다. 트랜스휴머니즘은 수명연장과 육체능력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인간이 기계의 도움을 받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인간과 기계 사이의 이분법적 구분과 서열을 해체했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에서는 인간이 되기 위해 인간의 장기를 이식해 결국은 늙어죽는 로봇이 등장한다. 그런 면에서 <바이센테니얼 맨>에서 인간의 장기를 가진 로봇 앤드류와 인공장기를 이식한 인간(소청심사위원장)의 대화는 대단히 상징적이다.
위원장: “네가 아무리 인간과 닮았다고 해도 너는 인공적 존재일 뿐이야.”
앤드류: “하지만 인공장기를 이식한 수많은 사람들은 그럼 무엇인가요? 위원장님도 인공신장을 이식하셨지요. 그렇다면 어떤 면에서는 위원장님도 인공적이지 않나요?”
위원장: “부분적으로는 그렇지.”
앤드류: “그렇다면 저도 부분적으로는 인간입니다.”
(본문 중에서)

트랜스휴머니즘이 인간과 기계의 이상적 결합 가능성을 탐색한다면, 트랜스내셔널리즘은 하나의 국가에만 속한 개인의 정체성을 확대해 국경을 넘나드는 통문화적 존재로 보는 새로운 사조이다. 예컨대 재미 한인교포작가들은 그동안 미국에만 소속되고 미국에만 충성을 바쳐야 하는 미국작가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트랜스내셔널리즘에 따르면, 이제 교포작가들은 한국과 미국, 또는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두 세계에 속한 작가’들이 되었다. 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유전인자가 만나서 생성되는 하이브리드는 아름답고 총명하며 강인한 반면, 순혈주의는 기형이나 열성 유전인자를 확대 생산한다고 말한다. 경계해체 역시 새로운 것들과의 융합과 혼합을 통해 원래보다 훨씬 더 강인하고 더 우수한 우성인자를 산출해내게 될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주류로 자리 잡게 될 혼합문화와 혼합예술은 새로운 개념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우리를 새로운 인식의 세계로 데려갈 것이다. 경계해체와 크로스오버, 또는 퓨전과 하이브리드는 이제 부인할 수 없는 범세계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경계해체 시대의 문화는 다양한 문화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문화’일 것이고, 미래의 예술 또한 부단히 다른 세계를 탐색한 예술가들이 창조해낸 ‘하이브리드 예술’일 것이다.

사라져가는 경계들과 겹치는 영역들
이 책은 경계를 넘어 다른 영역을 탐색하고 다른 문화와의 융합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하이브리드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다각도로 성찰하고, 문학작품의 분석을 통해 읽어내고, 우리가 나아갈 길을 탐색해보기 위해 씌어졌다. 최근 문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을 포착하고, 새롭게 등장한 문예이론들을 성찰하고 있다. 즉 ‘트랜스’시대의 대표적인 문예이론들을 점검하고, 관습적인 경계를 초월하고 있는 새로운 문학 장르들을 성찰하고, 최근 미국문학의 특징인, 1960년대 이후 미국 문화와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오고 있는 ‘탈중심주의적 인식의 변화’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시대에 다시 읽어봐야 할 문학작품을 간단한 내용설명과 함께 분석하고 있다.

쇼크는 놀랄 만한 마네킹이었다. 그것은 슈라우드처럼 만들어졌지만, 살은 거품 비닐, 피부는 비닐 플라스티솔, 머리는 가발, 눈은 성형용 플라스틱, 그리고 치아는 존경받는 미국인들의 19%가 하고 있는 틀니로 되어 있었다. 가슴에는 혈액 저장소가 있고, 중앙에는 혈액펌프가 있었으며, 복부에는 니켈 카드뮴 건전지로 된 동력 공급원이 있었다. …… 그는 경비실로 돌아가다가 슈라우드 앞에서 멈춰 섰다.
“아니, 이게 뭐지?” 그가 말했다.
“너보다는 나은 존재야.”
“이럴 수가!”
“너나 이럴 수가! 해라. 나와 쇼크는 너 같은 인간들이 언젠가는 되고 말 그런 존재야.” (Pynchon, V. 1961, p. 266)

각기 다른 경험을 대위법적으로 바라봄으로써, 그리고 내가 뒤엉키고 중첩되는 역사라고 부르는 것을 만들어가면서, 나는 ‘비난의 정치학’과, 그보다 더 파괴적인 ‘대립과 적대의 정치학’을 초월하는 제3의 대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거기에서 더욱 흥미있는 형태의 세속적인 해석이 생겨나는데, 그것은 단순히 과거를 부정하거나, 제국주의의 종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거나, 또는―폭력적이고 너무 쉽고 유혹적이기 때문에 더욱 소모적인―결국 위기를 초래할 서구와 비서구 문화의 적대를 야기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무언가가 될 것이다. 그러한 것들이 일어나는 것을 수동적으로 지켜보고만 있기에는 세계가 너무 작고 너무 상호 의존적이다. (사이드, 「문화와 제국주의」, 1995, p.69)

 

 


하이브리드 시대의 문학

저자
김성곤 지음
출판사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09-09-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이 책은 경계를 넘어 다른 영역을 탐색하고 다른 문화와의 융합을...
가격비교

 

 

 

《팡세》의 표준사본으로 인정받는 제2사본에 따른 번역! 생각하는 갈대, 파스칼이 생각한 8할의 신앙!

《팡세》의 표준사본으로 인정받는 제2사본에 따른 번역!

파스칼이 그의 누이 질베르트의 집에서 죽었을 때, 그의 유가족들은 그의 방에서 무수히 많은 종잇장들이 '아무런 질서도 연속성도 없이 실로 묶여진 채 여러 묶음으로' 흩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단편적인 초고들의 묶음이 바로 《팡세》이다.
유가족들이 맨 처음 했던 일은 이 고인의 자필원고들을 '발견된 상태대로 베끼는 일'이었다. 이 일은 1662~1663년 사이에 이루어졌고, 이때 만들어진 것이 두 개의 사본이다. 이 사본들은 동일한 사람의 필체로 쓰였고 그 내용은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동일하다. 그러므로 현재 프랑스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팡세》의 원고는 세 종류다. 하나는 파스칼의 자필원고이고, 다른 하나는 제1사본, 나머지 하나는 제2사본이다. 파스칼의 자필원고는 팡세 원고들의 분류방법이나 배열순서를 알아보는 데 그다지 도움이 못 된다. 왜냐하면 저자의 조카인 루이 페리에가 본래의 순서를 무시한 채 이것을 1710~1711년경 현재의 상태로 다시 제작했기 때문이다. 반면 두 개의 사본은 원고들이 발견되었을 당시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 준다.
팡세 초판 발행 때 사용된 원고는 제1사본이다. 이 사본은 출판을 준비하는 동안 파리와 클레르몽에 흩어져 있었던 출판위원들의 손에서 손으로 옮겨지면서,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손으로 수정되면서 상당부분 손상되었다. 그래서 사본의 본래의 필체와 수정자들이 가필한 필체를 구분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이에 비해서 제2사본은 질베르트의 가족만이 보관하면서 참조했기 때문에 보관상태가 완전하다. 제2사본이야말로 많은 연구가들이 《팡세》의 표준사본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며, 저자 파스칼이 의도한 적절한 질서를 간직한 사본이다.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의 번역본 《팡세》는 바로 제2사본을 따르고 있다. 이 책을 번역한 김형길 교수는 프랑스 프로방스대학에서 파스칼에 관한 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은 바 있다. 소르본대학의 명예교수이자 파스칼 연구의 권위자인 필립 셀리에 교수가 제2사본에 따라 편집한 《팡세》(일명 셀리에 판)를 국내에서 독점 번역했다.

파스칼 사후에 미완으로 남겨진 팡세를 충실히 재현해 내고자 많은 노력들이 있어왔다. 그러나 포르로아얄 판이라 불리는 초판은 완성도가 높은 단편만 골라 실어서 파스칼이 남긴 단편 글 중 일부를 누락시키는 오류를 범했다. 브롱슈빅 판은 저자 파스칼이 의도한 본래의 질서 찾기를 포기하고 편집자인 브롱슈빅 나름의 논리적 질서에 따라 재구성된 것이며, 라퓨마 판이나 르게른 판은 제1사본을 따른 것이다.
작품이 지닌 미완성성 때문에 지금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발간되었던 《팡세》가 이제는 보다 더 작가 파스칼이 의도한 질서에 충실한 모습으로 국내 독자에게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생각하는 갈대, 파스칼이 생각한 8할의 신앙!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고, 계산기를 발명하고, 쟁쟁한 신학자와 논쟁을 벌이고, 불후의 명작 《팡세》를 우리에게 남기고 간 천재 파스칼은 보통 사람들이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난제에 유독 관심을 기울였던 것 같다. 인식에 관한 문제와 신에 관한 문제, 영혼의 불멸성과 행복에 관한 문제, 이성에 의해서 확고한 윤리를 설정할 수 있는지의 문제들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불신앙의 세계를 넘어, 서른한 살, 파스칼은 하나님의 임재를 느낀 “불의 체험” 후 인간적이면서도 동시에 신적인 명상들을 적기 시작했다. 파스칼은 이를 하나의 질서를 가지고 완성하고자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유고집 《팡세》는 우리에게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문구로 유명하지만, 본문을 구성하고 있는 단편들의 8할은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옹호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내용들이다. 저자 파스칼이 절대자를 믿게 된 과정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지성의 활동이 담겨 있다.
본문 46번 단편을 보면 결국 미완성이 됐지만 애초에 파스칼이 구상했던 팡세 구성 계획을 엿볼 수 있다.

순서. 사람들은 종교에 대한 경멸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종교에 대한 증오심을 가지고 있어서 이 종교가 사실이 아닐까 하고 두려워한다. 이것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종교가 결코 이성에 어긋나는 것이 아님을 보여 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존경할 만하다. 종교에 대한 존경심을 줄 것. 그러고 나서 종교를 사랑스러운 것으로 만들 것, 즉 선량한 사람들에게 종교가 사실이었으면 하고 바라도록 만들 것. 그 다음에 이것이 사실임을 보여 줄 것. 존경할 만하다. 왜냐하면 종교가 인간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사랑할 만하다. 왜냐하면 종교가 진정한 선을 약속해 주기 때문이다.

《팡세》를 읽고 난 후 독자는 자신에게 파스칼의 계획이 성공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비록 불신앙자였던 독자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신과 함께하는 인간으로 변화할지는 미지수지만, 파스칼이라는 천재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던 독자들이라면 분명 파스칼이 무척이나 사랑할 만한 인물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팡세

저자
블레즈 파스칼 지음
출판사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0-10-0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블레즈 파스칼의 유고집 『팡세』. 현대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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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우리인가?

이 땅의 한 개인부터 가족, 사회, 국가, 대외관계까지,
민초들의 편지에서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까지,
점점 넓어지는 역사의 지평과 촘촘히 엮이는 역사의 퍼즐,
서울대 국사학과 송기호 교수가 펼쳐보이는 ‘우리 역사’ 파노라마.

한국인의 생활, 역사가 되다

역사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인간이 있는 역사와 인간이 빠진 역사. 우리가 지금껏 학교에서 배워온 역사는 후자에 해당한다. 역사의 발전이니 구조니 제도니 하는 골치 아픈 문제들을 논하는 사이, 우리는 정말 중요한 인간 그 자체를 놓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송기호 교수의 우리 역사 읽기>는 이러한 문제 제기에서 비롯되었다.
어렸을 적 할머니가 해주던 옛날이야기는 지금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이는 거기에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요, 이야기 속 인물의 생각을 머릿속에서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도 바로 그러한 ‘이야기로서의 역사’, ‘사람의 역사’이다. 한국인의 생활이 그 자체로 역사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칠판에 필기된 내용만을 역사로 알고 이에 염증을 느끼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우리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이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역사란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생활사의 관점에서 한국사 전체를 조망하며 우리에게 묻는다. 여기, 사람의 향기가 나지 않느냐고.

노력의 결실 - 방대한 사료와 풍부한 시각 자료

생활의 역사를 따라가는 과정은 철저히 상상이 아닌 고증에 입각한 것이어야 한다. 기존에 역사를 쉽게 풀어 쓰려 한 많은 책들이 범한 우를 피하기 위해, 이 책은 철저한 검토를 거친 자료를 통해서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땅의 한 개인부터 가족, 사회, 국가, 대외관계까지.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를 거쳐 조선왕조실록까지. 현실 문제와 연결되는 주제를 정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한 자료에는, 익숙한 문헌 기록뿐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았던 백성의 편지,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의 모습까지 포함된다.
서울대학교 기록관장과 박물관장을 역임한 저자는, 사료와 유물에서 동시대의 풍경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영역에 걸친 자료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한국인의 생활이 어떻게 역사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집한 참고자료는 목록만으로도 20면을 넘기며, 책에 사용된 이미지 자료는 300개가 넘는다.

테마가 살아 있는 우리 역사 이야기

각 권의 제목을 연결해 보면 한국인의 생활이 보인다. ‘이 땅에 태어나서 시집가고 장가가고 말 타고 종 부리고…….’ 저자가 펼쳐보이는 폭넓은 생활사의 세계는 가히 우리 역사의 파노라마라 할 만하다. 1권은 ‘한국인의 삶과 죽음’, 2권은 ‘가족과 의식주’, 3권은 ‘신분세계와 유토피아’를 테마로 한다.
각각의 테마에 깊이 있게 들어가 보면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흥미롭고 놀라운 사실들이 사료 속에 남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조선 시대에 이미 부모의 성을 함께 사용한 사람이 있다면? 상전에게 가져다줄 생선을 반찬으로 구워 먹은 노비가 있다면? 신분 차별 없는 신천지가 숲속에 숨어 있다고 세종실록에도 기록되어 있다면? <송기호 교수의 우리 역사 읽기>를 통해 이렇듯 흥미로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