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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ome place../書架에 꽂힌 冊

아이들은 이미 천재, 고치려 말고 인정해 주세요.

by Richboy 2011. 5. 6.

 

 

 

골칫덩어리 소녀가 있었다. 나이는 이제 겨우 여덟 살, 숙제를 내주면 늦게 내거나 아예 안 해 가기 일쑤였다. 글씨체도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시험을 치면 반에서 늘 꼴찌였다.

 

 

“너만 보면 골치가 아파.”

 

 

선생님들은 노골적으로 그녀를 싫어했다. 아이들도 그랬다. 소녀는 수업중 자리에 채 1분도 진득하게 앉아 있지 못했다. 좀이 쑤시는 듯 몸을 이리저리 뒤틀다가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책상 위에 있던 것들을 가방에 도로 집어넣거나, 가방에서 도로 털어내곤 했다. 벌떡 일어서서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었다.

 

 

“조용히 못하겠어?”

 

 

선생님들이 버럭 소리를 질러도 그때뿐이었다. 못된 아이, 골칫덩어리, 조용히 해! 얼른 꺼져버려!...그녀에겐 이런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귀가 따갑도록 들어봤기 때문이다. 채 한 학기도 끝나기도 전, 참다 못한 담임선생님이 부모에게 편지를 보냈다.

 

“주의력 결핍증세가 너무 심각합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도저히 다루지 못하겠어요. 약을 먹이거나 특수학교에 보내세요.”

 

부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드디어 올 게 온 것이었다. 다음날 엄마는 소녀에게 멋진 옷을 갈아입히고 구두를 신겼다. 머리도 정성스럽게 빗긴 다음 함께 나가자고 했다. 소녀는 덜컥 겁이 났다.

 

 

“엄마, 어디 가요?”

 

 

엄마는 그냥 멋진 데 가보자고 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다시 버스로 갈아탔다. 버스에서 내려 10분쯤 걷다 보니 큼지막한 건물이 나타났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느 방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검은 뿔테 안경을 쓴 키 큰 남자가 인사했다.

 

 

“넌 여기 조용히 앉아 있어.”

 

 

엄마가 나지막하면서도 엄숙하게 명령했다. 소녀는 무서웠다. 소파에 앉아 있자니 또 손이 들썩거렸다. 무서운 마음에 두 손을 소파에 꽉 깔고 앉았다.

 

 

엄마는 그 남자와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에서는 문제가 많고, 잡에서도 문제가 많다는 늘 듣던 얘기였다. 그 남자는 대화를 나누면서 간간이 소녀의 행동을 가만히 살펴보곤 했다. 소녀는 그런 눈길이 너무 무서웠다.

 

 

‘난 특수학교는 싫어. 절대로 안 가! 내가 왜 특수학교에 다녀야 해?’

 

 

그녀는 특수학교가 어떤 곳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선생님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걸 여러 번 들어봤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심한 문제아로 낙인찍어놓고 있었다. 선생님들도, 아빠도, 엄마도, 친구들도...이 세상사람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자신이 정말 문제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마침내 그 남자가 엄마와의 대화를 끝내고 벌떡 일어났다. 뚜벅뚜벅 걸어와 소파에 앉았다.

 

 

“얘야, 지루했지? 그런데도 용케 잘 참았다.”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소녀의 가슴은 사정없이 콩닥거렸다.

 

 

“얘, 아저씨가 엄마랑 옆방에 가서 좀 더 얘기할 게 있단다. 여기서 몇 분만 더 기다릴 수 있겠니? 금방 돌아올 거야.”

 

 

소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가 책상 족으로 걸어가더니 은은한 음악을 틀어놓았다. 그러고는 엄마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가 복도에서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벽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죠? 이 구멍으로 따님이 뭘 하는지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소녀는 곧 일어서더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입이 딱 벌어졌다. 소녀는 음악에 따라 마치 물결처럼 우아하게 춤을 추는 것이었다! 어린아이가 그토록 자연스럽게 춤을 추다니!

 

 

그 남자가 조용히 속삭였다.

 

 

“따님은 문제아가 아닙니다. 저거 보세요. 타고난 댄서에요. 댄스 학교에 보내세요.”

 

 

그는 유명한 심리학자였다. 엄마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댄스학교에 들어간 소녀는 물을 만난 물고기였다. 그녀는 나중에 이렇게 술회했다.

 

 

 “댄스 연습실에 처음 들어갔더니 모두가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었어요.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좀이 쑤셔서 못 견디는 사람들요.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생각도 못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녀는 신명이 났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매일 춤을 추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새벽 일찍 일어나 연습하기도 했다.

마침내 그녀는 런던 왕립 발레학교에 지원해 합격했다. 거기서 실력을 인정받아 왕립 발레단에 들어가 솔로이스트로 세계적인 명성을 날렸다.

 

은퇴 후엔 뮤지컬 극단을 창립해 런던과 뉴욕 등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연된 뮤지컬 <캣츠Cats>와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명작으로 꼽히는 것도 그녀의 안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질리언 린Gillian Lynne의 이야기다.

 

 

 

출처: 김상운 기자의 '왓칭' 


왓칭(WATCHING)

저자
김상운 지음
출판사
정신세계사 | 2011-04-12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우주의 무한한 가능성은 왓칭으로 비로소 눈앞의 현실로 창조된다『...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천재." 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른들이 천재가 아니기에(어렸을 땐 천재였겠지만)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죠. 또한 '문제아, 소심쟁이, 울보, 먹보, 욕심쟁이, 등' 섣부른 판단에 의해 프레임을 만들어 아이를 그 속에 가두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의 인생은 지금 한창 진행중입니다. 이 말은 아이가 커서 무엇이 되고 어떻게 성장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아이의 뒤에서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 이것이 장난감과 맛난 요리보다 더 큰 선물이 될 겁니다.  -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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