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보다 더 창의적인 기업, 다이슨Dyson
“나는 여왕께서 내 목에 큰 메달(대영제국훈장)을 걸어주실 수 있도록 허리를 굽혔다. 그때 여왕이 물으셨다. ‘그런데 다이슨 씨는 무슨 일을 하죠?’ 나는 여왕께 진공청소기를 만든다고 했다. 여왕이 말씀하셨다. ‘오 그래요? 그거라면 여기 궁전에도 수십 대가 있어요!”
<다이슨 스토리>(미래사)는 ‘영국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는 제임스 다이슨이 창업자로 있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회사 다이슨Dyson을 이야기한 책이다. 흥미로운 기업, 더 흥미로운 경영자의 이야기이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이 국내에 출간되게 된 스토리가 가장 흥미롭다. 필자를 비롯해 많은 비즈니스맨들이 즐겨 읽는 조선일보의 주말 섹션 위클리비즈Weekly Biz에서 산업부 기자로 있는 박수찬 기자가 이 책을 번역했다. 박 기자는 기사를 만들기 위해 ‘제임스 다이슨’을 만나 인터뷰 하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책의 번역까지 하게 되죠. 따로 청탁이 있었을 리는 만무하고, 아마도 박기자 역시 제임스 다이슨이라는 인물에 대해 더욱 알고 싶었던 때문은 아닐까 싶다.
제임스 다이슨은 영국예술대학RCA에서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한 뒤 공학쪽으로 관심을 돌린 기술자. 볼배로라는 정원용 수레를 발명해 제작과 판매를 위해 회사를 차렸고, 1979년 먼지 봉투가 필요 없는 청소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지만 계속된 시제품제작으로 동업자들과 의견차이로 만들지 못하고 회사에서 쫓겨난다.
이후 5년간 아내의 수입에 의존하며 시제품제작에만 몰두, 모두 5,126개의 시제품 제작에 실패한다. 5127개째 시제품에서 성공해 마침내 그가 원하던 진공청소기 발명에 성공한다. 꼬박 5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평균 3개꼴로 시제품을 만든 셈이다. 하지만 그 후에도 시련은 계속된다. 가전 업체마다 문을 두드리며 제품화를 의뢰했지만 대답은 모두 ‘거절’해서 어쩔 수 없이 제임스 다이슨은 직접 회사를 설립하게 되고 결국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다. 다이슨의 이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는 기존 청소기에 비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두고, ‘비틀즈 이후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영국 제품’이라는 찬사를 받게 된다.
특히 2009년에 개발한 날개 없는 선풍기(에어 멀티 플라이어)는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 10’에 선정되었고 공급이 수요를 대지 못할 정도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제임스 다이슨은 이러한 공로로 2006년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에어 멀티 플라이어는 백화점이나 극장의 화장실에 가면 ‘에어 블레이드’라고해서 손에 묻은 물기를 없애주는 에어커튼의 원리와 비슷하다. 쉽게 설명하자면 모터를 선풍기 몸체에 해당하는 부분에 설치하고, 이 모터가 작은 바람을 흘려보내면 주변의 바람이 합쳐지면서 큰 바람이 일어나 마치 우물물을 길어 올릴 때 약간의 마중물을 넣어서 큰물을 뽑아 올리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에어 멀티플라이어에는 제트기류를 응용했다. 원통형 기둥의 받침대 속 모터가 회전하면서 공기를 1초에 20ℓ씩 빨아들이고 그 공기가 고리 중간 틈으로 빠져나오면서 기압차를 이용,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며 원래 흡입된 공기보다 15배나 많은 바람이 시속 89㎞로 고리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이 제품은 공기의 흐름을 이용하기 때문에 일반 선풍기보다 더욱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 낸다는 장점 외에도 날개가 없기 때문에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없다고 한다. 또한 에어컨처럼 오존 파괴 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소비전력은 에어컨의 50분의 1수준이다. 다이슨의 이 제품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다.
“전기를 이용한 최초의 선풍기는 1882년 발명됐다. 날개를 이용한 그 방식은 127년간 변하지 않았다.”
127년 동안 변함없던 선풍기가 새롭게 변신한 것이다. 진공청소기 역시 먼지봉투를 떨어낸 것은 100년 만이다. 이 제품들이야말로 제임스 다이슨의 면모를 잘 드러낸다. ‘세상 사람들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그러려니 생각하는 제품들을 발견하면 그 불편함을 해소해야 한다고 마음먹는 사나이, 그리고 그 작업을 직접 시행하는 사나이가 제임스 다이슨이다.
그는 우선 마케팅 전문가나 소비자에게 직접 묻지 않는 경영자중 한 명이다. 스티브 잡스도 “소비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말했고, 헨리 포드는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살 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는 질문에 “만약 내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더라면, 사람들은 더 빨리 달리는 말을 원한다고 답했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제임스 다이슨 역시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지 마라. 그 누구의 이야기도 듣지 마라. 오직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라. 그들의 습관을 읽고 그들이 깜짝 놀랄 만한 걸 내놓으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실패를 권하는 사람아다. 숱한 실패 끝에 성공을 이룬 그의 지론은 "성공은 99%의 실패로 이뤄진다“이다. 스스로 40여 년간 실패하면서 살아왔기에 실패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실수하게 하면 일을 빨리 배운다"며 실패를 오히려 장려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다이슨이 내놓는 제품들은 개발 기간이 긴 편이다.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가 5년, 날개 없는 선풍기는 4년이 걸렸다. 1999년 첫 시제품을 공개했던 로봇청소기의 경우는 지금까지도 개발 중이다.'완벽한 제품'을 위해 더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제임스 다이슨이 ‘영국의 스티브 잡스’라기보다는 토마스 에디슨 같은 엔지니어다. 스티브 잡스는 과학기술과 인문학에 대한 식견이 높아서 창의적인 제품을 보는 안목이 훌륭한 것이지 실제로 만드는 기술력은 없다. 하지만 다이슨은 직접 제품제작에 참여하는 기술자다. 게다가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에 맞춰 기술을 구겨 넣었다고 하면, 제임스 다이스는 “제품이 중요하다. 정답은 언제나 제품에 있다.”고 말한다. 디자인이 아니라 기술을 중심에 놓고 제품을 판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제임스 다이슨은 스티브 잡스와 비슷한 점은 많다. 스티브 잡스가 처음 애플에서 자신이 뽑은 CEO로부터 쫓겨난 것처럼 제임스 다이슨 역시 매부 와 함께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난 적이 있다. 그리고 창의적이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절대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스티브 잡스와 비슷하다. 제임스 다이슨의 제품들을 보면서 혁신을 하는 데 있어 열정은 창의적인 생각보다 더 중요한 요소임을 잘 알고 있다.
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작가인 레인 캐러더스가 이 책은 ‘위대한 브랜드 시리즈‘ 중 하나로, 전체적인 내용은 저자가 바라본 다이슨이라는 회사와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에 대해 다뤘다. 다이슨이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손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창의적인 제품이라는 점이다. 먼지봉투가 부착된 진공청소기를 100년 만에 바꾸었고, 날개달린 선풍기는 127년 만에 바꿨다. 그렇기에 소비자들은 이 제품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 보일거라 생각한다. 그런 점이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의미를 제공했고, 가격이 두 세배 비싸도 여전히 사랑을 받는 것이다.
둘째, 제품이 탁월한 성능을 갖췄다는 점이다. 진공청소기는 싸이클론 방식을 채용해 놀라운 흡인력으로 기존의 먼지봉투가 부착된 진공청소기를 무능한 제품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또한 에어멀티플라이어 역시 일반 선풍기보다 훨씬 시원하고 덜 위험한 제품이다. 영국에서는 다섯 집에 한 집은 다이슨 진공청소기를 가지고 있다.
셋째, 독특한 디자인이다.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은 애플처럼 디자인 중심이 아닌 기술 중심의 제품을 구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이슨의 제품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디자인과 색상을 만들어냈다. 그 투박하고 모호한 특별함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넷째, 다이슨이라는 기업이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다. 제품의 이력에는 수많은 실패 끝에 만들어진 성공작이라는 교훈적인 스토리가 있다.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에게서 한편의 신화 같은 성공스토리가 발견된다. 특히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쓴 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스토리 방식과 매우 닮았다.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직원들이나 투자자들은 창업자의 이러한 신화적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다이슨 제품을 사면 그들의 세계관을 함께 구매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물건은 더 개선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는 세계관 말이다. 다이슨이라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는 소비자들에게 있어 진보에 대한 아주 멋진 이야기이다.
윈스턴 처칠은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첫 번째 실패에서 다음 실패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창의적인 기업의 창의적인 제품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있어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배운다. 무엇보다 실패를 오히려 반기는 제임스 다이슨의 철학은 내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소비자의 필요가 아닌 욕구를 자극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오랜만에 만난 멋진 기업가의 이야기였다.
<7월 12일, 이데일리 TV 시사경제Why?에서 방송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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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와 혁신의 브랜드 다이슨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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