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숙제
말하다, 읽다, 그리고 쓰다
말의 기능에는 몇 가지가 있다. 인생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제1기의 기능은 ‘말하기’
제2기의 기능은 ‘읽기’
제3기의 기능은 ‘쓰기’
제2기에서 ‘말하기'기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읽기‘ 기능의 도움을 받아 더욱 강화된다. 제3기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쓰기’ 기능에 익숙해지면 ‘말하기’ 기능은 보다 섬세해진다. 그 전에 ‘읽기’ 기능을 충분히 단련하지 않으면 ‘쓰기’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음은 당연하다.
역으로 말하면 인간은 읽지 않아도, 읽을 줄 몰라도, 쓰지 않아도, 쓸 줄 몰라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말하지 못하면 읽지 못한다. 읽지 못하니 쓰지도 못한다.
조금 과장된 표현일지도 모르겠는데 이를 변증법적으로 해석한다면 ‘쓰기’는 인간이 타고난 인간의 기본 능력 중 가장 많은 수련과 습득이라는 활동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영역이다.
글을 쓸 때 ‘숭고한 힘’이 필요하다거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을 존경하거나, 무언가를 쓰고 있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명암>의 작가 나쓰메 소세키나 <한 줌의 모래>를 쓴 이시카와 다쿠보쿠처럼 글로 유명해진 사람이 있고, <성생활의 지혜>를 쓴 샤콕켄이나 <머리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이야기하는 방법>의 하구치 유이치처럼 글을 팔아 돈을 번 사람도 있다. 네 사람 모두 글을 썼다. 그들에게는 작품이 부와 명예를 떠나 그 이상의 중요한 가치가 있다. 그것을 찾는 게 중요하다.
대중작가가 된 친구를 보며 “정신이 타락했다”라고 질책하는 사람들이 있다. “팔리는 글을 쓰면 안된다.” 또는 “돈과 지위를 위해 작가의 영혼을 팔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 같은 비난에는 질투 외에도 ‘쓰는 것’에 대한 기대감, 쓰는 것을 특별하게 여기는 인간의 본성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도 사실이.
나는 인간이 글을 쓰고, 또 쓸 수 있음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인생의 마지막 길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고 약간은 과장되게 말하고 싶다.
글쓰기의 즐거움
(중략) 은퇴 이후 가장 큰 불편함은 감소하는 인간관계다. 집에만 있으면 혼자만 뒤쳐질 것 같은 두려움도 생긴다. 이럴 때 파크골프라도 즐기면 한결 기분이 나아진다. 그러나 내가 권하고 싶은 것은 역시 글쓰기다. 글쓰기는 혼자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쓰는 사람 혼자서, 즉 작자(作者)가 등장인물의 역할과 행동 전부를 연출한다. 글로 표현된 이야기는 모두 작자와 작가의 대화다. 질문과 대답, 복잡하게 얽힌 연애감정, 정치문제를 둘러싼 격론 등은 모두 작자가 자신에게 질문하고 스스로 대답하는 드라마이자 혼자 하는 연극이다.
글쓰기는 혼자만의 작업이다. 그러나 쓰는 과정에서 자신이 읽었던 책의 내용과 관점을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선별해서 재현하게 된다. 번안, 개작, 패러디 등 글쓰기에는 한정된 경계가 없다. 그 점이 무한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아무리 즐겨도 소재의 한계는 보이지 않는다. 다 써버려서 더 이상 쓸 글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시바 료타로는 믿기 힘들 만큼 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그가 아직도 살아 있다면 여전히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은퇴 후에 시작해도 죽을 때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글쓰기의 매력이다.
인간은 죽어서 책을 남긴다.
내가 잘 아는 한 출판사가 ‘지구에 손톱자국을 남기고 싶다’라는 캐치플레이를 내걸고 작품을 모집했다.
“지금까지 써온 소설이나, 시, 사진들,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자신의 이야기, 가족의 역사를 책으로 남겨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저희가 성심성의껏 도와드리겠습니다. 자비출판은 부수가 적더라도 접수합니다.”
자신의 글을 책으로 남기면 기억에서 사라질 염려가 없다. 돌에 글자를 새기거나, 달군 쇠로 글자를 찍거나, 나무에 새기거나, 종이 등에 남기거나 도구와 재료는 달라도 자신이 마음속에 간직했던 생각을 여전히 남겨두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는 변함이 없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그리고 죽음 앞에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살아생전 아무리 유명했던 사람도 죽는 순간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그래서 인간은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위업을 후세에 전하고 싶어 한다. 그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시도는 묘비다. 그 외 동상, 기념비, 기념관도 있고 때로는 사체를 영구 보존하려는 사람도 있다. 글을 써서 기록을 남기는 행위도 그 같은 시도 중 하나다.
내가 죽은 후 내 책들은 휴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내는 “당신이 쓴 책들은 당신이 죽고 나서 천천히 읽어 볼께요.”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내가 쓴 글은 내가 살아 있을 때 읽히는 걸로 만족스럽다. 그렇게 만족하며 눈을 감고 싶다.
나는 제법 많은 글을 썼다. 어떤 이가 내 글을 읽게 될까. 글을 쓰면서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당신이 쓴 글이 당신 가족에게, 또는 당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 손에 들어가 읽히고, 더러는 그들에 의해 당신의 생각이 재발견될지도 모른다. 이런 기대를 갖고 글을 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누구에게든 내 글을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다는 자부심이다.
글을 쓸 때는 이러한 자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어떤 상황에나 적용되는 충고겠지만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점은 인식해 주기 바란다.
글쓰기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이면서도 고도의, 그리고 최종적인 자기표현이다. 역사상 가장 힘든 활동 중 하나가 글쓰기였다. 과거에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읽는 사람보다 언제나 귀한 대우를 받았다. 글을 쓰는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연령, 성별, 경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글로 표현하는 시대가 되었다. 문제는 적극적인 참여다. 나는 글쓰기를 이제 인생 2막을 주닙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직접 써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안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삶의 충족도가 다르다. 이유가 뭘까. 이제 그것에 대해 논할 시간이 되었다.
(중년에 쓰는 한 권의 책, 와시다 고야타, 21세기북스)
글쓰기는 작가나 CEO, 전문가들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아닙니다.
약간의 공부와 노력이 있다면 '내 생각을 종이 위에 내려놓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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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입문 (7기) 수업을 들은 수강생의 수강 후기
영혼의 자유를 느끼게 되다(7기)
6기에 수강을 마치고, 7기에 재 수강하신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총 여섯 번의 수강 중에 두 번 지났다. 난 좀 성격이 급하다. 하고 싶은 건 바로 해야 직성이 풀린다. 문화센터로 달려가서 등록해서 세 번째 강의부터 수강했다. 편입생 같은 기분이다.
가슴에는 늘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필사 기술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좋은 책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이 필사란다. 오늘 처음 알았다. 모방이다. ‘창작은 모방에서 시작된다.' 매일 쓰라고 하신다. 달리기 선수가 매일 뛰듯이 매일 써야 한단다. 그렇다. 좋은 습관은 성공을 만들고, 매일 글쓰기는 좋은 작품을 쓰게 할 것 같다. 새로운 희망이 보인다. 기쁘다. 마치 애인을 만난 기분이다. 책 읽기를 통해 지혜를 배우고, 글쓰기를 통해서 영혼의 자유를 누리리라 다짐한다.
글쓰기 숙제를 받았다. 잘하고 싶은 맘에 글을 쓰고, 다듬어서 송고를 했다. 금방 답을 보내 주셨다. 첨삭을 읽으면서 “아 ~” 하고 공감의 신음 소리를 토해 냈다. 글의 흐름을 내 스스로 느끼게 해 주셨다. 또 용기를 주시는 말씀에 신이 났다. 칭찬은 참 좋은 것이다. 다시 쓰고 싶은 용기가 났다.
한번에 두 시간 수업은 너무도 짧고. 총 여섯 번의 강의도 아쉽다. 좀더 시간이 나면 동기들과 하루 여행이나 산책을 하면서 책과 글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 하고 싶다.
읽어야 할 책도 너무 많다. 글도 계속 쓰고 싶고, 또 잘 쓰고 싶다. 나 자신을 선생님과 동기들에게 계속 검증 받고 싶다. 글쓰기 입문 다음 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느끼는 행복과 용기를 조금만 더 끌어 주시면 좋겠다.
내내 설레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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