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결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니다!
검은색과 빨간색이 번갈아 칠해진 카지노의 룰렛에서 매 번 특정 색깔이 나올 확률은? 50% 다. 몇 번을 하느냐에 관계없이 확률은 똑같다. 그런데 실제로 이 도박에 참여한 실험자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검은색이 다섯 번 연속 나왔다면, 여섯 번째는 무슨 색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할까? 묻는 나 역시 “이제는 슬슬 빨간색이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빨간색에 베팅을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여전히 확률은 50%는 변함이 없다. 뻔한 대답에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고 실망하실 필요는 없다. 정선카지노에 있는 많은 도박 참여자들이 아직도 이런 오류에 빠지며 베팅을 하고 있으니까.
이러한 오류는 금융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로 겪고 있다. 우리는 툭하면 "시장이 이렇게 저평가돼 있으니 상승하는 때가 반드시 올 것"이라며 확률을 주관적으로 왜곡하곤 한다. 그리고 결국 투자금을 날리곤 한다.
이 책은<투자자를 위한 경제학은 따로 있다>는 이처럼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자신의 마음에 속아 실패하는 투자자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인간의 합리성을 전제로 하는 기존의 경제학 이론이 현실 경제의 모든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는 행동경제학을 금융시장의 각종 사례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투자자들이 가진 마음 속 편견과 자기합리화, 자존심, 통제의 환상, 인지 부조화 등은 우리를 번번이 실패로 이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부제가 ‘마음에 속고 확률에 속는 당신을 위한 행동경제학‘. 행동경제학은 한마디로 ‘호모 이코노미쿠스’ 즉, 경제적 인간을 가정한 주류 경제학에 태클을 걸은 새로운 학문이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인간을 끝없는 욕망과 완벽한 합리성을 갖춘 인간으로 보고 있는데 현실에서의 인간은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기에 전제부터 엉망이라고 항변한다.
왜 아니겠는가? 백해무익한 담배를 끊는다고 다짐하면서도 끊지 못하는 사람들, 야식과 함께 다이어트 약을 먹는 여성들, 단지 싸다는 이유로 별 필요도 없는 상품을 충동구매를 하는 소비자들 ... 이처럼 현실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경제행위는 결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되지 못한다. 행동경제학의 근간이 되고 있는 행태경제이론은 이러한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인간을 설명하기 위해 경제학과 심리학이 결합된 새로운 경제학의 대안이다. 행태경제이론의 시작은 바로 우리들은 주류경제학이 말하는 것처럼 결코 ‘아인슈타인처럼 생각하고 간디처럼 인내심이 많은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해 준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왜 우리는 합리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건가?
우리가 의사를 결정할 때 “그것을 선택하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데, 여기에서부터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설명하는 이론은 행동경제학의 근간을 이루는 ‘전망이론‘이다. 이 전망이론을 제창한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얻은 결론 중 하나는 “사람들은 특정한 상태에서의 변화에서 이익과 손실에 크게 의존해 가치를 느끼게 되며 이것이 의사를 결정하는 바탕이 된다.” 라고 보았다. 이 전망이론은 전통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한 현상들을 설명했는데, 하나는 손실 회피이고 다른 하나는 반사 효과이다.
일반적으로 이익과 손실에 대한 사람의 태도를 비교하면, 이익과 손실이 같은 수준이더라도 이익보다는 손실을 상대적으로 크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익을 볼 때는 당연하게 여기고, 손실을 보면 나만 피해를 본 것처럼 마음이 아픈 데 바로 이러한 경향이 손실회피이다. 또 하나는 반사효과인데, 투자자가 이익이 나는 국면에서는 현재의 이익에 만족하는 리스크 회피적이 되는 반면, 손실이 날 때는 리스크 허용도가 확대되어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사태가 개선되기를 기다리는 리스크 추구적인 경향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익이 나면 앞으로 이익이 더 날 수 있는데도 그나마 얻은 이익을 놓치게 될까 불안해서 얼른 팔아버리려고 하고, 손실이 날 때에는 본전을 찾으려는 마음으로 최대한 버티려는 경향을 말한다. 이 경향을 그대로 따른다면 ‘이익은 적게 보고, 손실은 크게 볼 수밖에 없는 투자’가 된다. 우리가 번번이 투자에서 손해를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여기에 있다. 마치 ‘나의 투자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소름이 돋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전망이론은 대체 어떤 이론 이길래 행동재무이론은 물론 행동경제학 연구의 출발점으로 작용하게 된 것일까?
전망이론은 우선 이익과 손실에 대한 인간 반응이 일관되지 못하다는 '발견'에서 출발한다. 우리 인간의 행동을 보면, 칭찬보다는 지적에 민감하며, 이익보다는 손실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 즉 조금만 이익이 나면 차익을 실현하는 반면, 엄청 물리고 나면 아예 손절매를 치기보다는 장기투자자로 남는 모습을 너무나 자주 본다. 이런 현상을 정리한 것이 전망 이론인데, 여기에 인지부조화 문제와 휴리스틱 등의 이론이 붙으면서 본격적인 이론의 체계를 갖추게 되고 이에 결국 최근에는 행동경제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련의 거품과 그에 따른 금융 위기를 겪으며 막심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라면 현재 시세가 거품인지 아닌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지 망설여질 것이다.
투자자들은 자칫 잘못 판단하면 손실이 나는 상태인데도 본전 생각으로 투자 포지션을 유지한다든지, 판단을 못 내리고 있다가 다들 ‘손을 터는’ 분위기라 덩달아 빠져나온다든지,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결정적인 순간에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 자기 나름으로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결정한 것들도 돌아보면 직감이나 인상으로 판단한 것이거나 자기중심적인 선입견과 확률에 속아 결정한 것들일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투자자가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는 물론 부에 대한 욕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투자판단에 있어 자신이 내린 결정이 수익기회가 충분히 있다는 기대는 어쩌면 당연하다.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은 좋은 기업을 발굴해내기보다 뜻하지 않은 행운을 꿈꾸며 투기적인 희망으로 주식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저자는 주식투자는 단기적인 시각보다 장기적인 투자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확률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그러한 투자 결정을 내리기 바로 직전 판단에 있어 마지막으로 의미를 두게 하는 책이다. 바로 “지금 내 판단이 과연 합리적인가?”하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 책은 투자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나 오류, 확률을 계산하거나 가치를 평가할 때 적용하기 쉬운 주관적인 잣대들을 검토하게 해 준다. 투자자들로서는 시장의 주기와 행태를 더 풍부히 이해하고 투자 활동 및 재테크 전반에 걸쳐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내리는 투자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한 번 신중하게 할 것이다. 독자가 이 책을 내려놓으며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단 하나의 당부는 ‘아무리 신중하게 판단한다 하더라도 나의 투자 결정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의심하라’일 것이다.
이 방송은 10월 18일자 이데일리 TV의
생활경제 Why - 톡톡 비즈북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시사경제 Why>로 바로 갑니다.^^
시청한 후 홈페이지에 오셔서 <시청자 한마디>에 참신한 소감을 남겨주시면
소개했던 책을 선물로 드린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시청자 한마디> 바로가기: 클릭!
투자자를 위한 경제학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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