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기다리지 말고 이끌어라!
베스트셀러 <선물>, <선택>의 작가 스펜서 존슨이 쓴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지금껏 전세계적으로 2,000만 부 이상이 팔린 밀리언셀러다. 전체적인 내용은 우리가 평소 얻고자 하는 직업, 인간관계, 재물, 근사한 집, 자유, 건강, 명예 등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을 ‘치즈’로 두고 , 생쥐인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것 같아 갈구하던 그것을 얻게 될 때, 그리고 상실하게 될 때의 모습을 경영우화 형식으로 담았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아주 멀고도 먼 옛날, 생쥐 스커리와 스니프, 꼬마 인간 헴과 허는 매일 미로 속에서 치즈창고를 찾아다녔다. 간간이 발견되는 치즈로 연명하던 어느 날, 그들은 치즈창고C를 발견했다. 그 후로 그들 넷은 수시로 들락거리며 온갖 종류와 엄청난 양의 치즈를 즐길 수 있었고 그 주변에서 의식주를 모두 해결하며 안락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스커리와 스니프가 매일 그렇듯 치즈창고로 향했을 때 그곳엔 더 이상 치즈가 없었다.
하지만 꼬마생쥐 둘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매일 치즈냄새를 맡아보고, 재고량을 체크하며 언젠가 다시 미로 속으로 모험을 할 날을 대비하고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곧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곤 새로운 창고로 향하는 미로 속으로 모험을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꼬마인간 둘도 느긋하게 치즈창고에 도착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긴거야!” 헴은 허공에 소리를 지르며 경악했지만, 허는 그것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도 그럴 만 한 것이, 헴에게 있어 치즈는 단순히 먹을 것 이상의 부와 안락한 삶, 행복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바로 지금 그들의 모든 것이 깨끗이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허는 다시금 미로로 뛰어들 것을 제안했다. ‘이렇게 앉아 있다고 달라질 건 없어’ 헴은 한마디로 딸 잘라 거절했다. “아냐, 내일이면 누군가 다시 우리의 치즈를 가져다 놓을거야. 조금 더 기다려보자” 하지만 허는 점점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치즈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불투명한 현실에 안주하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다른 곳에도 치즈가 없으면 어떡하지?’
미로 속을 영원히 헤매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갑자기 이 모험이, 갑작스레 그에게 끈을 선고했다. 치즈창고N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엔 벌써 스커리와 스니프가 도착해 있었고 친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결론은 주인공들이 각자의 ‘치즈’를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모습들을 찾게 된다는 것인데, 나는 이 책을 읽다가 변화의 이유를 찾기 보다는 동물적으로 순응을 먼저 생각하고 미련 없이 새로운 치즈를 찾아 떠나는 ‘허’를 보면서 묘하게도 "결국 살아남는 종은 강인한 종도 아니고, 지적 능력이 뛰어난 종도 아니다. 종국에 살아남는 것은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라는 다윈의 <진화론>을 떠올렸다.
한편 전 세계에 걸쳐 오염되듯 퍼져있는 근거 없는 긍정주의를 비판한 책 <긍정의 배신BRIGHT-SIDED>(부키)의 저자 바버라 애런라이크는 이 책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두고 ‘다운사이징 선전의 고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녀는 이 책이 1000만 부가 팔린 이유도 기업에서 뭉텅이로 사서 직원들에게 '교육용‘으로 나눠 준 것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데, 그녀의 주장은 이렇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책을 읽기 싫어하는 독자의 손에 들어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94쪽밖에 안 되는 얇은 두께에 활자도 큼지막하고, 어린이용 책에 적합한 우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미로 속에서 치즈를 먹으며 사는 두 사람 햄Hem과 허Haw가(이 둘은 심사숙고하는 인간의 속성을 대표한다) 어느 날 치즈가 늘 있던 곳에 가 보았더니 치즈가 사라지고 없다. 이 작은 사람들은 부당하다고 불평하고 화를 내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한편 미로 속에는 쥐 두 마리도 있었는데 쥐들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치즈가 있는 다른 곳을 찾아 달려간다. 인간과는 달리 쥐들은 단순한 삶을 산다. ”그들은 지나치게 분석하지 않고, 일을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마침내 작은 사람들도 ‘새로운’ 치즈에 적응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쥐들에게서 배운다. 허는 끌어당김의 법칙에 해당하는 방법을 써서 치즈를 찾는다. 그는 우선 마음속에 그림을 그린다. “아주 생생하고 상세하게, 체다 치즈부터 브리 치즈까지 좋아하는 치즈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그 한가운데 자기가 앉아 있는 모습을”. 옛 치즈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분개하는 대신 허는 변화가 더 나은 것을 가져다 둘 수 있다는 긍정적인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곧 ‘맛있는’ 새 치즈를 먹게 된다.“ (긍정의 배신, 167 페이지)
바버라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정리해고 희생자들에게 기업이 주는 교훈이라고 주장했다. 즉 지나치게 분석하고 불평하는 인간의 위험천만한 속성을 발휘할 것이 아니라 쥐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직장에서 쫓겨나도 조용히 입 다물고 나와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 새 치즈를 찾듯 재빨리 돌아다녀야 한다고 교육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10여 년 전 이 책이 국내에 출간되었을 때도 이 책에 열광한 것은 일반 독자들이 아닌 기업이었다. 당시 많은 기업의 CEO들이 추천하는 도서목록에도 늘 포함될 정도였다. 이 책이 인기를 얻고 난 후 생긴 대표적인 부작용은 독자들로부터 쏟아진 ‘자기계발서’에 대한 비판이었다. 즉 ‘누구를 위한 자기계발서인가?’하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쏟아졌고, 급기야 ‘자기계발서 같은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말들도 들렸다.
최근에 출간된 책 <치즈는 어디에?>(이콘)은 마치 독자들이 쏟아낸 비판에 대한 대답처럼 들린다. 이 책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저자이자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협상 전략을 가르치는 디팩 맬호트라Deepak lhotra교수는 전작이 말하는 ‘변화에의 순응’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유일한 대안이라면 우리는 무조건 좀 더,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변화를 위해서라면 말이지요.
하지만 그전에 우리는 왜 이런 변화가 내게 생기는지 이해해야 하고, 미래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신경을 써야 하고, 내가 추구하는 목표가 올바른 길로 잘 가고 있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미로의 희생양이 되기도 하는 우리들은 그런 미로를 어떻게 피해가야 하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변화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14 페이지
큰머리 개그맨 김태균이 뭔가 난해한 영어 질문을 할 때 마다 머리에 해바라기 꽃을 꽂은 더 큰머리 개그맨 정찬우가 늘 하는 대답은 “그 때 그 때 달라요. 잉글리쉬는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거죠?”이었다. 하지만 우문현답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주인공 생쥐 제드도 ‘문제는 쥐가 미로 속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 쥐 마음속에 바로 그 미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결책을 내놓는다. 변화무쌍한 개그맨 김영철이 번역을 해서 더욱 인상적이다. 원제목은 I Moved Your Cheese, 풀어보면 ‘내가 네 치즈를 옮겼다’이다.
이 책의 시작은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로 시작된다. 2000만 권이나 팔린 위대한 책에 대해 아무도 태클을 걸 수 없었다. 쥐들은 이제 더 이상 ‘치즈가 왜 옮겨졌을까?’에 대해 묻지 않았다. 운명이란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지 맞서거나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바보나 하는 것으로 여겼다.
미로 속 세상을 사는 생쥐들에게 살아가는 공식은 단 하나, ‘당신은 치즈를 원한다 + 여기에는 더 이상의 치즈가 없다 = 그럼 어디든 가서 치즈를 찾아라.’였다. 하지만 생쥐 맥스는 생각이 달랐다. 맥스는 평소 질문이 많았다. 얼마나 많고 난해한지 사람들은 물론 부모까지도 그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맥스는 어느 날 ‘좋은 책(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를 읽고 무척이나 화가 났다. 그는 결코 다른 생쥐들처럼 순응할 수 없었다. 결국 맥스는 ’누가 치즈를 옮겼는지‘ 밝혀내기로 마음먹었다.
한편 현명한 또 다른 주인공 생쥐 제드는 행복해지기 위해 치즈를 쫓아다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복을 좇는 그 자체가 행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맥스는 힘쎄고 덩치가 큰 생쥐 빅을 만나고 그의 덕분에 미로 밖 세계를 보았다. 그리고 미로 속의 삶에 길들여지면 많은 치즈를 가져도 결코 만족할 수도 없고 행복과 평안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제드와 맥스 그리고 빅 이렇게 셋은 각자의 방식으로 미로 밖 세상을 알게 된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남이 만들어 놓은 미로에서 벗어나라, 변화하라, 그리고 너만의 치즈를 위해 움직이고 행동하라’이다. 20세기의 자기계발서가 변화에 순응하라 했다면, 15년이 지난 지금은 번역자 김영철의 말대로 ‘눈에 보이는 치즈만을 쫓지 말고 우리가 늘 생활하고 부딪히는 미로, 그 미로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정확히 바라보라’고 강조한다.
100페이지 남짓의 많지 않은 소설은 형식이나 분량이 전작을 닮았지만, 내용은 환골탈태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읽고 분노했다면, 이 책으로 위로 받기를(내가 보증한다)... 이 책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우선 번역이다. 직역이라기보다는 의역에 가까운 번역, 자칫 사상서로 흐를 뻔한 내용을 쉽게 풀어냈다. 번역한 이를 염두에 두고 읽다 보면 문체 속에서 그의 목소리를 발견하게 될 거다.
그 다음은 이 책의 부록이 마음에 든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라는 직업답게 저자는 독자를 위해 ‘훨씬 더 나아질 자신의 발전과 토론을 위한 질문’ ‘더 발전하고 싶은 자신을 위한 질문’ ‘독서 클럽, 기타 단체들을 위한 토론 질문’ 등 다양한 주제로 독서토론을 위해 발제(토론을 위한 질문)해 놓았다. 부록을 그대로 놓고 직장 동료와 회원끼리 독서토론하기에 딱 적합하다. 토론을 이끄는 사람이라면 한 권의 책에서 어떤 질문들을 어떻게 뽑아낼 수 있을까도 엿볼 수 있다. 변화를 위한 새해의 시작,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을 것이다.
이 방송은 01월 17일자 이데일리 TV <이기는 투자전략> 2부 '경제경영 따라잡기'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http://blog.daum.net/tobfreeman/7164474
치즈는 어디에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경제경영 따라잡기> 시청자 게시판'으로 바로 갑니다.^^
시청 소감 적어주시면, 추첨을 통해 그간 소개된 책을 선물로 드린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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