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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트렌드(미래학)

[책리뷰]10년 후 세상 - 33명의 석학들이 바라본 10년 후 한국

by Richboy 2012. 2. 24.

 

 

 

 

33명의 석학들이 바라본 10년 후 한국

 

 

  2012년 중 벌써 한 달이 지나갔지만, 국내 서점가에는 2012년을 전망하는 책들이 여전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유독 독자들이 예측서에 깊은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추측컨대 올해 만큼은 아쉽게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보다는 미국의 경제위기, 남유럽 국가들의 디폴트 가능성,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 일본의 침체, 그리고 김정일의 사망 이후 북한의 움직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사회적인 격변 등 불안한 국내외 정세들이 걱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여러분 중에 약간 시니컬한 독자가 있다면 “그런 책 읽으면 딱히 무슨 답이 나오나?” 퉁을 놓을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수많은 전망서들이 쏟아졌지만, 맞은 것보다는 틀린 것이 더 많았고, 딱히 명확한 답을 건넨 책도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로운 미래서와 경제전망서가 나오면 어김없이 책장을 펼치고 귀를 기울이고 있다. 왜 그러는 걸까?

 

   우선 우리가 당장 한 시간 이후도 모르는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장마가 오는 것을 개미들이 먼저 알고 이사를 하고 무너질 위험이 있는 건물에서는 쥐들이 먼저 짐을 싼다는 말이 있다. 2008년 5월 12일 중국 스촨(四川 성에 강도 7.8의 지진이 일어나기 사흘 전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들이 떼를 지어 이동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두꺼비의 이동을 피난으로 보지 못했다. 미물에게도 있는 예지력이 사람에게는 없었다. 결과는 우리가 뉴스에서 만난 그대로였다.

   저명한 학자들의 경제전망과 예측서는 틀릴지언정 독자로 하여금 공감하고 고민하게 함으로써 불확실성의 두려움을 어느 정도 경감시킨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단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미래는 현재에도 있다”는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깁슨의 말처럼 미처 내가 목격하지 않은 현실에서 미래를 내다볼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그 점에서 우리는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미래학자 대니얼 앨트먼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는 <10년 후 미래>(청림출판)에서 세계 경제에는 매순간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일단 우리가 실제로 무슨 일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시작하면 그만큼 가능성의 폭이 좁아진다며 “경제전망은 틀리더라도 전망하지 않는 편보다는 전망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만약 세계 경제의 미래가 불안하다면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예측에 대한 대응이 필수적인데, 이러한 대응은 불확실한 수많은 변화의 경로보다 하나의 발전 경로를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10년후 세상>(청림출판)은 조금 색다른 미래 예측서다. 여느 책들이 100년, 50년 후 미래의 글로벌 트렌드를 내다봤다면, <10년후 세상>은 현실감 있는 10년 후 개인의 삶과 한국사회에 비중을 두었다. 이 책은 원래 중앙일보의 특별기획 기사에서 비롯되어 필진이 가히 인해전술식으로 등장한다. 기자들과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필진이 되어 건강과 웰빙, 가정과 사회, 문화와 교육, 첨단기술, 소셜미디어, 환경과 에너지, 글로벌 세상 등 7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2021년 개인의 삶과 사회를 바꿀 33가지 미래상을 선정,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가급적 가능하고Possible, 타당하고Plausible, 선호하는Preferred 미래를 객관적이고 알차게 그려내고 있다.

 

   저자들이 미래에 관련해 내놓은 화두들 중에서 인상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자. 우선 10년 후의 세상에서 가장 뚜렷한 세태는 단연 ‘스마트Smart'다. 원래 '똑똑하다Intelligent', '깔끔하다Clean', '맵시있다Neat', 등의 뜻이었던 말이 언제부터인가 ’컴퓨터로 조절되는Computer-controlled'라는 뜻을 얻으면서 기존의 다른 좋은 의미 모두를 아우르는 단어로 거듭나서, 이제는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상태가 ‘스마트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 책에서도 스마트라는 단어는 스마트 모바일 시대, 스마트카, 스마트 시티, 소셜네트워크, 디스플레이의 진화, TV의 진화의 트렌드에도 활용되어 바야흐로 10년 후 세상은 스마트 시대Smart Age의 도래를 알리고 있다.

 

   두 번째 화두는 인구구조 변화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이미 생산인구의 감소를 부르고 각종 사회문제는 물론 주택시장의 수급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0년 후엔 극심해질 전망이다. 10년후 아파트는 투자 대상이 아닌 주거 공간으로의 의미가 되고, 경제적 여건으로 결혼 기피현상이 만연해지면서 일본처럼 프랑스의 시민연대협약에 의거한 ‘파트너혼’이 도입될 것이다. 과학기술 발달로 대체장기 이식도 활발해질 테지만, 이것은 마냥 축복만은 아니다. 경제활동을 하는 청년들은 노인들의 고비용의 장기이식 수술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원고갈에 대한 화두는 화석연료 고갈로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가 극심해져 결국 인류는 멸망한다고 경고하는 쪽과 언제낙 필요에 의해 신재생 에너지가 개발되고 나노공학과 녹색화학의 발전으로 환경오염이 줄고 지구온난화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는 쪽으로 양분된다. 강대국의 우주개발 그리고 스마트카 개발 등은 그에 대한 방법론으로 제시된다.

 

   글로벌 체제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달러화의 몰락과 위안화의 급부상으로 중국은 현재 미국과 더불어 G2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여러모로 볼 때 10년 후 중국은 미국과 당당히 맞설 것이다. 균등한 힘은 갈등을 낳는다. 하지만 충돌은 곧 공멸임을 둘은 잘 알고 있기에 갈등과 타협이 반복되는 형국으로 균형을 이룰 것이다. 문제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중국의 입지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의 진화이다. 앞으로 소셜네트워크는 인간의 욕망을 구체적으로, 개인화된 방식으로, 연속적으로 충족시키는 방식을 구사할 것이다. 스마트폰은 더욱 진화되어 손 안의 또 다른 세상을 열어주는 스마트 모바일 시대를 열고, TV는 스마트화되어 실시간 번역 자막으로 국경 없는 콘텐츠의 무한 경쟁이 예고된다.

 

   이화여대 석좌교수인 최재천 교수는 이 책에서 “미래학은 정확한 미래 시점을 짚은 다음 우리가 지금까지 축적해온 모든 자료들을 분석하여 우리가 그 미래 시점에 도달했을 때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를 예측하는 과학”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우리가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예측하는 이유는 오늘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미래를 내다보며 오늘을 보내는 것은 시대의 종말로 다가서려는 것이 아니라 보다 안전한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함이다.

    미래가 궁금하거나 불안하다면 이 책을 펴보길 권한다. 경제경영서 중에서 가장 제값을 하는 분야는 아마도 ‘미래학 책' 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글로벌 기업들은 비즈니스를 위해 지금도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며 미래예측 컨설턴트로부터 정기적으로 리포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주의깊게 읽는다면 이 책에서도 미래를 이끌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시중에 나와 있는 미래예측 관련서 몇 권을 읽어서 저자마다 쏟아놓은 다양한 전망들의 공약수를 찾아낸다면 나만의 트렌드 전망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코오롱 그룹 사보 KOLON 2월호에 실린 리뷰 입니다. 

 

 

 


10년 후 세상

저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미래탐사팀 지음
출판사
청림 | 2012-01-05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10년 후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10년 후 세상』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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