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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일·성공·인생

[책리뷰]내가 하는 일 가슴 설레는 일 - 디즈니랜드의 최고 무대연출가는 야간 청소부

by Richboy 2012. 3. 3.

 

 

 

 

 

디즈니랜드의 최고 무대연출가는 야간 청소부

 

 

   일본의 마쓰다 씨 가족은 일본 디즈니랜드에 갔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주스를 들고서 신이 나서 떠들어 대던 그의 딸이 발을 헛딛는 바람에,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던 손님들 바로 앞에 주스를 흘려버렸다. 운 좋게 사람들에게 직접 주스를 엎지르지는 않았지만, 떨어뜨린 충격으로 플라스틱의 뚜껑이 벗겨지는 바람에 주스와 얼음조각은 보기 싫게 바닥에 좍 흩어져 버렸다. 그와 아내의 얼굴에서는 순식간에 웃음이 사라지고 말았고, 급기야 딸은 울어대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옷은 괜찮으세요?”라고 물으며, 활짝 웃는 얼굴로 구세주처럼 등장했다. 바로 커스토디얼이라 부르는 디즈니랜드의 청소 스태프였다. 그는 능숙하게 키친 페이퍼 같은 것으로 싹싹 물기를 닦아 내고 얼음조각을 치워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마른 헝겊을 가진 다른 커스토디얼이 나타나서는 눈 깜짝할 사이 바닥을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았다.

그리고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새 음료수를 가져다 드릴까요?”라고 묻고는 쏜쌀같이 다녀와 새음료수를 주었다. 마쓰다씨 가족은 금세 주변에 폐를 끼쳤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꿈의 나라 디즈니랜드에서 그야말로 꿈 같은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이 사건 이후, 그들 가족이 디즈니랜드의 열성팬이 된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디즈니랜드에는 ‘커스토디얼(Custodial)’이라고 하는 청소 스태프가 있다. 이 커스토디얼은 ‘데이 커스토디얼’과 ‘나이트 커스토디얼’로 나뉘는데, 데이 커스토디얼은 낮 중에 디즈니랜드를 청결하게 만드는 일을 담당하고, 나이트 커스토디얼은 폐점 후, 밤 0시부터 아침 7시까지 낮 시간에 손님이 있는 상태에서는 할 수 없었던 곳의 청소나 공원 내 설비를 철저하게 관리한다. 특히 나이트 커스토디얼의 경우, 보통 때도 어두워서 주위가 잘 보이지 않는 놀이기구의 안까지도 전기를 켜고서 구석구석까지 청소를 하는데, 그들의 청소 목표는 아기가 기어 다녀도 괜찮을 정도로 깨끗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하는 일 가슴 설레는 일>(엘도라도)은 디즈니랜드의 보이지 않는 숨은 일꾼 야간 청소부(나이트 커스토디얼)들에게 있었던 실화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이 만들어진 동기가 재미있다. 저자 가마타 히로시는 1976년 신혼여행차 떠난 미국 여행에서 디즈니랜드를 방문했는데, 그곳에서의 체험에 반해 급기야 ‘디즈니랜드에서 일하면서 희망과 행복을 전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그리고 일본으로 돌아와 일본 디즈니랜드에 채용되어 나이트 커스토디얼로 활동하게 되는데, 그 때 겪었던 일들을 담았다고 한다. 저자의 디즈니랜드 사랑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디즈니랜드의 서비스 정신은 익히 들어왔던 터라 이 책을 만나고 반가웠다. 디즈니랜드의 스탭들 모두 출근을 하면 ‘연기자’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영역에서 최대한 웃음을 잃지 않고 일한다고 이야기 들었었다. 심지어 아예 청소부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글도 읽었던 것 같은데, 데이 커스토디얼도 있다 하니 그것은 아닌 듯하다.

   책에서는 모두 네 개의 에피소드가 소개되고 있는데, 큰 감동은 없지만 오버하지 않고 담담하게 읽히는 맛이 있었다. 몇몇 흥미로운 대목들도 눈에 띄었다. 이를테면 디즈니랜드의 청소 구루 척 보야잔이 청소에 대해 ‘청소는 퍼레이드나 어트랙션을 연출하기 위한 무대 만들기’라고 정의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청소 구루의 말대로라면 청소를 하는 커스토디얼은 최고의 엔터테이너가 된다. 청소부가 남의 뒤치다꺼리가 아닌 무대를 가장 먼저 여는 사람들이라고 해석했다는 점은 ‘나의 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특히 디즈니랜드에서는 길을 가던 손님(특히 어린이)이 팝콘을 흘렸거나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렸을 때(그래서 슬퍼할 때), 디스토디얼들은 서비스 리커버리(Service Recovery)라는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서비스 리커버리는 실망한 고객에게 희망을 주는 카드, 즉 떨어뜨린 음식을 다시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교환권인데, 즐겁기 위해 찾아온 손님들이 끝까지 즐거움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그들의 세심한 배려가 놀랍다.

 

   이 책의 주인공은 청소부다. 그러니 청소 구루인 척 보야잔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디즈니랜드에서 청소를 하려면 ‘아이가 팝콘을 떨어뜨려도 주저 없이 주워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음은 그의 화장실 청소 장면, 깨끗이 청소하는 그가 눈에 보이는 듯 했다.

 

 

 

 

 

   “다음날 척 씨가 커스토디얼 전원을 임시 사무소에 집합시켰다. “지금부터 화장실을 청소할 테니 잘 봐두도록 하세요.” 그리고는 고무장갑을 끼고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러운 화장실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박력이 넘쳤다. 세세한 곳은 작은 솔을 이용해 닦고, 더러운 변기 배관과 바닥 타일 틈새 등은 모두 청소도구를 다 사용해서 닦아내고 있었다.

손을 멈추는 일 없이 묵묵히 변기를 닦고 있는 그의 모습을 우리는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뭐랄까, 그의 모습을 통해 청소에 대한 혼(魂)을 느낄 수 있었다. 더러운 청소가 아닌 숭고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빛을 되찾아가는 바닥의 타일과 더불어 내 가슴에 뜨거운 불길이 솟아올랐다. 정말로 일에 한계 따위는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정도만 하면 된다’든가 ‘이만큼 했으니 됐다’라고 한계를 정하는 순간 ‘완벽’은 불가능한 것이 된다. 척 씨는 화장실 청소시범을 통해 우리가 갖고 있던 청소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고자 했던 것 같다.“

 

 

   청소 구루 척은 일에 대해 ‘어떻게 편하게 일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할까’를 목표로 일하는 것임을 몸으로 보여줬다. 그렇다. 일이란 게 편하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일이란 보람이 있어야 한다. 내 일에 대한 목표가 생기니 소신이 생기고 일도 재미있고 보람도 나는 것이다. 청소 구루는 나아가 디즈니랜드에서 커스토디얼들의 일(청소)는 궁극적으로 손님인 게스트들에게 꿈을 안겨주고 행복을 제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청소는 커스토디얼만의 일이 아닌 디즈니랜더스 모두의 일임을 보여준다.

 

   책장을 덮으면서 아쉬웠다. 좀 더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유튜브에서 커스토디얼Custodial을 검색했다. 아니나 다를까. 디즈니랜드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스탭임을 과시하듯 그들에 대한 동영상이 가득했다. 그 중에서 청소를 하는 도중 손님들을 위해 쓰레받기에 물을 담아 빗자루로 미키 마우스와 구피 등 유명한 캐릭터들을 그리는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손님을 즐겁게 하기 위한 그들의 작은 이벤트는 결코 농땡이가 아니었다. 얇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책,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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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c Kingdom Features Custodial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