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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경영마인드

[책리뷰]촉 - 촉觸, 기업들이 인문학을 배우는 이유

by Richboy 2012. 3. 11.

 

 

 

촉觸, 기업들이 인문학을 배우는 이유

 

   장마가 오는 것을 개미들이 먼저 알고 이사를 하고 무너질 위험이 있는 건물에서는 쥐들이 먼저 짐을 싼다. 2008년 중국 스촨(四川 성에 강도 7.8의 지진이 일어나기 사흘 전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들이 떼를 지어 이동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두꺼비의 이동을 피난으로 보지 못했다. 미물에게도 있는 촉(觸)이, 사람에게는 없다. 하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내는 ‘남편의 바람‘을 감지하는 촉이 있다. 두주불사 김대리는 술 마실 꺼리를 절대 놓치지 않고, 한 시간 반 거리를 통근하는 여사원 향란씨는 지하철에서 곧 빈자리가 될 곳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영역을 뛰어넘어 몸으로 느껴 직감한다는 뜻촉觸은 기업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오늘날은 물건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시장이 이미 포화되어 팔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품질과 기술수준을 높이는 것으로는 이제 부족하다. 모든 것을 이미 가진 소비자에게 수요를 부추기는 방법은 ’새로운 욕망‘을 일으키는 방법 밖에 없다. 더도 덜도 말고 ’잡스의 애플 제품들‘ 만큼만 만들면 된다. <촉 - 진화하는 욕구를 감지하는 감각적인 전략>(리더스북)의 저자 이병규는 앞으로는 선택과 집중, 효율화와 과학경영 등 20세기의 경영방식을 넘어 촉을 활용할 줄 아는 기업이 살아남는다고 보았다.

 

 

 

 

   “파괴소비시대에는 소비자들의 진화하는 욕구, 다양한 욕망을 정확히 감지하는 기업이 승리하게 될 것이다. 미세한 변화나 아주 작은 움직임이 커다란 트렌드가 될 수도 있음을 동물적으로 느끼는 기업, 지금 유행이 갑자기 새로운 것으로 뒤바뀔 조짐을 간파할 수 있는 직관을 가진 기업이 파괴소비시대를 지배할 것이다. 이른바 ‘촉’을 가진 기업이다.” 08~09 페이지

 

  촉을 가진 기업이 승리한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오늘날이 ‘파괴소비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이 있다. 포스트모너니즘의 문화이론가 장 보드리야리는 ‘자원은 적은데 사람의 욕구는 무한하므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생산한다’는 갤브레이스의 주장을 발전시켜 ‘소비사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물건이 필요하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물건들을 ‘파괴할’ 필요가 있다. (파괴를 통해서) 물건이 빠르게 소모될 때 더 많은 가치가 창출된다‘고 정의했다.

   기업이 물건을 계속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파괴하고 새로운 물건을 사도록 해야 한다는 이 주장은 정확하게 오늘날을 반영한다. 저자는 기업의 촉은 소비자의 진화하는 욕구를 몸으로 감지해 변화에 대응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능력이고, 파괴소비시대의 특징적 키워드로 감성(욕망), 재미, 다양성, 예측불가능성을 꼽았다.

 

   애플의 제품들은 재미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소니가 최고 기업이었다. 전 세계의 젊은이들은 소니의 워크맨을 가지고 다니며 음악을 들었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대세는 ‘기술의 삼성‘에게로 넘어왔다. 하지만 몇 년 되지 않아 새로운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소유하고 있는 제품을 버리도록 만들어야 하는 파괴소비시대가 도래했고, 애플이 삼성을 제치고 업계를 장악했다. 애플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아이튠즈라는 뮤직 플랫폼을 더해 전자제품의 개념을 바꿔 놀이기구(재미)로 만들었다. 세계는 아직도 애플에 열광하고 있다.

 

   다이슨의 진공청소기는 먼지가 아닌 소비자의 욕망을 가득 채우고 있다. 영국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는 제임스 다이슨은 먼지봉투가 있는 진공청소기가 불만이었다. 먼지가 먼지봉투의 미세한 구멍을 막기 때문에 조금만 사용해도 기능이 떨어져 제대로 청소가 되지 않자 ‘내가 직접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만들자’고 마음먹고 청소기 개발에 매달렸다. 이후 5 년간 아내의 수입에 의존하며 시제품 제작에만 몰두, 모두 5,126개의 시제품 제작에 실패하고 5,127개째 시제품에서 성공해 마침내 그가 원하던 진공청소기 발명에 성공했다. 다른 청소기보다 두 배나 비쌌지만 독특한 디자인과 강력한 흡인력으로 영국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진공청소기가 먼지봉투를 떨어낸 것은 발명된 지 100년 만이었다.

   제임스 다이슨은 개발자이기 이전에 먼저 소비자의 시선으로 기존의 제품을 바라봤다. 그리고 파괴소비시대를 직감으로 알았고, 감성과 욕망(감성, 욕망)을 녹여 제품을 만들었다. 다이슨은 스티브 잡스처럼 ‘시장조사’를 하지 않고, 소비자를 촉으로 읽었다. 그는 소비자들도 자신이 뭘 원하는지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 그들의 습관을 읽고 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걸 내놔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다양성을 제대로 읽지 못한 모토로라는 무너졌고, 3M은 빛났다. 2004년에 개발된 레이저폰이 세계를 점령했을 때까지만 해도 모토로라는 세계 최고의 휴대폰 업체였다. 하지만 모토로라는 후속 제품을 모두 레이저폰과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한 것이다. 레이저폰을 선택해 성공했지만, 레이저폰에 집중해 실패했다.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과 소비자의 욕구(다양성)에 발맞추지 못한 모토로라는 결국 스마트폰 시장을 이기지 못하고 구글에 합병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편 ‘실패에서 성공이 나온다’는 경원원칙을 가지고 있는 3M은 오래전부터 조직 내에서 다양성을 장려함으로써 많은 포스트잇 등과 같은 많은 혁신적인 제품을 발명할 수 있었다.

 

   책상물림 랭글리 박사는 17년 동안 비행기를 연구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4년을 준비한 라이트 형제는 비행기를 하늘에 띄웠다. 랭글리 박사는 실험을 단 두 번 했지만, 라이트 형제는 천 번이 넘게 실험했다. 랭글리 박사는 이륙, 즉 뜨는 것에 집중해 가볍고 동력이 센 엔진 개발에 몰두한 반면, 라이트 형제는 하늘을 나는 데 집중해 조종하기 수월한 기체의 설계에 몰두했다. 랭글리 박사는 머리로 계산하고 조수들을 시켜서 작업했지만, 라이트 형제는 직접 몸으로 체험하면서 공기역학이라는 예측불가능성을 실험을 통해 비행이 무엇인지 체득해나갔다.

 

   노키아와 소니는 다가올 미래에 대해 너무나 치밀하고 구체적인 계획으로 대응하다 결국 무너졌다. 하나의 예상이 빗나가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몰렸지만, 그들은 계획을 바꾸지 않고 그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집착했다가 몰락했다. 반면 애플은 시장과 소비자의 환경 변화에 맞춰 계획을 계속 수정하며 제품과 콘텐츠를 확보해 나갔다. 오늘날처럼 시장환경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고 변화가 빨라지는 파괴소비시대에는 노이카와 소니의 치밀한 계획은 맞지 않았던 것이다. 스웨덴의 H&M, 스페인의 자라ZARA, 일본의 유니클로UNIQLO 등도 수시로 변하는 트렌드와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하며 패스트패션 체제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의 요구에 사후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에서 드러난 소비자의 반응에 촉을 세워 새로움을 찾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1994년 영국의 잡지 롤링스톤지와의 인터뷰에 대해 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무엇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동물적 감각으로 알아차려야 한다. 그게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일생을 바쳐 노력하는 것이다.”

 

  아울러 2008년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는 “변화들은 생각보다 천천히 발생한다. 현재의 기술의 물결들이 일어나기 훨씬 전에 그 흐름을 감지해야 하며, 당신은 어떤 물결에 몸을 실을지를 지혜롭게 선택해야만 한다. 지혜롭지 못하게 선택하면 많은 에너지를 허비하겠지만, 현명하게 선택하면 그 물결은 상당히 천천히 흘러갈 것이다.”라고 변화를 감지하는 힘에 대해 말했다.

   파괴소비시대의 소비자들을 읽으려면 기업(CEO, 임직원)이 소비자와 같은 수준이 되어야 한다. 보다 재미를 추구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섬세한 교류를 원하는 소비자를 이해하고 공감할 때 ‘촉을 잘 쓰는 기업‘이 될 것이다. 지금은 계획이 아닌 촉을 벼려야 할 때다.

 

 


촉 진화하는 욕구를 감지하는 감각적인 전략

저자
이병주 지음
출판사
리더스북 | 2011-11-3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촉을 가진 기업으로 변신하라!『촉 진화하는 욕구를 감지하는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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