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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자기계발

[책리뷰]러쉬Rush - 행복에 이르는 진짜 방법은 경쟁이다!

by Richboy 2012. 5. 24.

 

 

 

경쟁, 행복에 이르는 진짜 방법

 

   조그만 항구 도시에 사는 가난한 어부가 자신의 보트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그때 그곳을 지나던 사업가가 어부를 깨워 말을 걸었다.

 

사업가 : 하루에 몇 번이나 출어하시오?

어부 : 단 한 번. 나머지는 이렇게 쉬지요.

사업가 : 왜 두 번 이상 하지 않소? 그럼 세 배로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게 아니오?

어부 : 그러면요?

사업가 : 그러면? 그러면 2년 뒤에는 모터보트를 두 척 살 수 있고, 3~4년 뒤에는 두세 척의 보트로 훨씬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죠. 그럼 작은 냉동 창고에 훈제 생선공장, 커다란 생선 처리공장까지 지을 수 있고, 잘만 하면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다니며 물고기 떼의 위치를 미리 어선에 알려줄 수도 있소.

어부 : 그런 다음에는?

사업가 : 그런 다음에는 여기 이 항구에 편안하게 앉아 햇살 아래 달콤한 낮잠을 즐기는 거요. 저 멋진 바다를 감상하면서!

어부 : 내가 지금 그러고 있잖소!

 

   <행복의 중심, 휴식>(걷는나무)에 소개된 이 글은 그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몇 번은 들어봤음직할 만큼 유명하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를 꼬집는 이야기, 즉 행복은 성공한 후에 오는 것 뿐 아니라 오늘을 즐기는 우리 발 앞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돈을 만들 궁리로 가득했던 사업가가 한심해 보이는 순간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 작은 깨달음을 주는 이 글에 퉁을 놓고자 한다.

 

   이 이야기의 끝을 조금 더 늘려 사업가와 어부가 맞이한 그 날 저녁시간은 어땠을까? 추측컨대 사업가는 오늘 낮에 있던 낚시의 결과에 상관없이 맛난 요리와 고급 와인으로 저녁을 만끽했을 테고, 낮잠을 자느라 고기를 잡지 못한 어부는 필경 저녁을 굶었거나 초라한 밥상을 만났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내일부터 태풍이 불어 앞으로 일주일간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래도 어부가 즐긴 오후의 낮잠은 과연 행복이었을까?

 

   내가 만들어낸 두 사람의 저녁 이야기가 비약이 심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생각한 것은 내가 시니컬한 성격이어서가 아니라, 행복의 중심에는 ‘돈’이 아니라 ‘휴식’에 있다는 사람들의 생각을 반박하고 싶어서다. 사람들이 행복하려면 휴식도 있어야 하지만, ‘돈도’ 필요하다는 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 둘 모두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조금은 해괴망칙한, 하지만 아무리 뒤집어봐도 일리가 있는 이 생각이 뜬금없이 떠오른 것은 결코 아니다(나는 그렇게 똑똑하지 못하다). 재미있는 책 한 권의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든 생각이다. 제목은 <러쉬!>(청림출판)으로 현대인이 부딪히고 있는 다양한 경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책이다. 원제목은 Rush, why you need and love the rat race ‘러쉬, 당신이 생쥐 경주를 필요로 하고 좋아하는 이유’ 정도 되겠다.

 

 

 

 

 

   이 책을 펼친 가장 큰 이유는 저자에 있었다.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의 작가 토드 부크홀츠의 신작이다. 소설이었던 전작 <카스트로 유전자>에서 세계 금융시장과 정ㆍ재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더니, 이번에는 경쟁과 도전, 그리고 느림과 휴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경제학에 결합시켰다. <경제학 콘서트>의 팀 하포트와 <괴짜경제학>의 스티븐 레빗, <상식 밖의 경제학>의 댄 에리얼리, 그리고 토드 부크홀츠의 책이 갖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책을 끝까지 읽으려면 여느 책보다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들을 만난다면 후레쉬를 챙겨라. 다방면으로 박학다식함을 짐작하게 하는 이들의 이야기와 위트 넘치는 입담에 취하다 보면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일과 스트레스로 첨철된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벗어난다면 정말 행복하겠다고 말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무인도 같은 곳으로 기약 없는 휴가를 떠나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모든 것과 단절 된 채 바닷가를 산책한다면...그보다 더한 행복이 있을까 입버릇처럼 말한다. 하지만 피지나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남자’들에게 물어보라, 열에 아홉은, 사흘 저녁만 지나면 ‘심심해서 미쳐 버린다’고 할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갖고 있는 이런 행복에 관한 통념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과 스트레스를 벗어나 휴식을 취한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록 성공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가 무언가를 항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경쟁하며 바쁘게 움직일 때 더 행복해진다고 주장한다.

 

 

 

 

   제 아무리 저명한 경제학자라지만 이러한 그의 주장은 낯설기 그지없다. 하지만 신경경제학과 진화생물학, 르네상스 미술을 거쳐 제너럴모터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흥미로운 일화와 논박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저자는 일과 스트레스를 벗어나는 것이 행복을 찾는 길이며 경쟁이 우리의 영혼과 행복 추구의 기회를 삼켜버리는 암적 존재라고 믿는 행복 전도사들을 ‘에덴주의자(가보지 못한 낙원 에덴을 마치 가본 듯 말하는 몽상가)‘라 부르며 다양한 이론과 사례 그리고, 과학적 연구결과를 토대로 경쟁이야말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고, 인간을 더 공정하고 훌륭하게 만들어준다고 단언한다.

 

   “이 세상이 이전투구의 장소가 된 것은 우리의 빠른 삶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인류 역사의 수천 년에 해당하는 부분을 망각한 결과다. 수명 문제 하나만 놓고 보자. 1900년, 미국인의 기대 수명은 고작해야 마흔 일곱 살이었다. 개척민들이 정착하기 전 미국 원주민 시대로 돌아가보면, 기대 수명은 서른 살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불평불만, 고층 빌딩에서 일하는 스트레스, 신용카드 빚, 북적대는 학교에도 불구하고 개발국의 기대 수명은 거의 여든 살 가량이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경쟁이 우리 수명을 늘려주는 것이라고 볼 순 없는가?” 8~9 페이지

 

   저자는 우리가 당면한 진짜 문제는 경쟁이 아니라 활동성 없는 삶이라고 말했다. 즉 스트레스 상황은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붙박이 처지인데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마치 아우슈비츠로 가는 열차 안에서 서서 볼일을 보고 잠을 자야했던 유대인처럼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갇혔다는 기분이 들 때 우리의 영혼은 병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글로벌 기업 폭스콘에서 일하던 젊은이들이 2010년 한 해 동안 무려 16명이 공장과 숙소에서 자살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들은 4초마다 반복된 작업을 무려 12시간 동안 했다고 한다. 옆 사람과 말하는 것은 물론 금지였다.

 

   한편 저자는 천연자원이 부족한 나라 보다 풍족한 나라가 더 빈곤한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풍족한 나라 사람들에게는 부족함을 채우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며 한국과 베네수엘라를 비교했다. 즉 1960년대 초, 아이티 수준의 빈국이었던 한국은 인재와 근면 덕분에 50년이 지난 현재 서유럽 국가 생활수준과 견줄 만한 나라가 되었다. 반면 풍부한 자원에 만족해 경쟁의지가 꺾인 베네수엘라에게 원유는 ‘악마의 배설물’같은 저주가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 나라(기업 혹은 개인)을 키우는 것은 자리가 아니라 자세이며 돈이 아니라 근성이라고 강조한다. ‘포춘 선정 500대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의 차고에 만들어진 회사에 돈을 투자하는 이유 역시 그들의 자세와 근성을 믿기 때문이다. 즉 가진 것이 없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급한 것을 먼저 하게 되고 더 땀을 흘린다는 것이다. 결론에 이르러 우리 뇌와 몸이 살아있다는 느낌과 행복감을 맛보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스트레스와 경쟁심이 필요하며, 에덴주의자들의 주장대로 미국을 월든 호숫가로 바꾸려 한다면 우리의 생활수준은 떨어지고 기대 수명은 짧아질 거라며 다음과 같은 말로 끝을 맺는다. “장담하건데, 새상은 여러분을 어느 날 문득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삶은 결코 소소한 투쟁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때, 우리가 행복을 맞볼 가능성은 더 커진다. 언제나 그래왔다. 그런 투쟁을 통해 우리는 엄청난 것들을 얻을 수 있다.”  경쟁에 대한 새로운 해석, 일독하면 무한경쟁시대가 새롭게 보일 것이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5월 15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러쉬

저자
토드 부크홀츠 지음
출판사
청림출판 | 2012-04-16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일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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