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필 원본을 통해 다시 읽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감동◆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1988년 첫 출간된 이래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남기며 이 시대의 아름다운 고전으로 찬사를 받아왔다. 이번에 출간된 『신영복의 엽서』는 바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육필 원본을 영인한 것이다. 선생이 감옥에서 쓰신 230여 편의 봉함엽서와 조각글들을 모아 컬러 영인하여, 20년 20일 옥중 생활의 체취와 기록들을 원본 그대로 되살려냈다. 특히 고화질 촬영과 정밀 인쇄를 통하여 원본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예술적 감각과 소장 가치를 높였다. 철필로 새기듯 한자 한자 또박또박 눌러 쓴 고뇌 어린 글씨와 여백을 이용해 그려넣은 작은 그림 등은, 영인본이 아니고서는 느낄 수 없는 세월의 깊이와 감동을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빛바랜 휴지와 '검열필' 엽서에 써내려간 감동의 기록◆
이 책에는 신영복 선생이 사형 선고를 받은 1969년 남한산성 육군교도소 시절부터 1988년 전주교도소에서 출소할 때까지 옥중생활 전 기간에 씌어진 기록과 엽서들이 골고루 담겨 있다. 죽음을 앞둔 극한 상황에서 화장실 휴지 위에 써내려간 사색의 기록들을 비롯하여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쓴 엽서, 소박하고 인간적인 향취가 물씬 풍기는 그림 등은 신영복 선생의 체취와 당시의 고뇌 어린 모습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1969년 1월부터 1970년 9월까지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서 쓴 기록들은 사형 선고를 받은 상태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것으로, 한자 한자 굴곡진 글자들 속에 어두운 현대사의 아픔이 박혀 있는 듯하다. 이 시기에는 글을 쓰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화장실용으로 지급되는 누런 갱지를 받아 한 장은 용도대로 쓰고 나머지 한 장에 글을 썼다고 한다. 이미 잘 알려진 '청구회 추억'도 이때 씌어진 것이다. 또한 이 책에는 1969년 당시에 씌어진, 그동안 잘 공개되지 않았던 선생의 시 두 편이 실려 있다. '감옥에서 쓴 詩'라는 제목의 이 시들은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무기수가 되어버린 아픔과 고독을 절절히 표현하고 있다.
1970년부터 1988년까지 쓴 봉함엽서에는 '감옥'이라는 공간 속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대한 이해와 애정, 기약할 수 없는 무기수의 위치에서도 성실함과 건강함을 지켜 나가고자 하는 선생의 고뇌와 사색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특히 깨알 같은 글자들 사이로 선명히 박혀 있는 '검열필' 도장은 당시의 냉혹한 현실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하며, 검열받아야 할 사회와 검열해야 할 사회가 뒤바뀐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이 책에 담긴 원본 엽서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감옥'이라는 작은 방의 공간을 뛰어넘어 자연과 인간과 사회와 역사를 반추해가는 신영복 선생의 사색의 여정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신영복의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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