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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책 -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by Richboy 2012. 8. 9.

 

 

셜록 홈즈와 나쓰메 소세키가 만난다면?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거장 시마다 소지의 소설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와 명탐정 셜록 홈즈를 함께 출연시킨 작품으로, 셜록 홈즈를 사랑하는 ‘셜로키언’인 작가는 원전의 시대상과 캐릭터를 충실하게 반영하면서도 개성을 잃지 않는 셜록 홈즈를 그려냈다. 실존 인물인 나쓰메 소세키가 셜록 홈즈와 같은 공간을 공유했다는 설정으로 재미를 더했지만, 이러한 설정에만 안주하지 않고 미스터리 그 자체로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부록으로 실린 나쓰메 소세키의 《크레이그 선생》를 통해 그의 실제 유학시절 경험을 엿볼 수 있다. 20세기 초, 영국 유학을 떠난 나쓰메 소세키에게 매일 밤 들리는 망령의 목소리. 망령에 대한 상담을 받기 위해 베이커 스트리트 221B를 방문한 나쓰메 소세키는 셜록 홈즈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어떤 사건에 함께 얽히면서 전대미문의 미스터리 속으로 뛰어들게 되는데….
 
 

영화 〈셜록 홈즈〉, 드라마 〈셜록〉 만큼 매력적인 홈즈!
- ‘스마트 하는’ 시대 여전히 가장 ‘스마트한’ 탐정, 돌아오다


20세기 초, 런던 베이커 스트리트 221B에서 활약한 명탐정 셜록 홈즈는 21세기에도 끊임없이 재창조되며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다. 영화 〈셜록 홈즈〉 속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홈즈, 드라마 〈셜록〉 속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홈즈 등이다. 문학에서는 패스티시(Pastiche, 특정한 작품으로부터 내용이나 양식을 빌려온 작품)를 통해 끊임없이 변주되어 왔다. 이 매력적인 캐릭터는 오마주 형태로도 자주 등장한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의 닥터 하우스가 대표적이다. 시마다 소지의 ‘미타라이 기요시’ 또한 자연스럽게 홈즈를 연상시킨다. 이 홈즈가 독특한 매력으로 다시 찾아왔다.
셜록 홈즈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일컬어 ‘셜로키언(Sherlockian)’ 혹은 ‘홈지언(Holmesian)’이라 부른다. 이들은 코난 도일이 집필한 60개의 이야기를 치열하게 연구하며, 도일이 미처 말해주지 않았거나 말하지 못한 일들에 대해 끊임없이 보강해간다. 시마다 소지 역시 ‘첫 구절만 들어도 정전(正典, Cannon, 코난 도일이 집필한 60편의 홈즈)의 어떤 이야기인지 알수 있다’고 할만큼 유명한 셜로키언이기도 하다. 영화나 드라마 속 셜록 홈즈가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에 가까웠다면, 셜로키언이 즐기는 패스티시 작품 속 셜록 홈즈는 도일이 창조한 셜록 홈즈의 원형을 되살리는데 주력한다. 시마다 소지 역시 원전의 시대상과 캐릭터를 충실하게 반영하였으나 개성을 잃지 않는 셜록 홈즈를 그려냈다. 21세기에 되살아난 홈즈가 아니라 20세기 초 런던의 시대상과 고유의 캐릭터가 그대로 살아있는 홈즈를 만나볼 수 있다.

왓슨의 홈즈 VS 소세키의 홈즈
- 나쓰메 소세키, 홈즈에게 사건을 의뢰하다?


시마다 소지는 《점성술 살인사건》《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등을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거장이다. 국내에 출간된 그의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와 ‘이시오카’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들이 누군가와 닮았다는 사실을 곧 짐작할 수 있다. 바로 홈즈와 왓슨 콤비다. 그가 내놓은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은 수많은 홈즈 외전 중에서도 좀 더 독특한 ‘셜록 홈즈의 귀환’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유명한 나쓰메 소세키가 홈즈와 동시대를 공유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가 홈즈와 같은 공간을 공유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1900년부터 약 2년간 런던에 유학한 소세키는 ‘베이커 스트리트’에 살고 있는 크레이그 선생에게 개인교습을 받으러 다녔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소세키가 같은 거리의 너무도 유명한 탐정 셜록 홈즈와 만나지 못했으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시마다 소지는 단호하게 말한다. 홈즈와 소세키의 만남이라는 매력적인 장치를 그는 충분히 활용한다. 미스터리 대가인 그답게 단순히 설정에만 안주하지 않고, 밀실에서 발견된 시체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홈즈와 왓슨, 소세키의 독특한 캐릭터를 더욱 생생하게 되살린 것이다.
소지는 “런던에 사는 M. 파이슨의 저택 헛간에서 왓슨의 것으로 짐작되는 미발표 원고가 발견된 일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는 머리말로 시작한다. 왓슨의 미발표 원고를 “역시 발표되지 않은 채 도쿄 국회도서관에 잠들어 있던 나쓰메 소세키의 <런던 비망록>과 엮어 대중에 당당히 발표하는 영광”을 얻었다는 것이다. 소설은 소세키의 관점과 왓슨의 관점이 교차하며 진행된다. 왓슨의 사건 기록은 당연히 코난 도일의 홈즈와 다르지 않다. 왓슨의 기록에서는 정전을 즐길 수 있고, 소세키의 기록을 통해서는 20세기 초 런던의 모습과 낯선 땅에서 각종 사건에 휘말린 키 작은 동양인의 시선을 충실히 들여다볼 수 있다. 소세키의 눈을 통해 너무나 유명한 베이커 스트리트 221B 콤비의 실생활을 들여다보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시마다 소지와 나쓰메 소세키를 함께 즐기다
- 나쓰메 소세키의 〈크레이그 선생〉 수록


홈즈는 수많은 팬을 가진 만큼, 패스티시의 주인공으로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 중 하나다. 하지만 알려진 몇몇 작품 외에 그저 설정에만 기대어 있는 홈즈 패스티시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은 시마다 소지가 왜 시마다 소지인지 알려준다. “영국문학사와 서구역사에 흥미가 있는 분들에게 … 오랫동안 귀중한 자료로 후세에 남으리라 예상” 한다는 소지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소설 곳곳에 살아 있는 소세키의 실제 영국유학 당시 생활은 지극히 사실에 가깝다. 소세키가 직접 남긴 작품을 소설에서 효과적인 장치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시마다 소지의 소설을 읽고 있는데, 마치 ‘왓슨의 사건기록’과 ‘소세키’를 읽고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소세키의 런던 스승 ‘크레이그 선생’의 실제 캐릭터가 잘 드러나 있는 〈크레이그 선생〉(《영일소품永日小品》 수록)이 책 말미에 함께 소개 되어 소지가 얼마만큼 치밀하고 효과적으로 소세키의 숨결을 작품 속에 살려두었는지 직접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은 하지만 설정에만 안주하지 않는다. 독립된 미스터리로서도 그 가치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숙집에 나타나는 망령 때문에 홈즈를 찾아간 소세키는,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사건을 해결해 가는 홈즈, 사건 속에서 뜻하지 않은 역할을 맡게 되는 나쓰메 소세키의 독특한 면모까지 고루고루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시마다 소지의 말을 빌리자면, “한 집에 한 권, 반드시 갖춰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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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저자
시마다 소지 지음
출판사
두드림 | 2012-07-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셜록 홈즈와 나쓰메 소세키가 만난다면?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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