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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장일현 기자의 딱 한 수] 환자의 시시콜콜한 말도 적고 또 적는 지방병원… 外國人 환자 몰려

by Richboy 2015. 4. 2.

[Weekly BIZ] [장일현 기자의 딱 한 수] 환자의 시시콜콜한 말도 적고 또 적는 지방병원… 外國人 환자 몰려

  • 장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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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위클리 비즈  입력 : 2013.06.07 14:05

    디테일로 승부하는 대전 '선병원'

    작지만 강한 지방병원
    외국인 환자 유치 증가율
    3년 평균 390%로 전국 1위
    종합병원 100곳 견학오기도

    환자가 말하면 모두 적는다
    조명 눈부시다·베개가 높다
    MRI 장비 소리가 크다 등
    사소한 불만도 전부 기록
    대응 매뉴얼 만들어 공유

    해외 병원서 쏟아지는 러브콜
    中 제약회사가 만든 병원에
    노하우 수출·컨설팅 제공
    베트남 국영기업과도 계약

    >540){ rate = (540/wd); ht = ht*rate wd= 540; }
    
	[그래픽] 선병원 외국인 환자 유치실적
 

    1966년 20병상의 정형외과 의원으로 출발한 대전의 선병원은 요즘 외국인 환자 유치에 관한 한 '떠오르는 스타' 대접을 받는다. 최근 3년 연평균 증가율이 무려 390%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작년에도 2323명의 외국인 환자를 끌어들여 전년도보다 2.7배가 넘는 실적을 올렸다. 이런 공로로 올 4월 정부의 '글로벌 헬스케어 유공 포상'에서 서울대학교병원·연세세브란스병원에 이어 동상 격인 장관 표창을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공동 수상했다. 지방 병원의 자존심을 세운 셈이다.

    대전 시내와 유성에 흩어져 있는 병원 건물을 모두 합해야 900병상에 불과하고, 수도권에서도 꽤 먼 거리에 있지만, 이 병원의 '내공'은 전 세계 병원업계에서 연구 대상이다. 지금까지 벤치마킹을 위해 이 병원을 다녀간 국내 종합병원이 100개가 넘는다. 지난해 서울대병원과 삼성의료원도 두 차례나 이 병원을 방문했다. 해외에서도 발길이 이어진다. 작년 한 해에만 일본·중국·러시아·베트남·태국·인도·몽골 등 해외 20개국의 병원과 기관이 병원 경영을 배우러 왔다. 병원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가 되자 아예 방문 가능한 날을 월 1회, 마지막 주 금요일로 제한했다.

    중국과 베트남에선 함께 일해 보자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외국 병원들은 "건물 짓고 장비 사는 일은 우리가 할 테니, 그리고 충분한 비용을 지불할 테니 병원을 운영하는 시스템과 서비스 정신을 전수해 달라"며 손을 내밀고 있다. 로열티를 받고 '병원 운영 노하우'를 수출하는 개념인 것이다.

    무엇이 지방의 한 병원을 이토록 '작지만 강한' 존재로 만든 것일까. 선승훈 원장은 "무엇보다 디테일에 대한 집요함, 그리고 끊임없이 메모하고 매뉴얼화한 결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수첩에 적어라"

    
	선병원의 한 간호사가 침대에 누워있는 여성 환자와 얘기를 나누며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을 확인해 수첩에 적고 있다.
 
    선병원의 한 간호사가 침대에 누워있는 여성 환자와 얘기를 나누며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을 확인해 수첩에 적고 있다. / 선병원 제공
    이 병원의 모든 간호사는 주머니에 손바닥만 한 수첩과 볼펜을 갖고 다닌다. 전쟁터에 나간 군인에게 소총이 그렇듯이 이 병원 간호사들에겐 이 수첩이 비장의 '개인 화기'이다. 환자가 입원을 하거나, 뭔가 좋은 점, 나쁜 점을 말할 때면 간호사들은 어김없이 이 수첩을 꺼내 들고 받아 적는다. 이런 식으로 수첩엔 환자에 대한 모든 것이 적힌다. 'A환자는 높은 베개를 싫어함' 'B환자는 목소리가 작은 편이라 귀를 기울여 들어야 함' 'C환자는 음식을 짜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음' 등이다. '인공관절 수술 때문에 입원한 D환자는 혈당이 높음. 당뇨를 체크할 필요가 있음'처럼 환자가 갖고 있는 잠재 질환에 대한 내용도 담긴다.

    간호사들은 수첩에 적은 새로운 내용을 곧바로 컴퓨터에 입력한다. 간호사 개개인의 서비스를 조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선 원장은 "간호사들이 수첩에 적은 '환자의 모든 것'은 의료 기록과 함께 우리 병원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고 말했다. 환자가 이 병원을 다시 찾을 때면 이 자료를 총동원,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고객처럼 환자에게 최상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수간호사들은 젊은 간호사들에게 수시로 "오늘은 많이 받아 적었니" "받아 적기 힘들지. 그래도 바로바로 받아 적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라고 말을 건넨다. 매주 수요일 오후 수간호사 회의 땐 간호사들이 메모를 제대로 하는지 확인하는 시간도 있다.

    이종범 신경외과 수간호사는 "적어 두면 환자가 말한 내용을 잊어버릴 일도 없고, 환자가 싫어하는 일은 절대 반복하지 않으며, 만족하는 내용은 계속해서 서비스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환자 본인조차 모르고 있던 잠재적 질병을 찾아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매뉴얼화

     

    
	간호사들의 매뉴얼.

     

    간호사들의 매뉴얼. / 선병원 제공
    기록에 대한 집착은 매뉴얼로 연결된다. 이 병원 관계자들은 "직원들이 하는 일, 각 분야가 맡는 업무를 매뉴얼로 만든 것이야말로 우리 병원 경쟁력의 진면목"이라고 입을 모은다.

    선병원은 2005년 본격적인 매뉴얼화에 돌입했고, 2011년엔 전산화 작업도 마쳤다. 간호사용 '가이드북'엔 이른바 '발딱 응대'라는 항목이 있다. 손님과 얘기할 땐 즉시 일어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병실에 들어갈 땐 노크를 하고 "안녕하십니까"라고 말하고, 나올 땐 복도에서 "편히 쉬십시오"라고 말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간호사뿐만 아니다. 의사들이 속해 있는 진료부를 비롯해 이 병원의 30개 부서가 모두 이런 매뉴얼을 만들어 관리·공유하고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규은 행정원장은 "세면대는 휠체어가 밑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높이 1m15㎝로 해야 하고, 샤워실은 침대 카트가 들어갈 수 있도록 너비를 맞춰야 하며, 병실 청소는 6인실→3인실→2인실→1인실→특실 순으로 한다는 것도 매뉴얼로 다 만들어 놨다"고 말했다.

    디테일에 대한 집착

    선병원이 매뉴얼에 들어갈 내용을 습득하는 경로는 무궁무진하다. 우선 매년 한두 차례 직원 15~20명을 해외로 보내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한다. 그러기를 벌써 10여 년째다. 좋은 것, 맛있는 것, 재밌는 것을 다 경험해 보고 병원에 응용하겠다는 것이다.

    간호사들이 환자의 정보를 수첩에 적고 이를 전산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은 2000년대 초 선 원장과 직원 20여명이 함께 방문했던 싱가포르 6성급 호텔의 서비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발전시킨 것이다. 선 원장은 "고급 호텔과 항공사, 유명 레스토랑이 모두 우리의 스승이자 배움터"라고 말했다. '발딱 응대'는 2005년 태국 방콕에 있는 사미티벳병원 간호사들이 의자에 앉아 있는 상대방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벤치마킹한 것이다.

    재작년엔 'CCO(Chief Client Officer·주요고객담당자)'라고 불리는 4명의 '별동대'를 투입했다. 온종일 환자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환자들이 불편해하는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대부분의 환자는 불만이 있어도 말을 잘 안 한다는 것을 깨달은 뒤, 아예 환자처럼 병원을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MRI 촬영을 하는 할머니를 따라갔다가 장비에 달린 헤드폰 음악 소리가 너무 크다는 점을 발견해 그 즉시 소리를 줄였고, 밤에 침대에 함께 누웠다가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는 점을 알게 돼 병실의 모든 시계를 소리 안 나는 시계로 바꾸기도 했다. 이상동 CCO는 "초기엔 개선 사항이 하루에 10여건 정도였는데,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작년에 17건 정도까지 올라갔다가 올해 들어선 하루 6건 정도로 줄었다"며 "그만큼 우리 병원의 서비스 곳곳이 좋아졌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 직원들은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문화에 익숙하다. 응급실에 온 환자들 눈이 부시지 않도록 모든 조명을 간접조명으로 바꾸어 놓았고, 응급실 차량이 드나드는 통로는 일반 출입구와 따로 만들어 환자를 신속히 옮길 수 있도록 했다. 119 구조대원들이 쉬는 작은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 커피·컵라면·담요 등을 갖춰 놓아 호평을 받기도 했고, 차를 대신 주차해 주는 '발레파킹'을 도입했다.

    정성희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는 "요즘은 고객의 작은 욕구·수요 등을 찾아내 이를 고객이 예상했던 수준을 뛰어넘는 가치로 만들어 제공하는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micro value marketing)'의 시대"라며 "작다고 생각하는 서비스 하나가 100-1=99 또는 100+1=101을 만드는 '1'이 아니라, '0' 또는 '200'을 만들 수 있는 차별화의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선병원 서비스 전략이 '마이크로 밸류'가 성공할 수 있는 3가지 조건, 즉 '고객이 원하고, 지속 가능하며, 독특해야 한다'는 점을 모두 만족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외국 병원, "이 병원의 매뉴얼을 삽으로 떠서 그대로 옮기고 싶다"

    올 초 선 원장은 몽골에서 그곳 보건부 소속 공무원 및 전국 국립병원장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 그중 한 참석자가 "미국과 일본, 대만을 다 가봤는데 뭔가 허전하고 빠진 게 있는 듯했다"며 "그건 바로 환자 그리고 사람에 대한 진정성 있는 마음 자세였다"고 말했다. 그는 "선병원의 서비스 정신과 운영 시스템이 아주 마음에 든다"며 "선병원의 모든 것을 그대로 삽으로 떠서 옮겨놓고 싶다"고 했다. 또 몽골의 국립병원은 작년부터 5년간 매년 의사와 직원 10여 명을 선병원에 파견, 6개월씩 연수를 시키고 있다.

    선병원은 최근 중국 제약회사그룹인 '동제당'과 베이징 중심부에 병원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동제당이 건강검진과 치과를 중심으로 한 병원을 설립하고, 선병원은 부지 선정과 직원 교육, 내부 설계, 경영 노하우 전수 등 '토털 컨설팅'을 맡기로 했다. 또 중국의 최고 병원으로 꼽히는 한 병원과도 '매니지먼트 수출'을 위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고,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베트남 국영기업인 섬유그룹과는 투자 확약서를 체결하고 이동 건강검진버스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섬유그룹의 올해 검진 대상자는 약 10만명이다. 선병원은 이동 건강검진버스의 설계와 검진 항목, 검진 노하우 등을 전수할 계획이다.

    Article in brief '선병원'에서 얻는 경영 시사점

    ①고객의 니즈(needs)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또 기록하라.

    직원이 현장에서 입수한 정보를 기록하고, 저장하라. 나아가 중요 내용은 매뉴얼로 만들라. ‘평생 고객’을 만들 수 있다.

    ②동종 경쟁업체와 비교하지 말고 다른 업종에서 배워라.

    동종 업계의 선두 기업은 이미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기 십상이다. 그럴 때 경쟁자들의 레이더에서 벗어나 있는 전혀 다른 업종의 성공 노하우를 살피면 남다른 전략을 창출할 수 있다.

    ③디테일에 집착하라.

    큰 성공을 거둔 기업과 작은 성공을 거둔 기업의 차이는 바로 종이 한 장 차이, 즉 디테일에 있다.

    ④고객 입장이 돼서 똑같이 겪어 보라.

    사자가 어떻게 사냥하는지 알고 싶으면 동물원이 아닌 정글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