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bout Richboy.../人 · 物 · 形 ...확~ 땡기는 것들!

[151127 조선일보] 발리 리조트의 노 북 한국인

by Richboy 2015. 11. 29.

발리 리조트의 '노 북' 한국인

얼마 전 인도네시아 발리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케투트 다르마완(43)이란 리조트 지배인을 만났다. 그는 지난 20년간 발리의 여러 유명 리조트에서 일해왔다고 한다. "가방에 담긴 짐만 보고도 어느 나라에서 온 여행객인지 맞힐 수 있다"는 그에게 '한국 사람만의 특징이 있느냐'고 물었다. "노 북(no book). 여기 휴가 오는 한국인 여행객이 책을 읽는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다." 그는 "리조트가 운영하는 도서관에 한국어로 쓴 책이나 잡지를 두지 않은 것도 찾는 이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르마완이 일하는 리조트엔 수백 권의 장서를 갖춘 66㎡(약 20평) 크기의 도서관이 있었다. 둘러보니 세계 각국 언어로 쓰인 책들이 책장에 빼곡했다. 책장 한쪽엔 어느 나라 말인지 알 수 없는 언어로 쓰인 책도 있었다. 이곳에 휴가를 즐기러 온 여행객들이 두고 간 책들이라고 했다. 정말로 한국어 책은 보이지 않았다. 다르마완에 따르면 발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인이 두세 번째로 많다고 한다. 일본 여행객이 한국인보다 적다는데도 일본어 책은 쉽게 눈에 띄었다.

발리 해변 곳곳에선 선베드에 누워 책을 읽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늦은 밤 마사지 가게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릴 때도 사람들은 자연스레 가방에서 책을 꺼내 펼쳤다. 무슨 책을 읽는가 싶어 슬쩍 봤더니 시드니 셸던이나 더글러스 케네디 같은 유명 추리작가가 쓴 문고판 대중소설부터 움베르토 에코가 쓴 기호학 관련 인문서까지 다양했다. 다르마완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한국 사람들은 평소 책을 많이 읽고 휴가 때는 쉬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게 아니고 우리는 유럽과 달리 휴가가 짧고…"라고 웅얼거리다가 입을 다물었다.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듣던 미국 여행객이 끼어들어 "미국의 연평균 휴가 일수는 14일인데 한국은 얼마나 쉬느냐?"고 묻는데 답이 궁했다.

호텔 방으로 돌아가 인터넷을 뒤져 우리가 책을 얼마나 읽는지 알아봤다. 문화체육관광부 2013년 발표에 따르면 1년 간 한 권이라도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을 말하는 독서율은 OECD 국가 중 꼴찌다. UN 회원국 191개국 가운데선 161등이다. 스웨덴은 독서율 90%로 이 분야 세계 최고인데도 정부가 "독서율이 너무 낮다"며 지난 3월 '독서 진흥'을 제1 정책 과제로 삼았다. "독서는 지식의 소통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도와 민주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정부와 시민사회가 독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발벗고라도 나서야 하지 않을까. 귀국하기 전 도서관에 다시 들러 여행 때 가져간 한국어 산문집을 책장에 꽂아놓고 나왔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1/26/201511260416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