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키신저'인 저자 자카리아, 大學 교양교육의 통합성 강조
"한쪽만 배우는 건 배임 행위… 과학·인문·예술교육 병행돼야"
하버드 학생들은 더 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강주헌 옮김
사회평론|248쪽|1만3000원
자극적 번역 제목과 달리,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하버드는 여전히 인문학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단, 인문학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포인트.
원제는 'In Defense of a Liberal Education'이다. 대학의 인문학 붕괴에 대한 우려라면, 컨테이너 수십 대 분량의 보고서가 이미 제출되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국제정치 유력지인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최연소 편집장이자 '뉴스위크' 편집장을 지낸 파리드 자카리아(51). 하지만 이 책의 선택 이유가 단순히 '청년 키신저'란 별명의 파워 엘리트 목소리가 궁금해서는 아니다. 자카리아는 한국의 1970~1980년대는 저리 가라 할 암기 교육의 본산인 인도 뭄바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 유학을 떠난 인물. 저개발국의 수재(秀才)가 세계 최강국에서 느꼈던 고민과 깨달음이 우리에게 보편적 공감과 교훈을 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례와 유려한 문체로 대학 교양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자카리아는 한국도 종종 언급한다. 그중 인상적인 인용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12년 조사에서 미국은 34개 OECD국가 중 수학 27등, 과학 20등, 읽기 17등이었다. 늘 상위권인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과 달리, 미국은 과거 50여년 동안 대부분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다는 것. 그런데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그 기간 동안 미국이 거둔 눈부신 성공은 무엇 때문이냐는 것이다. 반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 학생들은 늘 최고 성적을 독점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과학자와 기업가, 발명가와 작곡가가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 /Getty Images Bank
자카리아는 이를 미국 특유의 교양 교육 덕으로 봤다. 아시아는 시험 실력주의, 미국은 능력 실력주의. 시험으로는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지적 능력, 즉 창의력과 호기심, 모험심과 야망이다. 문제는 미국에서도 이런 자유로운 교양 교육의 뿌리가 이제 붕괴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시대적 상황에 따라 철학과 실용이 엇갈려 강조되어왔던 서양 교육의 역사를 짚은 뒤, 현 세계를 이렇게 요약한다. 세계화의 가속화, 자본주의의 극단화, 그리고 테크놀로지의 발달.
요즘처럼 산업과 직업의 세계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면, 사실 특정 실용 학문을 배우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자카리아는 하버드대 드루 파우스트 총장의 발언을 인용한다. "교양 교육은 학생들에게 첫 직업이 아니라 여섯 번째 직업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 줘야 한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은 시효를 다한 지 오래고, 따라서 대학의 교양 교육은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론'을 터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인문학과 테크놀로지를 동시에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자카리아는 인문학 혹은 테크놀로지 한쪽만 강조하는 것은 '배임 행위'라는 표현까지 썼다. 주종목 이외에 다른 종목까지 함께 훈련해야 '핵심 근육'을 더 효과적으로 단련시킬 수 있는 운동선수처럼, 과학 인문 예술 역시 '교차 훈련' '병행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예일대 의대 어윈 브레이버먼 교수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레지던트를 가르치던 브레이버먼 박사는 학생들의 관찰력과 진단 능력이 추락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 미래의 의사들을 미술관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예일대 미술센터 큐레이터의 도움으로 100명의 레지던트에게 그림을 관찰하고 세세한 부분을 분석해서 작품 안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라 요구했다. 학생들의 진단 능력은 눈에 띄게 향상되었고 이후 20여개 의과대학에서 이 훈련법을 받아들였다는 것.
다시 교양 교육으로 돌아가자. 선배들의 숙련(熟鍊)이 점점 무의미해지는 인터넷과 애플리케이션의 세상에서, 21세기의 교양 교육이 예전과 같을 수도, 같아서도 안 될 것이다. 결국 교양 교육은 우리 생각을 설득력 있게 말과 글로 쓰는 방법, 그리고 분석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컴퓨터와 로봇이 인류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세상. 인간의 존재 증명을 가능하게 만드는 '괜찮은' 일자리의 확보는 바로 이 재능을 통해 가능하고, 그 재능은 통섭의 교양 교육을 통해 가능하다는 진리를, 자카리아는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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