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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짚고 헤엄치려는 재벌과 관료(151127)

by Richboy 2015. 11. 29.

 
조중식 산업2부장

 

 

최근 우리 경제가 처한 답답한 현실과 문제를 보여준 뉴스 2건이 있었다. 하나는 삼성전자가 자사 주식을 사들여 휴지 조각으로 만드는 데 11조3000억원이라는 돈을 쓰기로 한 것이고, 둘은 도심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다. 두 사건을 보면서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양대 주역의 역할이 이미 끝났고, 더 이상 믿고 맡길 수도 없다고 느낀다. 재벌 대기업과 관료들 이야기다.

재벌 대기업들은 경제 성장을 주도할 힘이 떨어졌고, 의지도 강하지 않다는 걸 스스로 폭로했다. 자사주 소각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기업의 대표적인 '주주 친화 정책'이다. 주식 총수를 줄임으로써 주주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의 가치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은 그간 배당을 인색하게 하고 주주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은 그런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은 더 이상 기업이 성장을 통해 주주들에게 보답할 자신이 없음을 실토한 것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에 쓰기로 한 돈은 한때 대한민국 전체가 연간 수출액 목표로 노래를 불렀던 '100억달러'다. 그 돈을 신사업에 투자하거나 공장을 짓는 데 썼으면 수만 명의 일자리와 미래 새로운 먹을거리를 만들 수도 있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그 돈을 쓰기로 한 것은 실패하지 않을 투자처를 찾기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실패를 감수하는 야성적인 투자를 주저하다 보니 삼성은 여전히 30년 전 이병철 창업자가 투자한 반도체를 주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을 보면, 면세점 사업이 마치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내로라하는 재벌이 다 뛰어들었다. 기존에 면세점을 해온 삼성·SK·롯데그룹에다 유통 대그룹 신세계와 화학·에너지 전문그룹인 한화, 사회간접자본 지원 사업이 주력이라는 두산까지 가세했다. 이렇게 많은 재벌 그룹이 한 업종에 한꺼번에 몰려든 적이 있었던가.

정부 허가를 받아내기 위해 이 그룹들이 쏟아낸 말들은 아름답기만 하다. "면세점 영업이익의 10%를 사회 공헌을 위해 내놓겠다." "1500억~27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거나 중소기업·재래시장과 상생을 위해 내놓겠다." "그룹 회장 사재(私財) 100억원을 지역 상권 발전 재단에 내놓겠다." 사업 허가가 얼마나 큰 특혜이면 이런 거액을 척척 내놓겠다고 했을까.

정부가 사업 허가를 내줬다가 뺏을 수 있는 사업이 새 성장 동력일 수는 없다. 그런데도 관료들은 막대한 자원을 가진 재벌들이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사업권만 따면 땅 짚고 헤엄치기 식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몰리도록 조장했다. '허가권'이란 관료들의 밥그릇과 직결된다는 걸 구멍가게라도 해본 사람들은 안다. 관료들은 밥그릇 챙기느라 이젠 경제의 발목까지 잡고 있다.

자사주 소 각에 쓸 돈과 면세점 허가 대가로 내놓겠다는 돈이 미래를 위한 투자에 쓰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실패를 감수하는 투자가 두렵다면, 이미 그것을 감행하는 많은 창업·벤처기업들이 있다. 그 돈이면 수천~수만개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그중 최소한 수십~수백개 기업은 성공할 것이다. 경제를 이끌 힘과 자신이 없다면 야성을 가진 젊은 기업들에 길을 터줘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