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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nd)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

[전경련 블로그 기고] 스티브 잡스와 이건희 회장에게 배우는 혁신의 신화

by Richboy 2015. 5. 4.

 

 

사람의 마음을 읽는 심미안, 스티브 잡스

애플의 창업자이자 아이폰의 개발자 스티브 잡스는 대단한 인문학광이었습니다. 평소 그는 “소크라테스와의 점심에 우리 기술 모두를 내놓겠다.”고 말할 정도로 인문고전을 사랑했는데요, 특히 고등학교 2~3학년 동안 지적으로 꽃을 피웠고, 인문학으로 유명한 리드 대학교에 입학해서 인문학에 푹 빠졌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단 한 학기만 마치고 자퇴하고 말았지만, 잡스는 교정을 떠나지 않고 머물며 그가 듣고 싶은 인문학 강의와 서예(캘리그래픽)에 심취했습니다. 그때 접한 리드 대학교의 고전 100권 읽기 프로그램은 그가 나중에 애플의 혁신적인 제품들을 창조하는데 굉장한 도움을 줬습니다. 또한, 그가 대학 시절에 서예 수업을 접했던 덕에 맥은 그렇게 다양한 활자체와 비율에 맞게 공간이 할애된 폰트를 갖출 수 있었습니다.


 

 

애플 前 CEO 스티브 잡스, 출처 : 위키피디아


잡스는 애플의 신제품을 만들기에 앞서 ‘포커스그룹’ 즉, 소비자에게 어떤 제품이 좋을지 묻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는 평소 “고객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마라. 고객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잡스는 소비자의 니즈나 충족시켜주는 제품을 만들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내가 지금까지 이러한 제품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야 세계시장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잡스는 사람, 즉 소비자를 읽는 심미안을 강조한 것입니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출처 : 위키피디아


특히 잡스가 만들어낸 아이튠즈은 ‘인간의 소유심리’를 간파한 인문학광의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아이튠즈가 나오기 전만 하더라도 음반업자와 가수들은 ‘냅스터를 통한 불법복제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만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잡스는 ‘이 문제는 인간의 소유욕망에 있다’고 시각을 달리 했습니다. 잡스는 불법 복제자들에게 헛된 양심에 의거해 구걸하지도, 그들을 적발해서 처벌하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그들은 소비자니까요. 그 대신 잡스는 단돈 1달러에 채 10초도 되지 않아서 다운을 받을 수 있는 ‘아이튠즈’라는 환경을 만들어 ‘합법적인 다운로드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오늘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불법 복제를 처벌과 양심이라는 단선적인 틀에서 벗어나 더 나은 환경의 제공이라는 새로운 인식의 틀을 제공한 스티브 잡스. 그는 인문학이라는 렌즈를 끼고 소비자의 마음속에 들어가면 사안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달라진다는 걸 잘 보여줍니다.

시장의 미래를 읽는 통찰력, 이건희 회장

“삼성은 Innovator다. 모두가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삼성은 내놓는다.” 2004년 1월 뉴욕타임즈 컬럼니스트 윌슨 로스만이 반도체, 휴대폰, TV 등 IT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며 수출 강국 코리아, IT 강국 코리아를 이룬 삼성의 신화를 두고 한 말입니다. 다른 기업보다 한발 앞선 도전으로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창조해 국내 정상을 넘어 당당히 세계 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 하지만 삼성이 IT 산업의 모태인 반도체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아무도 삼성이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오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


1974년, 이건희 회장은 파산 직전의 한국반도체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TV 하나도 제대로 못 만들면서, 최첨단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미국 일본보다 20~30년 뒤쳐졌는데, 따라가기나 하겠는가?’ 라며 모두가 반대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자본, 기술, 시장’이 없기 때문에 삼성의 반도체는 안 된다는 3 불가론의 공격이 계속되었고, 일본의 미츠비시 연구소는 ‘삼성이 반도체를 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라는 보고서까지 내놓으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삼성의 한국반도체 인수는 말도 안 되는 공상과 같은 이야기였던 건 사실입니다.


 

 

간담회에 참여한 이건희 회장


그러나 이건희 회장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언제까지 그들의 기술 속국이어야 하겠나? 기술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일, 삼성이 나서야 한다. 경영진이 반대하면 제 사재를 털어서라도 인수하겠다.” 반도체 미래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던 이건희 회장은 정면돌파를 선택했습니다. 세계적인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 나섰고 직접 자료를 분석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1986년 7월 삼성은 1메가 D램을 생산하면서 반도체 산업을 본격적으로 꽃 피우기 시작했고, 일본이 주춤거리는 사이 삼성은 과감한 투자를 계속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세계 반도체 업계는 새로운 기술적 난관에 부딪혀 있던 상태여서 삼성은 기술 주도권을 확보할 기회를 맞이하자 1993년 “모두가 하는 6인치로는 일본을 뛰어넘을 수 없다. 삼성은 8인치에 승부를 건다.”고 결단했고, 급기야 삼성은 64메가 D램 개발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한 데 이어 생산량을 늘리며 시장 점유율도 1위를 기록, 기술과 생산 모두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랐습니다.

삼성은 반도체의 성공에 이어, 애니콜 휴대폰으로 신화를 이어갔습니다. 세기말적 위기에 대비해 경영의 중심을 양에서 질로 바꾸자는 신경영 선언 이후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신수종 사업으로 휴대폰 사업을 예견했습니다. “반드시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전화기에 집중해야 한다.” 1994년 10월 삼성은 애니콜 브랜드의 첫 제품인 SH-770을 출시했고,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1995년 8월, 마침내 애니콜은 전 세계 휴대폰 시장 1위인 모토로라를 제치고, 51.5%의 점유율로 국내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당시 대한민국은 모토로라가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였습니다.

맞수에서 공생(共生)을 선택한 삼성과 애플

오늘날 세계 모바일 산업을 이야기할 때 삼성과 애플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각각 안드로이드와 iOS라는 양대 운영체제와 서비스 플랫폼 터전에 제국을 건설하고 공방을 계속하던 두 기업은 지금 자사를 대표하는 6세대 스마트폰 갤럭시S6와 아이폰6로 또다시 치열한 라이벌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과 애플 前 CEO 스티브 잡스, 출처 : 위키피디아 (왼쪽, 이건희 회장) (오른쪽, 스티브 잡스)


하지만 지금의 삼성전자와 애플은 서로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애플은 ‘손안에 쏙 들어가야 한다’는 잡스철학을 버리고 안드로이드의 대명사인 ‘대화면’을 채용한 아이폰6로 사상 최대 판매실적(7,500만대)를 올리며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을 턱밑까지 추격했고, 삼성전자는 얼마 전 출시한 갤럭시S6 시리즈에는 지금껏 고수해온 배터리 착탈방식을 포기하고 일체형 금속 테두리와 일체형 배터리를 처음 적용하면서 디자인에 승부를 걸고 순항 중입니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비즈니스의 길. 기업가에게 이 길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불모지거나 홀로 결정하고 걸어야 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스티브 잡스와 이건희 회장은 이 길을 헤쳐갈 지도와 나침반이 ‘소비자와 미래를 읽는 눈’이라 말합니다. 모두가 할 수 없을 거라 말했지만, 혁신의 신화를 이룬 두 기업의 저력은 바로 이들이 강조한 기본을 쫓는 안목에 있었습니다.

 

 

 

원문출처 - http://www.freedomsquare.co.kr/2900#.VUbu47kfr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