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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독서법·글쓰기

[책리뷰]책 읽어주는 남자, 10년의 노트 - 오랫동안 두고두고 읽어도 좋은 책

by Richboy 2015. 6. 1.

 

 

 

 

 

오랫동안 두고두고 읽어도 좋은 책


 

10년 전 <예병일의 경제노트>를 처음 보던 날, 나는 몹시 흥분했었다. 본격적인 경제경영서 읽기에 한창이던 때, 몇 년 동안 명저로 알려졌다는 소리만 들으면 닥치는대로 읽었던 때라 남독濫讀에 대한 실망감과 피로감에 꽤 회의감에 젖어있던 그 때, <예병일의 경제노트>는 안개 짙은 망망대해에 떠 있는 나룻배가 한 줄기 밝은 빛을 쏘는 등대를 만난 기분이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다독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잘 알려진 공병호 선생, 구본형 선생의 홈페이지 등 이전에 등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병일의 그것은 이전 등대와는 사뭇 달랐다. 앞선 두 분의 글이 훈장선생의 공부 같아서 읽다보면 배우고 새겨야 할 의무감이 있었다면, <예병일의 경제노트>고도원 아침편지처럼 굳이 외워둘 필요는 없지만 오늘도 한 수 배웠네!‘하는 경쾌한 배움같은 느낌이 들어 좋았다. 경제경영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이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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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병일의 경제노트>를 거의 매일 구독하면서 경제경영서 독법을 배웠다. 한 페이지 남짓의 <예병일의 경제노트>300페이지가 넘는 책 한 권(오늘 경제신문)의 핵심 구절(혹은 메시지)를 리드글로 배치하고, 인용된 구절의 크기만큼 필자가 느낀 해설이나 소감이 적혀 있다. 단순한 이 구성은 필사筆寫의 완벽한 방법이 된다. 즉 한 권의 책을 읽고 난 후 놓치고 싶지 않은 구절이나 핵심문장들을 옮겨 적고, 그 이유와 소감을 적는다면, 그래서 그런 글이 몇 개 정도 모인다면 비즈니스북 한 권을 온전히 읽은 셈이 된다.

자기계발서를 포함한 경제경영서라는 장르는 문학과는 달라서, 이처럼 핵심 키워드와 문장 몇 개만 제대로 파악하면 책 한 권을 모두 읽은 것과 다름없다. 나머지 문장들은 핵심에 도달하기 위한 문제제기와 이해를 돕는 사례들일 뿐이다. 그런 연유로 나는 자기계발서를 포함한 경제경영서는 출입문, 즉 책이라는 집을 들어가고 나오는 서문과 맺음말은 가장 먼저 읽는다. 한편 목차 역시 중요한데, 책을 읽기 전 핵심이 궁금하거나, 핵심만을 읽어내는 발췌록을 한다면 책장을 펼치며 가장 먼저 읽을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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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점에서 <책 읽어주는 남자, 10년의 노트>라는 책은 내게 각별했다. 저자인 예병일이 <예병일의 경제노트>10년간 써오면서 독서를 통해 느낀 인생의 통찰이 담겨 있어서다. 목차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데, 굳이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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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 멋진 삶,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그 일을 사랑할 수 있다면

_ 마지막으로 꿈꾼 것이 언제인가요?

고난_ 불안하지도 힘들지도 않다면 너무 안전하게만 가고 있는 겁니다

오늘_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이별_ 우리는 헤어져야 합니다

습관_ 인생을 결정하는 힘

지속_ 천천히 가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좋은 삶_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하시나요?

행복_ 목적지가 아닌 여행 그 과정

고전_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멀리 바라보는 것

진정한 나_ 타인의 평가에서 자유로워지기

길 위에서_ 퓰리처상을 받았더라도, 당신의 가치는 마지막에 쓴 기사가 말한다

에필로그_ 항상 초심으로 무언가에 마음 빼앗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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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화두가 모두 담긴 듯한 이 목차를 제대로 읽어보고도 그냥 지나칠 독자,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꼭지글이 몇 있는데, <예병일의 경제노트> 방식으로 소개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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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

나는 돈을 받지 않더라도

이 일을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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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고, ‘승진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보람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이도 있지요.

예일대의 에이미 브레즈니브스키 교수가 흥미로운 분석을 했습니다. 자신의 일을 인식하는 방식이 그 사람의 만족과 불만족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일을 대하는 첫 번째 방식은 생업 인식job orientation'입니다. 봉급을 받기 위해 매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에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사람에게 직업이란 그저 돈을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항상 지시받은 일만 하고, 퇴근시간만 기다립니다. 물론 자신이 하는 일에 특별한 기대감을 갖고 있지도 않지요.

일을 대하는 두 번째 방식은 출세 인식career orientation'입니다. 이 사람은 승진이나 봉급 인상, 사회적 지위의 상승 등에 동기부여가 되어서 열심히 일합니다. 일을 지위나 존경,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지요. 승진을 해야 하니 지시받은 것만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솔선해서 일하는 건 단지 상사의 눈에 들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일을 즐길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세 번째 유형은 소명 인식calling orientation'입니다. 이 사람은 자신의 일이 매우 중요하고 세상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일을 사랑하고, 그 일을 즐깁니다. 일상적인 업무에서 흥분과 도전을 느끼기도 합니다. “나는 돈을 받지 않더라도 이 일을 할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상사의 눈에 들기 위해서가 아닐, 일을 잘하는 것 자체에서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열심히 합니다. 휴가를 즐기기도 하지만 일로 복귀하는 것도 즐깁니다.

소명召命, calling은 어떤 특별한 목적을 위해 부름을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소명은 특별한 사람이나 특별한 직업에서만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가질 수 있지요.

자신이 하는 일이 동네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유지하는, 중요하고 보람 있는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부도 있습니다. 마을버스 기사, 간호사, 의사, 유치원 교사, 경찰관 중에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대개 활기차고 긍정적인 모습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의미가 있으니 열심히 하고, 그것에서 기쁨을 느낍니다.

소명 인식을 갖고 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보람차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그리고 내가 사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소명 인식이 좋은 삶을 만듭니다. 15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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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삶을 살아보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답게 사는 것이었다.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우선 나에 집중해서 나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꽤 오랜 시간 공부가 필요하다. 그 공부는 학교가 아닌 책과 세상에서 배우는 공부, 즉 견문見聞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화두에 천착하다 보면 어설프게나마 를 알게 된다. 내가 정말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디까지 견딜 수 있고, 참을 수 있고, 노력할 수 있는지 알고 나면 내가 정말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도 알게 된다. 이게 바로 소명召命이다. 소명을 알면 눈빛이 달라지고 삶이 의미 있고 재미있어진다. 소명을 안 사람이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느낌이 바로 사명감使命感인데, 이들을 막을 자는 없다. 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이 소명은 안타깝게도 누가 알려주거나 콕하고 짚어주지 못하고, 스스로 깨닫게 된다는 점이다(게으른 자는 소명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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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대목은 바로 행복에 관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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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적,

비교

익숙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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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적은 비교익숙해짐입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해 보고 불행하다 느끼곤 합니다.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있었습니다. 하버드 대학 학생들에게 다음 두 곳중 어느 곳에서 살겠느냐고 물었습니다.

1)당신은 1년에 평균 5만 달러를 벌고, 다른 사람들은 평균 25000달러를 버는 세상

2)당신은 1년에 평균 10만 달러를 벌고, 다른 사람들은 평균 25만 달러를 버는 세상

대부분의 학생들이 첫 번째 세상을 선택했습니다. 절대소득이 적더라도 주변 사람들보다는 더 버는 쪽을 택한 겁니다. 자신의 절대 소득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상대 소득에 더 신경을 쓴다는 이야기입니다.

올림픽 경기에서 동메달리스트가 은메달리스트보다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동메달리스트는 아예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과 자신을 비교하지만, 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을 단 선수와 자신을 비교하기 때문이지요.

행복의 또 다른 적은 익숙해짐입니다.

처음으로 소형차를 샀을 때, 처음으로 작은 집을 마련했을 때, 우리는 매우 커다란 행복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그 물건에 익숙해지지요. 이를 심리학에서는 적응adapta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 때문에 우리가 계속 행복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자극, 즉 더 많은 물건이나 더 좋은 물건을 지녀야 합니다. 물론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심리학적으로는 해복을 위한 지출을 원한다면 자동차 같은 물건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 같은 경험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경험보다 물건에 훨씬 쉽게 익숙해지고 적응하니까요.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비교익숙해짐이라는 중요한 방해물들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183~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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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비교하지 않으면, 그리고 스스로 익숙해지지 않으면 순간마다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인데, 나는 이보다 더 명쾌한 행복찾기를 이제껏 보지 못했다. 이 대목만 읽어도 책 한 권의 값어치는 다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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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소 얇다고 해서 단숨에 읽어서는 안 된다. 출퇴근 할 때 마다 2 페이지 짜리 한꼭지씩 읽길 바란다. 읽어서 글이 좋거든 좋으면 거듭 읽어라. 그리고 읽은 글에 대해 읽은 시간만큼 생각하라. 그러면 한 꼭지 글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고, 그만큼 뿌듯하고 벅찬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몇 번 씩 읽으며 완독을 거듭했다. 발췌도 하고, 요약도 한 끝에 농익었다 싶어 리뷰를 한다. 독자 역시 어차피 같은 제목의 속편이 나오려면 아직 9년이나 남았으니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읽어도 무관하다. 그러니 꼭 읽고 나만의 인생노트를 만들어보시길...

 

책 속, 나를 뒤흔든 구절들 - http://2bfreeman.blog.me/220376294810

 


책 읽어주는 남자, 10년의 노트

저자
예병일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 | 2014-04-07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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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비교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