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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th) 혼자라면, 읽을 때(근간)

책읽기에 푹 빠지고 싶다면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까?

by Richboy 2023. 6. 21.

책읽기는 재미가 있을 때 빛을 발한다.

추사 #김정희 선생이 쓴 현판 중에 ‘일독 이호색 삼음주(一讀 二好色 三飮酒)’라는 말이 있다. 

 

그 뜻을 풀어보면 ‘세상 사는 맛의 첫째는 책 읽는 맛이고,

둘째는 연인과 즐기는 맛이고,

셋째는 술 마시는 즐거움이다.’ 정도 될 것이다.

 

호색과 음주도 좋지만 책 읽는 맛을 따를 수 없다 하니 김정희 선생에게 단연 독서는 최고의 기쁨이었다.

그렇다, 독서가 주는 최고의 미덕은 바로 즐거움이다.

나는 대학 신입생 1년 동안 집과 학교를 오가는 지하철에서 #소설 을 읽으면서 ‘읽는 즐거움’을 알았다.

누가 그랬던가, 에든버러에서 런던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가는 것이라고. 당시 내게 소설책읽기는 연인과의 데이트 같았다. 지하철 속에서 소설을 읽으며 오가는 나의 등하굣길은 10분처럼 짧게 느껴졌고, #지하철 에서 소설책을 읽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술자리를 피한 적도 있을 정도 였다. 소설이 한창 재미있을 때는 공강 시간 1~2시간의 짬이 너무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선후배들에게 재미있다고 소문난 소설들을 추천받아 빌려 읽었다. 읽은 소설 중에서 여운이 오래 남는 책의 저자의 전작들을 찾아 읽었다. 좋아하게 된 책 속에서 소개하는 책들을 추적해서 읽었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두고두고 읽고 싶어서 친구들과 어울릴 용돈을 떼어 책을 구입했다. 돈이 부족하면 동대문 헌책방을 뒤지며 시간과 돈을 맞바꾸기도 했다. 무슨 책을 골라 읽을까를 고민하는 일도, 내가 찾던 책을 헐값에 득템하는 기쁨도 독서가 주는 기쁨이었다. 볕좋은 날 할리우드 영화의 어느 주인공 배우처럼 맨발인 채로 교내 벤치나 나무 그늘에 앉아 ‘그래, 다음은 어떻게 될까?’ 하면서 책장을 펼쳐들고는 시간을 잊고 읽던 기억이 쌓여갔다. 그렇게 조금씩 책 없이는 못 사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내가 이 책을 쓴 가장 큰 이유는 당신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읽는 즐거움’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대학이나 기업에서 특강을 할 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모처럼 책을 읽으려는데 무엇부터 읽어야 할까요?”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무엇이든 당신이 지금 가장 재미를 느낄 만한 주제의 책을 읽으세요.”라고 답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의아해하며 “기왕이면 #스테디셀러 나 #고전 같은 책을 읽어야 하지 않나요?” 하고 되묻는다. 물론 그런 훌륭한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좋다. 하지만 나는 책읽기를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은 '독서의 이로움'보다  ‘독서의 즐거움’을 먼저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책이 손에 붙을 때 까지 재미있는 책만 읽었으면 좋겠다. 

지금껏 당신은 인터넷 기사나 블로그 등에서  오피니언리더나 저자, 교수들로부터 ‘즐거운 책’이 아닌 ‘좋은 책’을 추천받았다. 하지만 ‘좋은 책’은 아쉽게도 대부분 그다지 즐겁지 않다. 그래서 끝까지 읽겠다는 굳음 마음은 간 데 없이 채 1시간도 읽지 못하고 책을 덮어버리고 만다.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이다. 큰맘 먹고 책을 한 권 고르는 것이 대부분 ‘ #베스트셀러 코너’ 혹은 ‘스테디셀러 코너’에 있는 책들이다. 이른바 검증된 책을 골라야 실수가 없을 것 같고, ‘베스트셀러’라면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는 말이기도 하니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고른 책이 정작 당신이 ‘읽고 싶은 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독서 가 즐거우려면 우선 책이 재미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읽는 맛이 좋은 책, 취향에 맞는 책, 눈높이에 맞는 책, 그리고 자신이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의 책이어야 한다. 내가 소설을 1년 동안 읽어 책이 손에 붙었듯이, 여러분 역시 책을 즐겨 읽을 수 있다면, 그래서 독서가 즐거울 수 있다면 그 무엇이든 읽자! 소설도 좋고, 잡지도 좋다. 만화라도 상관없다.

“Most management books provides ‘answers’. Great fiction raises ‘great questions’. That’s why I read Fiction for instruction. (대부분의 경영학 서적들은 답을 제시한다. 반면에 대부분의 소설들은 ‘위대한 질문’을 던져준다. 그것이 내가 가르침을 얻기 위해 소설을 즐겨 읽는 이유이다.)”

세계적인 경영 구루 #톰피터스가 한 말이다. 그는 “책을 읽으려면 소설을 많이 읽고, 기업 관련 책은 가능하면 적게 읽으라. 세상의 모든 관계들은 진실로 소설 속에 있다.”라고 덧붙였다. 소설광(狂)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말. 톰 피터스는 필경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가 소설을 읽을 때 ‘이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뒤흔들 인사이트(insight)를 찾아야지’ 하며 읽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에게도 즐거움이 먼저였을 것이다. 가르침이나 영감은 그다음이다.

대부분의 다독가들은 #소설 로 책 읽기를 시작했다. 일본에서 ‘지(知)의 거장’으로 알려진 다치바나 다카시는 직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줄곧 소설만 읽었다. 대한민국 CEO 중 열의 아홉은 골치아픈 현안들은 잠시 내려두고 당대 내로라하는 인기소설을 찾아 읽으며 머리를 식히고 있다. 자신이 읽은 책 중에 잘된 작품들은 모든 직원이 읽을 수 있게 대량 구매해 선물한다는 기사를 종종 만났을 것이다.

훌륭한 소설은 경영서를 능가한다. 일본의 다독가 #센다타쿠야“훌륭한 소설은 인물, 서사, 갈등이나 협력관계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사회를 아주 실감 나게 그려내며, 그러기에 그 어떤 표현법보다 더욱 훌륭하게 현상을 꿰뚫는다.”라고 말했다.

깊은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한 문장씩 이어 쓴 소설가의 문장에 취하다 보면 그 속에서 문득 내가 품고 있던 고민에 대한 촌철살인의 해답을 얻기도 하고, 소설의 등장인물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수많은 경영자들이 위대한 소설들을 즐겨 읽고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앤 K. 롤링의 < #해리포터 > 시리즈나 J. R. R. 톨킨의 < #반지의제왕 > 같은 판타지 소설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사랑하는 고전같은 소설이다. 무협지를 평가절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아마도 < #사조영웅전 >, < #의천도룡기 >, < #신조협려 >, < #천룡팔부 >, < #녹정기 > 등 #김용 의 무협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때문일 것이다. 즐거운 독서를 하고 싶다면 소설부터 시작하길 추천한다! 그 누구도 뭐라고 할 사람 없다. 장르에 구애받지 말고 마음껏 즐기자.

서울 어느 도서관에서 특강을 할 때 어느 학부모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중학교 1학년인 우리 아이는 요즘 #판타지소설 에 푹 빠져 살고 있어요. 저는 아이가 보다 유익한 책들을 읽었으면 좋겠는데, 무슨 방법 없을까요?”

나는 “마음껏 읽게 그냥 두세요. 아니, 더 많이 읽도록 응원해 주세요.”라고 대답했다.

부모님의 얼굴이 뭔가 개운치 않은 표정이다. 이렇게 부연했다.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아이들이 태반인데, 어머님의 자녀분은 판타지 소설일망정 지금 독서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훌륭합니까? 어머님께서 말씀하시는 유익한 책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자녀분은 곧 세상의 모든 책을 읽겠다고 말할 겁니다.”

이 말은 절대로 위로나 거짓이 아니다. 그 누구든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 평생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된다. 바꿔 말하면 지금 당신이 독서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껏 ‘ #읽는즐거움 ’을 알지 못했다는 뜻이다.

“여러분은 왜 책을 읽지 않습니까?”

기업체에서 특강을 할 때마다 청중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비즈니스맨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시간 이 없어요.”

정말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단지 독서가 하루의 우선순위에서 멀리 밀려 있을 뿐이다. TV 드라마나 스트리밍 중인 영화를 볼 시간, 게임할 시간, 친구와 한잔 걸칠 시간을 다 보낸 후 라면 당연히 책 읽을 시간은 없다. 뭐라 할 건 없다. 지금껏 독서가 #드라마 나 #영화 #게임  보다 재미가 없없을 테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명 #영화 나 게임의 원작은 대부분 소설이란 사실. 원작 소설을 먼저 읽은 영화 관객들은 영화보다 원작이 10배 20배 더 재미있다고 말한다. 감독 역시 책을 읽으며 충분히 재미를 느꼈기 때문에 영화로까지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한 게 아니겠는가?

그에게는 재미있는 영화 전에 재미있는 소설책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리치보이: <행복한 부자 학교 아드 푸투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