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3 내 아이가 독서록을 쉽게 쓰는 법!
대학이나 기업에 #강의 를 가면 ‘책은 나와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이야기인즉슨 제아무리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라 할지라도 책만 잡았다 하면 채 3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하품이 나온단다.
어떤 남학생은 살다 보면 정말 친하지 않은 책이지만 한 번쯤 펼쳐보는 때가 있다고 한다. 늦은 시각, 잠이 오지 않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할 때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선천적으로 책과 안 친한 사람은 없다. 다만 아직 궁합이 맞는 책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독서 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면 안타깝다. 음식의 맛은 직접 느껴봐야 알지 아무리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설명해 봐야 그 맛을 어찌 알랴.
독서도 마찬가지다.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습관화했던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책 읽기를 계속할 수 있지만(세계적인 문호이자 소설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는 시력을 잃자 서점에서 일하는 점원 #알베르토망구엘 에게 대신 책을 읽혀 귀로 읽었다), 어른이 된 이후에 책 읽기를 시작하기는 사람은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좀처럼 책 한 권 읽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나는 원래 책과 안 친한가 봐’라고 말할 만큼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책을 붙들게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독서 포기자’가 다른 사람이라면 ‘아, 그러세요? 인생의 큰 즐거움 하나를 포기하셨군요.’ 하고 신경을 끄겠지만, 다름 아닌 자녀라면 어떻게 할까? 심각한 질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독서가로 만들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책을 완독하고 나면 독서록을 쓰기 전에 아이가 책을 읽은 소감에 대해 말하게 하자.
특별한 순서는 없지만 소감의 진행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이 책은 ~~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라고 한 마디로 정의해 본다.
2.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이야기 해 본다. (이 부분이 초등학생에게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스토리 전체를 말할 것인가, 아니면 기억나는 내용만 말할 것인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지 않는다. 그냥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을 듣기만 한다. 부모가 먼저 읽으면 좋은 건 당연하다)
3.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 어디인지 이야기해 본다.
주로 재미있는 장면이나, 사건의 하일라이트, 혹은 음식이나 동물의 행동 등을 꼽는데, 이 부분은 독자가 느낀 부분인 만큼 정답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답은 늘 칭찬해야 한다.
4.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 해 본다.
이 대목 역시 정답은 없다. 책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와도 전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독서록은 계속될 것이기에 지적보다는 칭찬, 공감이 필요하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이 전 독서록은 더 형편없었다. 부모가 기대할 건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다. 제 때 써준 게 어딘가.
함께 읽은 책과 함께 온라인 서점에 올린 글을 놓고 자녀와 인터뷰 형식으로 잠깐(3~5분)의 대화를 나누면 끝이다. 독서록을 쓰기 전 자녀와 나누는 인터뷰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이 책은 어땠니?"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니? 한 번 읽어볼래?"
"친구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책이니?"
"만약 소개해 준다면 뭐라고 말할래?"
"나도 너와 이야기하려고 읽어봤는데, 이런저런 내용이 마음에 들고 요 부분이 인상적이더구나."
한동안은 쓴 글과 인터뷰에 대해 칭찬 일색이어야 한다.
책값이 아까울 정도로 숙지하지 못한 자녀가 답답하더라도 꾹 참아야 한다. 칭찬만 하자.
독서 후 인터뷰 방식은 프랑스의 대학 입학시험으로 유명한 #바칼로레아 (Baccalauréat, BAC라고도 부른다) 시험을 차용했다. BAC 시험은 보통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1부는 #논술시험 , 즉 필기시험으로 4시간 동안 진행되며 주로 #시 , #소설 , #시나리오 등의 문학 텍스트를 분량 제한 없이 분석하는 것이다. 일주일 뒤에 시행되는 2부는 인터뷰, 즉 구술시험으로 텍스트를 받은 후 30분 동안 준비한 후 20분 동안 시험관 앞에서 설명하는 방식이다.
독서의 최종 목적은 #리터러시 능력 향상이다.
즉 읽고, 듣고, 말하고, 쓰기를 잘하기 위해서다. 독서는 작가의 말을 듣는 것과 같다. 그 점에서 읽기는 곧 듣기다. 읽은 바에 대해 생각하고 글로 쓰면서 내 생각이 들어가면서 나의 '창조력'이 더해진다. 최종적으로 내가 읽은 책에 대해 말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최고다.
이 과정에 금상첨화는 자녀와 인터뷰하기 전에 부모가 자녀가 읽은 책을 읽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뷰를 한다면 대화의 내용은 더욱 풍성해진다. 아울러 자녀가 답하는 내용에 대해 공감할 수 있어서 대화의 질이 높아진다. #독서록 을 작성한 후 용돈을 듬뿍 주는 것도 추천한다.
혹자들은 자녀들에게 인센티브로 돈을 주는 형식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는데, 이는 직접 안 해본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돈이 ‘미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인센티브를 주는 최종 목적이 내게 즉 부모에게 있다면 그건 미끼가 맞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 받는 용돈은 자녀의 독서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부모가 제시하는 일종의 '동기부여'다.
좋아하는 책 #스티븐레빗의 베스트셀러 < #괴짜경제학 (Freakonomics)>(웅진 지식하우스)에서도 ‘인센티브가 세상을 움직인다’고 말한 바 있다.
저자에 의하면 #인센티브 (다른 말로는 ‘피드백’이라 할 수 있다.)는 ‘어떤 일을 했을 때 거기에 주어지는 대가’를 말한다. 인센티브는 크게 도덕적(착하다/나쁘다), 사회적(명예/인기), 금전적(경제적 이익) 인센티브 3가지가 있는데, 문제는 인센티브가 어떻게 주어지느냐에 따라 사람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헌혈 을 장려하기 위해 현금을 준다면 어떨까? 저자는 헌혈자가 현금을 받게 되면 예상과 달리 헌혈은 줄어든다고 말한다. 헌혈이라는 고귀한 행위, 도덕적 행위가 ‘매혈(賣血)’, 즉 돈 몇 푼 받고 피를 파는 천박한 짓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숭고한 행위가 매혈로 전락함으로써 사람들은 꺼리게 된다는 분석이었다.
보상의 형태가 굳이 돈이 아니라도 좋다. 자녀가 좋아하는 무엇이 있다면 그것을 줘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장난감이나 하드웨어를 필요로 한다면 사진으로 출력해 이를 10 등분하여 백지에 10 등분된 하드웨어 사진을 모두 붙이면 사준다는 옵션을 거는 식이면 좋다.
누구나 자녀에게 무언가를 시킬 때 주저하는데 '만약 방법이 잘못된 결과를 낳는다면 안 하느니 못한 게 아니냐'며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자녀는 실험용 쥐가 아니니까. 하지만 내가 제시하는 용돈이나 스티커 방식의 인센티브를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독서력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책에서 찾아낸 다양한 방식들을 벤치마킹한 것들이다.
영국에는 ‘ #리딩더게임 (Reading the Game)’이라는 독서 양성 프로그램이 있다. 남자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의 축구선수들이 함께 참여했다.
예컨대 #웨인루니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추천하고, 아이들이 축구와 관련된 읽기와 쓰기 활동을 하는 식이다. 읽기 전에는 그 즐거움을 모르는 게 독서다. 그런데 스타플레이어들이 책을 추천하도록 만들었더니 아이들에게 놀라운 파급력이 있었다.
아울러 프로축구선수들이 1일 책 읽기 선생을 자처하는가 하면, 아이들에게 유명한 플레이어를 읽기 챔피언으로 선정해 1년 동안 그가 책을 추천하도록 하고, 책을 읽은 아이들에게 축구공과 축구용품도 나누어 주었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로부터 95%의 만족도를 보였다고 한다.
또한 영국 브라이튼에서는 ‘ #리딩챔피언 ’이라고 해서 아이들을 독서광으로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마일 오크 초등학교에서 실시한 프로그램인데 일명 ‘코트 리딩’이다. 우리말로 풀자면 ‘독서현장을 잡아라!’ 정도 된다.
코트 리딩의 내용은 이렇다. 쉬는 시간에 누군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선생님이 본다면 아이들에게 한 장의 티켓을 준다. 그 티켓은 나중에 상자에 모아 추첨을 통해 당첨된 사람은 수영장 표나 스포츠 경기표 등의 상을 받을 수 있다. 경쟁 심리를 도입해 학생들이 책을 읽는 현장을 많이 들켜서 티켓을 늘려 상품 받을 확률을 높이도록 한 것인데,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을 참여하면서 결국 궁극의 목표인 독서의 즐거움과 유익함을 스스로 알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마일 오크 초등학교는 지금은 영국에서도 알아주는 독서광들이 다녔던 학교로 소문이 자자하다고 한다.
산은 하나여도 정상에 이르는 #등산로 는 여러 갈래이다.
그 어떤 길로 가든 독서의 즐거움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생들 역시 나름 책을 즐기는 독서가가 되어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보상을 활용하는 방법도 제법 유용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 어떤 인센티브를 주든 간에 책을 읽지 않았던 때보다는 낫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되면 그 순간부터 인센티브는 더 이상 목적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자녀가 독서가가 되는 과정은 부자가 되는 과정과 똑같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워런버핏 이 11살에 주식투자를 시작한 후 "나는 11년을 헛살았다."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농담을 했다. #부자 가 되려면 하루라도 빨리 저축을 해야 하는 것처럼 자녀를 독서가로 만들고 싶다면 하루빨리 읽어서 책 읽는 즐거움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무조건 읽힐 것이 아니라 책 읽는 즐거움을 듬뿍 주어 독서에 대한 좋은 기억을 심어줘야 한다.
더 솔깃한 제안을 해볼까 한다.
몇 년 전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 이 최악으로 어려웠다기에 궁금해서 시험지를 찾아서 본 적이 있다. 그야말로 시험문제보다 지문이 더 많은 '글의 잔치'였다. 심지어 수학문제지도 숫자보다 글이 더 많았다. 이런 현실에서 독서가가 된 자녀와 그렇지 못한 자녀 중 누가 시험을 잘 볼까? 수능에서 순위를 가르는 과목은 ' #국어 '라는 사실은 익히 주지된 바다.
오래전 어느 인터뷰에서 책 많이 읽기로 유명한 개그맨 전유성 씨에게 ‘책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뒤집어 말하면 ‘책을 왜 읽느냐?’ 일 것이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중요한 질문이다. 내가 처음 책에서 무엇을 얻은 건 중학교 2학년 때 작은 고모가 읽던 일본 소설 <빙점>이었다. 다른 건 기억이 안 나는데 스토리 중에 초등학교 여자애가 집에 갈 차비를 잃어버렸는데, 주위 친구들이 차비 잃어버린 걸 걱정해주니까 정작 본인은 ‘내가 잃어버린 돈을 주운 사람은 얼마나 기쁠까?’라고 말하던 대목!
그래, 세상은 이렇게도 볼 수 있고 저렇게도 볼 수 있구나!
세상 보는 시각을 여러 가지로 볼 수 있게 해 준 결정적인 계기가 된 책이다. 소설 제목이 <빙점>인지 아닌지도 사실은 잘 모르겠지만 여자아기가 한 말은 확실하게 기억한다.”
독서는 궁극적으로 깨달음을 준다.
전유성의 말처럼 우리는 한 편의 ‘소설’ 속에서도 ‘삶의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즐겼으면 이제 배우고, 느끼고, 깨달아야 할 차례다. 하지만 걱정일랑 붙들어 매자. 책을 읽으며 배우고, 느끼고, 깨닫는 이 과정 역시 겁나게 즐거우니까.
- #리치보이 , #행복한부자학교아드푸투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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