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마라, 읽는 즐거움은 배우는 즐거움으로 변한다
#고양이빌딩 으로 유명한 일본 지(知)의 거인 #다치바나다카시의 독서인생에는 읽는 독서에서 배우는 독서로 옮겨가는 과정을 거쳤다. 그는 #대학 때 읽은 책의 80%가 소설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문예춘추 에 입사했고, 당시 상사가 소설만 읽으면 안 된다고 충고를 해서 그 이후 소설 읽기를 그만두고 #논픽션 을 읽기 시작했다. 그 후 그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학창 시절에 문학, 철학, 사회과학 관련 서적은 많이 읽었습니다만, 소위 논픽션 관련 서적은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이런 지식의 불균형을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선배 사원에게 지적받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과연 그 말이 틀리지 않아 우선 논픽션 관련 서적 가운데 가장 재미있어 보이는 것부터(지의 거장도 시작은 ‘재미있는 것’이었다.) 구입해 하나하나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논픽션 관련 서적을 완전히 무시하였습니다. 요컨대 전통적인 대학 교양인으로서 읽어볼 만한 책 이외의 것은 모두 쓸모없다는 의식이 젊은 시절 내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논픽션 서적을 읽어보니 그 나름대로 매우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월급의 대부분을 책 사는 데 쓰면서, 학창 시절에 문학 서적이나 교양서적을 열심히 읽었던 것처럼 엄청난 양의 논픽션 서적을 탐독하였습니다. 이처럼 논픽션 서적을 탐독하면서 문학가의 상상력이라는 것이 살아 있는 현실과 비교할 때 얼마나 빈약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고, 학창 시절에 왜 그렇게 쓸데없는 책을 읽는 데 열중하였는지 도리어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 #나는이런책을읽어왔다 , 청어람미디어, 43~44)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책에는 관심조차 없던 나는, 독서 스승인 국문과 교수님 덕분에 1년 동안 꾸준히 소설을 읽었고,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리고 나의 독서생활도 읽는 즐거움에서 배우는 즐거움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는데, 일본 여행이 계기가 되었다. 대학 들어간 후 처음 맞는 겨울 방학의 어느 날, 절친한 동아리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배는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너, 나랑 #일본 가지 않을래?”
사연인 즉 대기업의 이사로 있는 아버지가 자신을 신입사원 연수에 깍두기로 붙여주었다는 것이다. 혼자 가면 심심하니 같이 가자는 말이었다. 지금은 어림없는 일들이 당시에는 가능했던 시기의 일이었다. 출발은 한 달 후, 거부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날 하루는 난생처음 일본에 가게 된 감격으로 구름 위를 걷는 듯 살았고, 이틀째부터는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일본 여행을 만끽할 것 같다는 생각에 서점을 찾았다.
하지만 1991년 당시는 일본 관련 서적이 그리 많지 않던 시기였다. 일본은 말 그대로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일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쏟아진 계기는 1993년 전여옥이 쓴, 표절논란으로 화제를 낳았던 <일본은 없다>인데, 본격적인 대중화의 시작은 1997년 #이규형 이 쓴 일련의 일본어 학습서와 일본 대중문화서들이 나오면서부터였다). 그래도 몇 권의 책이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었는데, 그중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책이 #루스베네딕트 의 < #국화와칼 >이었다.
원래 목적대로라면 잘못 산 책이었다. 대중적인 눈높이에 맞게 일본과 #일본인 을 소개한 책을 읽고 싶었는데, 이 책은 일종의 연구서였다. 하지만 잘못 산 책이 결국 ‘사서 읽기를 잘한 책’이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일본과 일본인을 더욱 알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내려놓고, 일본과 관련된 <국화와 칼>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내가 이 책에 반하게 된 이유는 영화 같은 이 책의 집필 동기 때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이던 1944년 6월 미국의 문화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는 미국 국무부로부터 ‘평균적인 일본인의 행동과 사고의 패턴’을 연구해 달라는 위탁을 받는다. 한마디로 ‘일본은 이해가 안 돼. 그들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설명해줘.’였다. 진주만 폭격에서 시작된 일본과의 대립은 2차 세계 대전 내내 미국을 괴롭혔다.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민족이길래 감히 우리에게 쳐들어 온 거지? 게다가 #카미카제 (神風)라는 자살특공대는 또 뭔가?’ 이 골치 아픈 나라를 꺾기 위해서는 단순히 화력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정신세계부터 알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부리나케 루스 베네딕트를 부른 것이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루스 베네딕트에게도 일본은 생경한 나라였다. 게다가 당시는 전쟁 중이라 일본 방문은 언감생심이었다. 궁여지책으로 그녀는 미국에서 찾을 수 있는 일본 관련 연구서와 2차 문헌을 죄다 읽고, 소설과 같은 문학적 자료들과 전시 선전용 영화까지 섭렵했고,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을 인터뷰하여 <국화와 칼>을 집필했다. 이것이 삶의 아이러니 일지 모른다. 일본 땅을 한 번도 밟아본 적이 없는 베네딕트의 저작물은 지금까지 일본과 일본인을 가장 객관적으로 해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는 이 점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읽은 부분은 일본인의 두 마음, 즉 진심을 뜻하는 #혼네 (本音)와 겉치레를 뜻하는 #다테마에 (建前)였다. 속마음과 겉마음이 다른 거야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마는 일본인들은 그 양상이 매우 뚜렷하다는 것이 저자의 평가였다. 아울러 일본인이 이러한 이중성을 띠기 때문에 일본 문화 역시 극단적인 성향이 짙은데, 바로 책 제목과 같이 ‘국화와 칼’ 같다는 것이다. 일본인은 한편으로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예술가를 존경하며 국화 가꾸기에 신비한 능력을 지닌 동시에, 한편으로는 칼을 숭배하고 무사에게 최고의 영예를 돌리는 민족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정말 일본인이 두 가지 마음을 갖고 있는지 정말로 궁금했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 내가 만난 일본인 한 사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 #리치보이 , #행복한부자학교아드푸투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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