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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Richboy.../영화리뷰 - moviegoer

88분 (88 Minutes, 2007)

by Richboy 2007. 6. 13.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는 정말이지 숭고한 직업이 아닐 수 없다.
 
가사假死상태의 환자에게 메스를 대서 자상刺傷을 입히고, 촌각을 다투며
살리기를 노력한다.
의사는 환자를 살릴 뿐, 단지 살릴 뿐 환자의 내력에 신경쓰지 않는다.
윤리적으로 그가 죽일 늠인지, 살릴 늠인지를...단지 살려야 하는 것 뿐이다.
환자가 제 명을 다하도록 돕도록 노력하는 의사.
백의의 천사임에 틀림없다.
 
가끔 흰 날개대신, 빨간 색, 검은 색 또는 배추잎의 만원 짜리 지폐로 치장을 하는
천사가 더러 있더라만...어쩌겠는가. 예외인 것을.  
의사를 만나거든, 팔들어 겨드랑이를 살필 수 밖에.
 
인간을 심판하는 판검사는 정말이지 고독하고 힘든 직업일게다.
 
흑백의 기로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이들은 망치를 '쾅'찍을 때마다
죽일 늠이 된다. 어느 쪽에서든. 하도 욕을 먹어 제 명보다 더 살지 싶다.
 
기왕 욕먹을 바엔 제 판단에 준해서 해야 할 진대 그것조차도 녹록ㅎ지 않다.
우선 법이 있고, 판례가 있으며, 선배가 있고, 후배가 있다.
들어다 봐야 할 것도, 들어야 할 것도, 설득해야 할 것도 많다.
억만금을 준대도 못해먹을 직업이다. 그거.
 
힘들어 판검사복을 벗어도 먹고는 살아야 안되나?
변호사를 한다.
어제 내가 죄인으로 판결한 늠을 변호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상황이 온다.
알아도 모른 척, 모르면 더 모른 척.
 
법을 바탕으로 살아야 하는 이들은 사실은 법을 알아 이용해 살고있고,
법때문에 살며, 그 법에 의해 가끔 수갑도 찬다.
 
변호사를 만나려거든 눈을 들여다 봐라. 그래서 맨정신인가를 확인하라.
제정신도 판단이 흐릴 지경이거늘 눈이 풀려 촛점이 없다면
의뢰하지 말고, 교대앞 거리를 거닐며 충분히 쇼핑하기를 권한다.
제 이름걸고 낙점되기를 희망하는 법조계 시장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야밤에 담을 넘어 남의 물건을 터는 도둑은 출근(?)전에 부인에게 신신당부를 한다.
"문단속 잘해."
 
아이러니로 가득한 세상이 사람사는 세상인 듯 싶다.
 
그래서 지리한 삶이 내일을 기다리는 '희망'을 만들어내는지도 모르지만.
인간사人間事 알 수 없다. 절대 장담할 수 없다.
 
잘 살피자.
 
의사의 겨드랑이를...
변호사의 눈동자를...
문단속도 잊지 말고.
 
****
 
권위있는 법의학자로 분한 알 파치노의 연기를 장장 두 시간동안 볼 수 있는 영화.
그 자체로 봐야 할 의미는 충분하다.
최근 5년간의 영화중 가장 액티브한 연기를 보여주니까.
 
메인이 된 그 혼자서도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게 완벽하게 만들어낸다.
명배우의 명연기를 만끽할 수 있다.
 
영화 '폰부스'의 실시간 진행형의 긴장감은 여기서 더욱 고조된다.
멋진 구성의 멋진 영화.
 
또 보고 싶지만, 범인을 안 이상 볼 수 없는 장르가 '스릴러' 아니던가?
기억이 가물해지면 그때 또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