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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CEO, 사장學

불황에 더욱 빛나는 스티브 잡스의 특별한 업무방식

by Richboy 2008. 12. 15.

 

 

 

불황에 더욱 빛나는 스티브 잡스의 특별한 업무방식
 
  "우리나라에도 들어온다며?" 며칠 전 만난 사람마다 꺼낸 이야기는 단연 '애플의 아이폰i-Phone' 이다. 지난 11일자 신문에 내년 4월 1일부터는 아이폰을 비롯해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거물급 휴대폰을 우리나라에서도 상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던 이동전화 단말기의 표준 플랫폼 규격인 위피('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의 준수 의무를 해제하고, 사업자가 위피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고시를 개정하기로 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거의 15년 동안 외국계 회사인 M사의 제품을 쓰고 있다. 휴대전화가 보급될 당시 가장 먼저 소개된 제품이어서 우연히 쓰게되었는데, 그런 인연으로 타사의 훨씬 더 좋은 제품들이 있다고 하지만 꾸준히 써 왔다. 휴대전화를 한 번 바꾸면 아주 보기 흉할 만큼 낡거나, 더 이상 기능을 할 수 없을 때까지 평균 2-3년을 쓰기 때문에 M사에게도 그리 탐탁치 않은 고객일지도 모르지만 손에 익은 익숙함과 내 취향에 딱 맞는 디자인이라 다소 떨어지는 기능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용하는 충성고객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왔지만, 내년엔 아이폰으로 등을 돌려야 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고 있다. 아이폰은 이제껏 만나 보지 못한 '대단한 물건'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디자인'과 '가격에 있다. 예전에는 없었던 그래서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을 만나는 것은 소비자에게 큰 즐거움이다. 이미 출시만 했다 하면 세계의 디자인상을 모두 휩쓰는 것이 애플 제품이 아니던가? 그런 멋진 디자인의 휴대전화가 내 손에 넣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종전의 휴대전화 신제품의 반가격에 제공된다면 사지 않으면 손해 볼 것 같은 느낌마저 주지 않을까? 최근 미국에서 8G가 199달러, 16G가 299 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아이폰이 이번 크리스마스 전후로 월마트를 통해 4G 용량으로 99달러에 판매한다는 소식에 올 연말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는데, 우리나라엔 어떻게 공급될 지도 궁금하다. 올 해 안에 국내에 출시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말썽투성의 휴대전화로 앞으로 4개월을 더 버틸 심산이다. 어제 서점에서 만난 [잡스처럼 일한다는 것 Inside Steve's Brain]은 그런 지루한 기다림을 흐믓한 설렘으로 만든 책이다.
 
 

 
  'Cult of Mac'이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며 스스로 맥 예찬론자라고 이야기하는 저자 린더 카니는 12년 넘게 취재한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이야기를 이 책에 생생하게 담고 있다. 21세기의 대표적인 기업모델로 부상한 애플의 화려한 이력 속에는 '스티브 잡스'가 존재하고 있다. 그에 대한 평가는 평가하는 사람만큼 분분하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일러 사업가라기보다는 예술가에 가깝다고 할 만큼 창의적인 제품을 상품화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고 말하는가 하면, 픽사의 관계자들은 문화적 엘리트주의자이자 탐미주의자이며 반물질주의자라고 평한다. 그의 수하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채찍질만 안하는 독재자와 다름없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내가 주목하고자 한 것은 그의 범상치 않은 어떤 점들이 '애플'을 빛나게 하고, 그 결과물들은 전 세계의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세계를 놀라게 할 물건들을 쏟아내는가? 이것이 내가 궁금해 하는 점이었다.
 
  이 책은 지금의 스티브 잡스가 있기까지를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그 속에서 사업가로서 그리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를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괴팍한 창조자'가 아닐 수 없다. 스티브식 종결Getting Steved라고 해서 해고 대상인 직원들을 구석에 몰아세우고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캐묻고 그에 대해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지 못하면 해고했다는 소문이 들릴 만큼 그는 경영자로서 직원 한 명 한 명을 챙기는가 하면, 잡스 자신이 개발자가 되어 직원들과 함께 숙식을 하며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의 괴팍한 성격과 업무스타일은 오늘날의 아이팟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는 또한 소비자를 아는 기업가다. "애플의 핵심은 기업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또 하나의 델이나 컴팩이 아니다."고 말했는데, 기업을 대상으로 주문를 얻는 기존의 컴퓨터업체들의 생각을 벗어나 이윤이 적고 까다로운 소비자를 직접 공략하는 방식을 채택해 그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 낸다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델과 부딪힐 필요도 없고, 고급화 해 더욱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등만 해도 어딘가? 하는 무사안일한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사람(개인소비자)을 위한 컴퓨터'에 대한 생각이 결실을 맺은 것이 바로 아이팟이다.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시장에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훌륭한 디자인에 음원을 제공하는 플랫폼인 아이튠즈itunes을 결합한 제품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를 공략해 2007년 4월까지 아이팟 제품라인은 1억 개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기까지는 5억 개의 아이팟이 팔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소비자 전자제품의 히트작을 만들어 낸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깊은 것은 그의 '디자인관觀'이다. 그는 디자인을 단순히 외관을 의미하는 사람도 있지만 좀 더 깊이 파고 들면, 사실 작동방식을 의미하고, 무언가를 진정으로 적절하게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하며, 본질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파악해야 가능하다고 보았다. 한 제품의 멋진 디자인은 제품의 본질 정확히 이해해야 가능하다는 그의 말은 아이팟에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하고 날카로운 눈을 가진 오늘날의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기업이 제품 디자인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지루함을 모르는 직장, 도전정신으로 꽉찬 편집광적 직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던 인텔의 앤드루 그로브 회장의 말이 생각났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스티브 잡스를 보면서 그처럼 쉼 없이 도전하고 모험하는 진행형이며 빈틈없는 밀봉이 아니라 그 틈을 뚫고 나오는 활화산 같은 역동의 에너지 즉, 정진홍교수가 말했던 [완벽에의 충동]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각 장의 말미에 잡스의 업무스타일과 경영방식을 요약해서 정리해 놓은 '스티브의 교훈'은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지금까지 파격적이지만 완벽한 프리젠테이션을 자랑하는 '괴짜 경영자'로만 여겨왔었는데, 아이팟의 성공이 가능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그의 기업이념과 경영방식이 충분이 녹아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소설보다 흥미진진한 제품개발 스토리와 주변사람들의 생생한 육성은 300 페이지의 책이었다는 것을 잊게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이렇게 귀기울이게 했던 것은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애태우는 오늘날 우리 기업들의 모습들을 안타깝게 지켜보며 느꼈던 절박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직접 소비자를 대면하는 나의 일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은 저마다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판단'이었을 뿐 '소비자의 판단'을 유보한 것이었다. 그래서 매출이 늘어나면 '우리가 그렇게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 놓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고 하고, 매출이 줄어들면 '바보같은 소비자들이 우리의 제품을 몰라준다'고 원망하는 것이 나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80년대 초반 잡스는 가구가 거의 없는 저택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잠을 침대없이 매트리스 위에서 잘 정도였는데, 그 이유는 수준 이하의 가구를 구입하는 자신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훌륭한 세탁기 하나를 고르기 위해 가족이 2주 동안 토론을 벌였을 만큼 잡스는 소비자로서 정말 괴팍하고 깐깐한 사람이다. 자신이 그런 사람인지라 제품을 생산할 때도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 완벽을 추구했다. '과연 내가 소비자라면 이 제품을 기꺼이 살 것인가?' 항상 되물으며 완성도를 높였던 것이다. 부실한 매출의 원인을 소비자의 탓으로, 시기를 잘못 만난 탓으로만 돌렸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앤드루 그로브가 말했던 지구 종말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편집광'이란 무엇인가를 알게 했다. 소비자의 아낌없는 사랑을 갈망하는 기업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애플의 제품과 스티브 잡스의 업무방식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지난 2005년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만족을 누리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대단하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단한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의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비즈니스맨, 철저하게 고객 중심의 경영을 펼치는 경영자, 우주에 흔적을 남기겠다는 열정을 가진 인간, 이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었던 스티브 잡스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