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만만치 않은 사장의 길을 알려주는 대한민국 [사장학 원론]
"난 나중에 사장이 되고 싶어요." 대학을 다니다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중퇴를 하고 '여행사'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22살 동생의 포부였다. 어떤 사장이 되고 싶냐고 묻자, 그냥 사장이 되고 싶단다. 그것도 '뽀대'나는 사장. 넓고 멋들어진 사장실에 외제 고급승용차를 타고 접대를 한답시고 골프를 치면서 '사장입네'하는 제 여행사의 사장이 마냥 부러웠던 모양이다. 동생의 눈에 비친 '뽀대나는 사장'이란 그런 모습이었다. 이제 서른이 된 동생의 꿈은 '스페셜리스트'다. 당장의 벌이는 둘째치고 여생을 후회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덤벼들고 있다. 사장이 되고 싶은 꿈은 어디갔냐고 물었더니 "그 어려운 일을 아무나 하는 줄 아느냐?"고 오히려 묻고 있었다. 사장 해먹기 어려운 줄 아는 동생은 이제야 사장될 첫 발을 띤 것 같았다.
직장생활을 하는 모든 직장인의 로망은 '내 회사의 대표이사'면서 나만의 구멍가게 '사장'이다. 그렇다고 보면 이 땅에 살고 있는 비즈니스맨이라면 누구나 '사장님'소릴 듣고 싶어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대한민국에서 사장을 하기는 정말 쉬우면서도 어렵다. 사업자등록증만 내면 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사장이요, 사업을 잘 일으켜서 제대로 '사장'소리를 듣고 살기는 어려운 것이 또 이 땅이다. 신문사 기자 생활을 하다가 창업을 해 사장의 길을 걷고 있는 서광원 사장이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사장으로 산다는 것>이란 책을 쓴 적이 있다. 이 책은 '대한민국에서 사장으로 살아가는 괴로움'을 저자가 직접 경험하면서 잘 표현해 한 때 화제가 되었던 책이었다. 말로만 사장이 되었다고 사장이 아니다. 사장의 꿈이 '속 편한 신입사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믿어지겠는가?
"직원들은 회사의 이익은 상관없이 다른 회사로 옮기면 되지만 오너에겐 다른 데로 갈 때가 없다. 회사가 곧 내 집이요 자식이기에 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침 전에도 회사 생각, 식사할 때도 회사 생각, 가만히 있어도 회사 생각이 들어 마치 온 몸을 회사라는 것에 씌어 있는 지도 모른다. 항상 잘 되어야 한다는 마법의 주문에 걸려 한평생 살아가는 것이 사장의 인생인 것 같다." 서핑중에 발견한 어느 블로그의 글이다. 대한민국 사장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어느 의류업체 사장의 블로그(몬테밀라노 대표 오서희)의 글인데, 그는 사장의 인생을 일러 '항상 잘 되어야 한다는 마법의 주문에 걸려 한평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장이라는 이름을 콕 집어 잘 표현했는데, 덧붙여 '하루 24시간을 한평생 동안' 이라고 하면 더욱 가까운 답일 듯 싶다.
<공병호의 사장학>은 고독하고 힘겨운 '사장'의 길에 도움을 주고자 만들어진 책이다. 저자는 소기업 사장들이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 사장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싶어서', 대기업의 사장, CEO를 위한 것이 아니라 10인 이하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을 위해 이 글을 썼다고 했다. '자영업자 위기의 시대'라고 일컫는 요즘에 맞춰 시의성있게 나와준 책, 그래서 반가웠다.
이 책은 크게 '대한민국 사장이 꼭 갖추어야 할 생존전략'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현장 사장학'으로 나누었다. '대한민국 사장이 꼭 갖추어야 할 생존전략'은 진정성, 전문성, 판단력, 실행력, 생존과 성장력, 선견력, 유연성, 신념, 몰입, 수양, 학습력, 지구력, 동력, 통찰력 등으로 세분하였는데 '사장으로서의 자질론과 인성'을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대기업의 오너조차 모두 갖추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듯 하고 다소 원론적이고 이론적인 내용이 상당하지만 '아이템과 자본'만 있으면 누구나 사장질(?)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여기는 사장아닌 사람들에게는 한 번은 짚고 넘어야 할 내용들이 수록되었다. 오히려 10인이하의 소규모 사장(창업자, 오너)이기에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사항들이었다.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사장이라면, 사장이 될거라면 어느 부분이 부족한 지를 점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후반부인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현장 사장학'이었다. 이 부분은 '실전편'이라 볼 수 있는데 기업의 수장으로서 상품, 세일즈, 조직 운영, 재무, 인재 관리등 사업에 필요한 기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불경기 요즘과 같은 전반적인 불황의 조짐이 있는 때에 창업자나 사장들은 경쟁업체의 흥망을 지켜보며 '나만 불경기가 아니구나'하며 위안삼기 쉬운데, '스스로를 먼저 돌봄으로써 위기를 돌파할 줄 아는 자 만이 진정한 리더'라며 전체적으로 자신의 기업을 돌볼 수 있는 안목을 제시하고 있었다. 현재 독자가 사장이라면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자신의 기업과 점포에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고, 리더로서 당장 추진해야 할 덕목들은 무엇인지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저자의 경영담'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1인경영이지만 스스로 기업을 운영하면서 경험했던 부분들에 대해 자세하게 언급했더라면, 아니라면 부인이 운영하시는 음식점에 대한 생생한 운영담이 포함되었더라면 독자들이 더욱 체감하듯 '사장학'을 익힐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것은 내가 독자로서 저자 공병호의 <사장학>을 대하면서 가졌던 기대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책에 제시된 사례들 또한 대기업이나 세계적인 CEO들의 것들이 많았는데, 우리나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소기업의 사장이나 창업자들의 사례들이 수록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 저자에 의해 '사장학'을 처음으로(내가 알기론) 언급된 책이라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구멍가게지만 7년 째 자기사업을 하고 있는 내가 사업을 시작하는 동료나 후배들을 만나면 선물하곤 했던 책은 일본인 기업가 이하라 류우이치의 <사장의 제왕학>이었는데, 이 책을 선물하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우리나라 저자가 쓴 사장학'은 없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작은 바람이 해결된 것 같다(이하라 류우이치의 <사장의 제왕학>은 현재 절판되었는데, 곧 재발간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출간된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무나 하기 힘든 것도 사장이지만, 또 아무나 해서도 안되는 것이 사장이기도 하다. 사장이라면, 사장이 되고 싶다면 일독해봐야 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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