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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는 야구선수의 싸인때문에 작가가 되었다?
소설 읽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입에서 '폴 오스터Paul Auster'를 좋아하는 소설가로 꼽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워낙 소설은 잘 읽지 않았던 터라 베스트셀러 작가가 또 한 명 있는가보다 정도로만 여겼었다. 새해에 읽고 싶은 책을 가득 모았다가 구입하면서 잔돈이 남아 편하게 읽을 소설을 찾던 중, '왜 쓰는가?'라는 제목에 회가 동~ 해 시셋말로 질렀다. 그리고 잘 찾아오지 않는 '지름신의 강령'에 감사해야 했다. 멋진 소설가 한 명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 [왜 쓰는가?]는 폴 오스터가 글을 쓰게 된 동기와 작가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솔직하게 쓴 자전적 에세이다. 차례를 더해 100 페이지를 꽉 채울 만큼 얇디 얇았지만 그의 인상적인 글과 글맛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한 페이지에 열 일곱의 빨간 줄, 한 줄에 직접 쓴 듯 삐뚤한 스무 글자. 모두 읽는 데 한 시간이 채 들지 않았다.
가장 인상적인 글은 연필을 갖고 다니게 된 이야기. 여덟 살의 소년 폴 오스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였다. 소년이 열렬하게 사랑하는 야구선수의 싸인을 받게 된 기회를 얻지만 필기도구가 없어 결국 싸인을 받지 못한다. 그후 소년은 밖을 나갈 때면 연필을 가지고 나가는 습관을 갖게 되고, 그래서 소년은 작가가 되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세월은 나에게 이것 한 가지만은 확실히 가르쳐 주었다. 주머니에 연필이 들어 있으면, 언젠가는 그 연필을 쓰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크다. 내 아이들에게 즐겨 말하듯, 나는 그렇게 작가가 되었다."
책 속의 이야기들을 통해 그는 '왜 쓰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지루한 듯 평범한 일상 속에서 드라마같은 이야기가 무궁무진한데 그것을 잡아내고 기억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듯 했다. 전반부에 있는 독일 여자친구의 출산이야기, 친구 랠프의 죽음 등이 그랬다.
'찰스 번스타인'이라는 말이 들어 있는 25개의 문장, 살만 루시디를 위한 기도, 펜실베니아 주지사에게 보내는 탄원서 등의 글을 통해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대답하는 듯 했다. 짧은 문장, 수려하지도 않은 필체. 하지만 기발하고, 독창적인 작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문장을 읽으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영상 때문이 아닐까? '글을 쓴 후 줄이고 줄여서 더 이상 줄일 것이 없을 때 훌륭한 글이 나온다'는 누구의 말을 떠올리게 했다.
한마디로 흠뻑 빠졌다. 그의 작품들을 추적해서 읽고 싶은 충동에 한동안 사로잡혔다. 생각도 하지 않았던 우연한 만남이었기에 더욱 반갑기만 했다. 오늘 리뷰를 쓴 가장 큰 이유는 '난 오늘 멋진 소설가를 만났다' 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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