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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독서법·글쓰기

열정적인 소설가의 동서고금을 막론한 독서 탐독기!

by Richboy 2009. 2. 18.

 

 

 

열정적인 소설가의 동서고금을 막론한 독서 탐독기!

 

  남이 써 놓은 책을 읽고 '글로 풀어 말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누군가가 혹시라도 읽을 지 모르는 온라인상의 공간에 글을 쓰기란 정말 껄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깊은 감동과 공감을 표하게 하는 책을 만나면 내가 느낀 감동을 온전하게 표현하지 못해 답답한 마음을 추스릴 길이 없고, 혹시라도 어숩치 않은 본인의 글로 인해 작품에 누를 끼치지나 않을까 우려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 쓰면 될 것 아닌가?' 반문하는 이가 있을 지 모르겠다. 이것은 잘은 모르지만 인적없는 대나무 숲 속에 들어가 대롱에 대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소리친 사람의 이야기처럼 제가 느끼고 경험한 것을 주위에 알려서 그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것이 인지상정(오지랖 넓은 나만 그런지도 모른다)인지라 '전파 싶은 충동'에 참는 것은 더욱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읽기고 어렵고, 읽은 것을 두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이 모든 것을 하지 않기는 더 어렵다니...이것이 요즘 일부가 말하는 '리뷰쟁이'들의 딜레마일까?

 

  어릴 적엔 '작문숙제'였던 독후감을 쓰지 않아 매로 때우던 내가 나이를 훨씬 먹은 지금 책 읽은 시간만큼 공을 들여 리뷰를 쓰는 이유는 단 하나, 재미있어서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이나 재미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머리 속에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다. 그리고 채우기 위해서다. 책꽂이에 한 권 두 권 책이 쌓이듯 온라인에 심어놓은 작은 카테고리에 내가 읽은 책의 소감이 하나 둘씩 쌓여가는 재미 또한 맛깔지다. 게다가 '나도 읽었소', '나도 읽어볼라우' 옆에서 추임새를 놓는 블로거들의 댓글이 있으니 그들과 대화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사람이 어디 '돈되는 일'에만 매달려 살 수 있겠는가? 이것도 살아가는 재미라는 것을 안 까닭이다.

 

  기왕 리뷰를 쓸꺼면 잘 써야 할테다. 그리고 제일 좋은 방법은 '잘쓴 사람들의 글에서 배우는 것'일테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기란 잘쓴 책을 쓰는 작가를 만나는 일만큼 여렵다. 특히 '글쓰는 작가들의 독서기讀書記'를 만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런 까닭에 역사장편소설로 유명한 김탁환님의 독서열전기 <뒤적뒤적 끼적끼적>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내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궈의 책에 관한 기록'이라는 부제는 더욱 입맛을 당기게 했다. 이 책을 집었을 때, 한 마디로 땡 잡은 기분이 들었다.

 

 

 

 

  '작가들의 서재를 훔쳐보고' 싶은 욕망은 독자들의 로망이다. 그들은 어떤 책을 읽었으며, 그 책을 읽은 소감은 어떠했을까? 정말 궁금한 내용이다. 그래서 '저자와의 만남'같은 자리에서 항상 마지막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일게다. 젊은 역사소설가 김탁환은 스스로 먼저 입을 열었다. 어쩌면 그 같은 질문들이 너무 많아서 아예 '이 책으로 대신한다'고 답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반가운 일이다. 그가 말한 100 권의 책을 전체적으로 살피면 역시 역사소설가답게 소설과 역사관련서가 주를 이룬다. 시집도 몇 권 있고, 인문과 철학을 이야기하는 책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억만장자 마인드>도 보이고, 10년 전에 나온 미래서 페이스 팝콘의 <미래생활사전>도 보인다. 그 역시 책을 말하는 책도 읽는가보다. 관능적인 독서가 정혜윤의 <침대와 책>,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글쓰기에 관한 책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가 눈에 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장르를 뛰어넘는 그의 독서기록을 살펴보건대 그 또한 천상 독서가였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쓰는 것이었다."는 말을 새겨주기 위해 이야기를 배우기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폴 오스터의 <빵굽는 타자기>를 정독시킨다는 그. 그도 이 책에서는 글로써 책을 말하는 사람, 북리뷰어가 되었다. 일반 건물의 두 층 높이는 될 법한 100권의 책을 3-4센치의 400 페이지짜리 책 한 권으로 응축시킨(게다가 자신의 생각을 더해서) 힘은 작가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다. 그가 소개하는 한 권마다 사연이 없는 것이 없고, 흥미롭지 않은 것이 없다. 죽은 자들의 기록으로 첨철된 역사서에 숨을 불어넣어 살아있는 소설로 만드는 역사소설가인 그의 필력이 충분히 발휘된 듯 했다. 작가가 안되었다면 온라인에서 천하제일의 리뷰어로 활동했을 것이다. 

 

"읽어야 할 책이 많기에, 써야 할 글이 넘치기에, 삶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 김탁환

 

  작가들의 독서기로 읽은 책은 <장정일의 독서일기> 시리즈가 있고, 정혜윤의 <침대와 책>이 있으며, 다치바나 다카시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이 있다. 이들 책이 온라인에서 횡횡하는 북써머리와 다른 점은 오로지 책 내용을 파내려간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경험과 생각이 더해져 새로이 또 다른 이야기로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같은 책을 읽었지만 다른 생각을 만나는 경험을 통해 그들을 알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를 새삼 느끼게 한다. 그는 책을 '뒤적뒤적'거리며 읽고, '끼적끼적'거리며 쓴다. 그 결과물이 이번에 만난 책이다. 소설가 김탁환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선 느낌, 역사서엔 관심없던 나였지만 소개된 역사서는 읽고 싶게 만들었고, 어쩐지 그를 만나면 반가워져 성큼 다가가 악수를 청할 것 같은 느낌을 전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