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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천재 맥스 VS 스티브 잡스, 누가 이길까?
하루에도 수많은 신제품이 쏟아지지만 정작 히트를 치는 상품은 백 가지 중에서 한두 가지 정도다. 수많은 세일즈맨이 상품을 팔지만 일당백으로 팔아치우는 톱세일즈맨 또한 한두 사람 정도다. 여기서 성공한 제품과 성공한 세일즈맨을 제외한 나머지를 생각해 보자. 과연 잘 팔릴 수밖에 없는 제품은 한 두 가지뿐이고, 제품을 잘 파는 톱세일즈맨은 한두 사람 뿐 일까? 나머지 98 개의 신제품과 98 명의 세일즈맨은 왜 안 팔리고, 왜 못팔까? 3등에 든 제품, 세일즈맨은 억울하다고 말 할지도 모른다. 10등도 억울하다고 말할 수 있다. 좋다. 100가지 상품과 100명의 세일즈맨 중에서 상위 30%는 그럭저럭 제 몫을 한다고 셈하더라도 나머지는 과연 형편없는 제품이고, 형편없는 세일즈맨일까? 그들도 억울하다 말 할 것이다. 저마다 훌륭한 제품이고, 나름 열심히 뛰면서 노력하는 세일즈맨이라고 항변할 것이다. 그들에게 문제는 무엇일까? 답을 꼽으라면 이들은 시장을 잘 읽지 못했고, 소비자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테지만 그 중에서 ‘생산자의 오류’가 큰 몫을 담당한다.
밥과 잠을 잊고 신제품을 만들어낸 생산자(발명가, 프로그래머)는 저마다 자신의 아이템이 ‘최고’라고 말한다. 그래서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생산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팔릴 것이라고 확신하고 회사를 만들고, 제품을 대량생산해서 시장에 내놓는다. 하지만 시장은 그 제품을 외면한다. 그런 제품이 있는 줄 몰라서 사지 않고, 혹 제품을 안다 할지라도 그 제품이 과연 내게 가치가 있는 제품일까 의심이 들기에 사질 않는다. 벤처기업에게 컨설팅과 엔젤투자를 담당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선배는 ‘생산자의 오류’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컨설팅을 의뢰하는 제품들이 내 책상 위에 하루에도 삼십 건 이상이 올라와 있어. 이들의 공통점은 제품을 만드는 생산자들이 회사를 창업했다는 점이고 한결같이 시장을 석권할 만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장담한다는 점이지. 정작 쓸만한 아이템은 한두 가지 뿐인데, 그마저도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소비자들이 팔아줄 거라고 확신하고 있지. 문제는 생산자가 ‘이 제품이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이 들어간 제품인데’하면서 소비자가 알아주기를 바란다는거야. 시장과 소비자를 알지 못하면 제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라 할지라도 팔리질 않아.”
앞에서 말한 벤처기업 뿐 아니라 매출부진에 빠져 있는 제조업체들, 심지어 음식점들까지 이들은 ‘생산자의 오류’에 빠져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충분히 팔릴 만한 제품(서비스)을 만들었는데도 ‘소비자들이 제품을 제대로 볼 줄 몰라 팔아주질 않는다’고 소비자를 원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잘 팔릴 제품을 만드는 것은 당연하고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그 다음 해야 할 일은 소비자들이 신제품이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 제품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다시 말해 마케팅과 세일즈를 잘해야 한다는 말이다. 책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중 하나인 ‘바퀴’를 소재로 효과적이고 탁월한 마케팅과 세일즈 방법을 이야기한 책이다. 미국에서 3백만 부 이상 팔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호응이 많았던 책 <더 골The Goal>의 공저자인 제프 콕스와 세일즈 컨설팅 회사의 CEO 하워드 스티븐스가 함께 펴냈다. 원제목은 Selling The Wheel 이다.
이 책은 지금껏 나온 경영우화와는 다르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필두로 한 경영우화는 주로 자기계발적 성격이 강한 소설들로 성격과 습관등 단편적인 면을 다루었다면 이 소설은 기업의 마케팅과 세일즈를 소개했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이미 국내 저자에 의해 쓰여진 책 <기획천재가 된 홍대리>, <마케팅 카사노바>, <아이 마케팅>등도 다수 있었지만,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는 그보다 훨씬 더 이전에 쓰여졌으면서도 영업력을 중심으로 일개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탄탄한 스토리와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소설에서 설명하는 마케팅과 세일즈 기법들이다. 비록 소설 형식이지만 250,000명의 세일즈맨과 8,500명의 기업 마케팅 관계자 그리고 이들의 세일즈 능력을 평가한 100,000 명의 고객과 직접 인터뷰한 250,000개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얻은 신뢰할 수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꾸몄다.
이집트의 한 청년 맥스는 우연히 들린 피라미드 공사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바퀴를 발명해 낸다. 엄청난 발명품인 만큼 물건만 보이면 ‘스스로 팔리는 물건’이라고 생각한 맥스는 바퀴의 생산에만 몰두한다. 하지만 바퀴는 ‘스스로 팔리지’ 않았다. 소비자들에게 아무리 설명을 해 줘도 시큰둥해 했다. 팔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던 중 세상 일을 모두 알고 있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만물박사 오라클 오지를 찾게 된다. 이집트를 배경으로 바퀴를 파는 이야기라는 소설의 소재도 재미있지만, 한 발명가가 세계적인 기업가로 성장하는 경제소설이란 면에서 재미있고 유익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어떠한 제품이나 서비스도 그것을 만드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태어나서 성장하고 성숙하고 쇠퇴하는 시기를 겪는다는 경영학의 고전이론인 레이몬드 버논Raymond Vernon의 제품 수명주기 이론(Product Life Cycle : PLC)을 접목하여 실재 시장에서 신제품이 부딪히는 판매 상황들을 잘 설명하고 있다. 바퀴 발명가 맥스가 기업을 만들고 성장시키면서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때마다 오라클 오지(멘토)를 찾아가 그 해법을 얻는다. 다시말해 새로운 기술의 탄생(창업), 고속성장기, 점진적인 성장기, 성숙기를 만난 맥스의 바퀴회사에 오라클은 그때마다 서로 다른 유형의 세일즈 기법을 적용할 수 있는 전문가 클로저 카시우스, 마법사 토비, 빌더 벤, 세일즈 캡틴 등을 만나게 하여 문제점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고비를 넘기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는 맥스를 보면서 경영계의 이단아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다. 신제품이 거듭될 때마다 효과적인 가격정책과 마케팅 정책으로 이미 나온 제품들 역시 꾸준히 소비자들로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둘이 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새로운 기술의 탄생기에는 거래을 끝마친다는 의미의 '클로저' 카시우스는 최고의 프리젠테이션기술을 이용하여 구매자의 욕구를 완전히 장악하고 최고의 영업실적을 올리며 맥스부부가 부족한 영업능력을 배가한다. 고속성장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마법사 로비'다. 영업능력보다는 지속적인 신제품의 개발을 통하여 향후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수 있는 연구기술개발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점진적인 성장기에는 B2B 전문가로는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한다는 의미의 인물은 '빌더 밴'이다. 밴은 거래업체들과 지속적인 관리를 해내어 경쟁사와의 거래가 중단되거나 경쟁사의 서비스에 직접적인 피해와 불만을 나타내는 고객들을 맥스바퀴주식회사의 고객으로 신규유치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한다. 성숙기에 들어서는 '세일즈 캡틴'이 활약한다. 캡틴은 일반화된 신제품이 가격경쟁과 서비스로 고객을 사로잡게 된 시점에서 특유의 서비스마인드와 고객만족정신을 바탕으로 바퀴전문점인 '맥스마트'를 최고의 상점으로 운영한다.
한편 소비자의 성향에 따라 그에 걸맞는 세일즈맨의 성향도 달라진다. 클로저와 같은 세일즈맨은 새로운 기술을 체험하는 것을 통해 꿈을 키워가는 혁신적 소비자에게 어울리고, 기술적으로 무장되어 다양한 고객들의 복잡한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마법사 토비와 같은 전문가에게는 솔루션이나 성능을 중시하는 발전 지향적인 고객에게 어울린다. 검증된 제품의 신뢰성을 중시하는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고객에게는 고객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며 지속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하는 능력이 뛰어난 빌더 벤과 같은 사원이 어울리고, 저렴한 가격의 표준제품을 선호하는 가격 중시 고객에게는 고객 서비스에 만전을 기할 수 있는 세일즈 캡틴과 같은 사원이 적합하다.
이 책의 핵심은 마지막장에 있다.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한 로드맵>이라 해서 기업의 경영자나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제품이 지금 처해 있는 시장의 상황과 자신이 펼치고 있는 세일즈 유형을 점검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그래서 기업경영자는 자신의 제품이 어느 단계의 시장에 있는지, 어떤 유형의 세일즈맨이 필요하고 어떤 마케팅을 해야 하는 지를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세일즈맨이나 마케터라면 자신의 성향과 이 책에서 어울리는 세일즈 네 가지 유형이 무엇인지를 조망하고, 자신의 성향은 어느 시장에서 활약해야 하는지 점검해 볼 수 있다.
기업의 신제품은 시장의 크기에 따라 소비자 계층은 달라지고, 그에 적합한 마케팅과 세일즈 기법이 동원되어야 한다. 그리고 소설의 처음에서는 ‘바퀴’를 신제품으로 내놓았지만, 마지막에는 ‘기어’와 ‘도르래’ 그리고 ‘펌프’를 출시하는 것처럼 기업에서 꾸준히 신제품이 생산된다면 이 네 명의 세일즈맨은 ‘바퀴’를 판매할 때처럼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시장 규모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판매시스템이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기업가는 현재 시장에 어느 사원을 배치하고 어떤 마케팅을 펼쳐야 것인지가 사업을 위한 관건이고, 세일즈맨의 입장에서는 어느 시장에 뛰어들어야 내가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것이 성공을 위한 관건이 될 것이다. 제품 시장과 소비자의 성향, 그리고 기업이 시장에 적합한 마케팅과 세일즈를 펼처야 함을 잘 보여준 책이다. 재미와 배움을 고루 갖춘 멋들어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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